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카멜라 윅스라는 미국 바이올린 연주자의 연주이다.EMI에서 '안동림의 이 한장의 명반'시리즈로 내 놓았다.
카멜라 윅스는 진짜 첨 들어보는 이름이다.근데 그게 이상한 것도 아니다.이 사람은 이 연주하나로 명성을 높인 사람이라고 한다.아직도 살아있긴 한데 나이를 보아하니 현역에서는 은퇴했을 성 싶다. 팝음악으로 말하자면 원히트 아티스트 인 것 같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이 재발매 되어 나왔다는 것은 연주의 질에 어느정도 믿음을 준다.물론 국내에서 나름대로 권위를 얻은(나는 잘 모르겠지만) 안동림 교수의 책이 큰 힘을 주었겠지만 말이다.
연주는 상당히 맘에 든다.우선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하면 하이페츠의 50년대 녹음이 떠오른다.이가 시린 연주다.늘 그랬듯이 조금도 망설임 없이 나아간다.무명 첨에 칼집을 넣고 좌...악 하고 가르며 나아가는 느낌의 연주다.하이페츠의 연주를 들으면 야..시원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카멜라 윅스의 연주 역시 시원함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조금 다른게 있다면 하이페츠의 얼음짱 같은 연주에 비해 은근한 불빛이 비춰나온다는 것이다.각종 음반평에서는 '북구의 서정'을 잘 표현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북구의 서정'이란게 뭔지 사실 잘 모른다.하지만 이미지로 유추해 볼 수는 있다.하이페츠의 시벨리우스는 북구의 숲길을 연상시킨다.눈도 많이 내리고 전나무도 시원하게 자라난 그런 숲길 말이다.카멜라윅스는 창 밖으로 그런 숲을 바라본다.방 안에는 작은 화로도 하나 켜져있다.차가운 것 만이 북구의 정서인가? 사실 겨울의 정서는 어느 계절보다 따뜻함을 먼저 떠오르게 하지 않던가? 눈이 많이 내린 강원도도 겨울이지만 난로가에 밤을 굽는 따뜻함도 겨울이다.
아마도 그녀의 연주는 이 차가움과 따뜻함의 변증법을 깨달은 연주여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빛을 잃지 않다보다.
원 LP에는 카멜라 윅스의 시벨리우스 협주곡 하나 뿐이었다.하지만 CD시대에 그것만 가지고 음반내면 망한다. 그래서 음반사에서는 바비롤리의 시벨리우스 관현악 곡들을 커플링해놓았다.세 곡 모두 근래의 연주에서는 들을 수 없는 투박한 진솔함이 묻어 있다.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복각과정에서 어쩔수 없었을 음의 손실부분이다.무언가 억지로 눌러놓은 듯한 음의 볼륨감이 아쉽다.이거야 연주의 질과는 상관없는 기술적인 부분이다. 이 음반을 깨끗한 LP로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