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분홍달 > 평화로운 세상을 위하여....
농부와 산과의사
미셀 오당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누구라도 한번쯤은 이런 얘기를 해봤을 것이다. 묘한 안도감과 여유를 주는 말이다. 고달픈 삶에 소박한 위로가 됐던 '먹다'라는 행위, 하지만 이제 더이상 생존을 위해서도, 잠시 잠깐 짐을 내려놓고 쉼을 갖기 위해서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사라진지 꽤 오래, 바야흐로 돈을 벌기위해 만두에 상한 재료을 넣는 사람도 있고, 일부러 만두에 돌덩어리를 넣는 사람들이 출현한 대단히 흥미로운 시대인 것이다. 바로 어제, 돈을 벌고 싶었던 한 여배우는 자살을 했다. 세상이 '돈'에 의해 돌아가고 돈 때문에 미쳐간다.무엇이 이렇게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가? 무엇이 삶을 이다지도 척박하게 만드는가? 무엇이 사람들을 이렇게 폭력적으로 만드는가? 

'농부와 산과의사' 묘한 이끌림을 주는 제목이다. 인간의 생명과 인간 세상의 번영을 위해 가장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식량을 생산하는 것과 인간을 생산하는 일일 것이다. 이 두가지의 생산이 바르게  서지 않는 한, 우리 사는 세상의 많은 문제들은 극복되지 못할 것이다.

20세기 동안 농사와 출산의 산업화는 대단히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우선 농사에 있어서 강력한 합성 살충제와 비료의 출현으로 비용은 절감, 생산성은 크게 증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전세계적인 환호를 받으며 산업화의 가속화가 이루어졌고, 가난한 농부에게조차 커다란 희망으로 자리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땅심은 더욱 척박해지고, 유전적 변이와 항생제가 득시글 거리는 먹을거리들이  건강을 위협하고, 듣도보도 못했던 해괴한 병들이 각국을 쓸어버리며 인간의 숨통을 죄고 있다. 결국 비료와 살충제를 생산하고 해마다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한 나라보다 더 힘있는 저 유수한 다국적기업들만 신이 나있다. 그러나 그들도 언제까지나 행복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또한 그토록 존귀한 인간을 생산하는 '출산'에서 조차 엄청난 산업화가 이루어졌다. 출산과 산업이란 말이 어찌보면 참 어울리지 않는 것이나 실제로 엄청난 산업화가 이루어진 출산은 삼신할미와 하늘의 뜻이라던 한 아기의 탄생은 매스와 겸자를 들고 날치는 산과의사와 소란스런 관람객들 속에서 위생과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안전한 출산이란 것 역시, 오히려 생명을 경시하며 거칠고 폭력적인 인간들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자각아래 '농부와 산과의사'라는 책이 씌어졌으며,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평화로운 만남들을 강조하고 있다.

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편과 함께 출산의 순간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것이 아기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았고 고통과 환희의 순간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하는 것이 힘이 될 것 같다는 생각때문이었다. 혹시라도 그것을 두려워하는 남편이라면 참 서운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생각이 바뀌었다. 연구결과 출산의 순간을 함께한 부부의 경우 동지애는 두터워졌으나 이혼의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무엇보다도 출산에 참여하는 남편의 스트레스가 그대로 아내에게 전해져 순조로운 출산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포유류의 동물들은 새끼를 낳을 때가 되면 아무도 보지 않는 안전한 장소에서 혼자 출산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것은 여러가지 연구결과를 통해서 증명이 되는데, 종합을 해보면 조용하고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며 조명은 좀 어두운 것이 좋고 기계적인 개입이나 사람이 많지 않은 평화로운 상황에서의 출산이 아기와 산모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줄여 순산을 돕고 회복도 그만큼 빨라진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태어났느냐가 한 인간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기계적인 개입이 많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는, 성장해서도 폭력적이거나  약물중독, 자살에 이르기까지도 한다고 한다. 참 무서운 일이다. 아기가 세상과 첫 대면하는 순간이 이만큼 중요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출산을 치유함으로써 지구를 치유하자" 저자는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 싶다면 평화로운 출산을 통해 평화를 사랑하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한다.

이 책은 그다지 읽기가 좋은 글은 아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글솜씨까지 겸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려는 메시지만큼은 조금도 무시해서는 안되는 인간의 운명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적어도 앞으로 부모가 되려는 모든 사람들은 한번쯤 이 비슷한 내용의 글이라도 읽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또 좋은 음악과 유기농 음식만이 좋은 태교는 아니며, 출산을 앞둔 모든 여성들이 자신과 아기의 첫만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인간의 뇌에서는 사랑의 호르몬, 이타적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과 '엔돌핀' 이 만들어 진다고 한다.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인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우리 안에서 생성되는 '옥시토신'과 '엔돌핀'이 더 많이 생성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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