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클라이버는 살아서 전설이 된 지휘자이다.그가 세상에 그의 이름을 각인 시킨 연주라면 바로 베토벤 5번 "운명"일 것이다.아직도 "운명"연주에 있어서 불멸의 베스트에 들어 있는 음반이다.또 DG에서 나온 베토벤 7번이나 오르페오에서 나온 베토벤 4번도 동곡 연주에서 최상의 선택중 하나로 꼽힌다. 그다지 많은 음반을 내지 않았음에도 신선한 해석과 강한 카라스마로 살아있을 때 부터 음악팬들을 설레이게 했던 카를로스 클라이버. 고인이 된 지금 이 시기는 아마 고인의 전설이 신화로 자리잡는 첫 10년이 될 듯하다.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전원" 교향곡을 남겼다는 사실은 상당히 의외였다.그런데 버젓이 음반이 나와있으니 다른 고민할 필요없이 구입할 수 밖에...이 음반은 바이에른 국립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라이브 음반이다.이 음반은  마스터 테입이 없는 상황에서 아들이 객석에서 카세트로 녹음한 마스터를 구해서 음반화 했다고 한다. 물론 스튜디오 녹음에 비해서 녹음음질이야 떨어진다.일반 라이브 녹음에 비해서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클라이버의 음악을 감상하는데 지장을 줄 만큼의 열악함은 아니다.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CD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 음반의 템포가 어떨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기존의 명연으로 알려진 브루노 발터나 칼 뵘의 연주에 비해서 상당히 빠르다. 1악장의 성급함은 이 곡이 가진 표제적 성격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악기간 밸런스로 떨어지고 무언가 쫓기는 느낌이든다. 클라이버의 연출상의 문제인지 녹음의 문제인지 알 수 없으나 템포에 있어 불만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2악장 들어서면서 부터는 조금 들 뜬 분위기가 정리되는 듯하다. 곡 자체가 현의 유려함이 주도하다 보니 현악 소리가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이다.거기에 연주회에서는 악기의 피치를 조금 높여 잡는 것까지 고려해보면 이 음반에서 관악 파트는 조금 묻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음반에서 가장 돋보이는 곳은 4악장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이다.비교적 달려온 음표들이 이 곳에서 한번에 '쾅'하고 분출된다.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정공법과 일사분란한 진두 지휘가 극적인 긴장감을 최고로 높여준다.다른 음반의 나이브함에 비해 몰아치기는 어떤 건지 확실히 보여주는 악장이다.

개인적으로 클라이버의 명쾌함을 선호한다.하지만 이 음반을 베토벤 5,7번과 같은 반열에 올리기에는 무리가 따를 듯 하다. 그의 아버지 에리히 클라이버가 반세기전에 남긴 '전원' 녹음은 요즘도 리마스터시리즈의 단골메뉴이다. 아들이 만든 '전원'은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팬들에게는 둘도 없는 선물일 것이다.하지만 일반적인 접근은 아닐 성 싶다. 앞으로 그의 다른 녹음들과 영상들이 많이 나올 듯 하다. 그 안에 또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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