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비타민 플러스 - 전국 초중고생들의 수학 고민을 한 방에 날려주는 박경미의
박경미 지음 / 김영사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970년 필드상 수상자이자 <학문의 즐거움>의 저자 헤로니카 헤이스케의 책에는 러셀의 수학에 대한 미학이 나온다.

 

"수학은 진리뿐만 아니라 숭고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 아름다움은 조각처럼 차갑고 엄숙하며 사람에게 호소하는 것도 아니고 그림이나 음악처럼 화려한 장식도 없다. 그러면서 장엄하리 만큼 순수하며, 최상의 예술만이 제시할 수 있는 엄격한 완벽에 도달할 수 있다."  <학문의 즐거움>중에서

 

리뷰를 쓰기 전 먼저 밝혀야 할 것이 있다. <수학 비타민>은  최소한 고스톱만큼은 재미있는 책이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분야별 베스트셀러에도 들어가 있는 책이다. 일명 스테디셀러. 애초 이 유명한 책에 대해 리뷰를 쓸 생각은 '한 모금 담배 연기' 만큼도 없었다. 화장실을 오고 가며 읽은 것이 백악기 이전 같다.  남아 있는 것은 트리케라톱스의 꼬리뼈같은 단편적 편린들. 그런데 어느 날, TV 속에서 섬광이 비쳤다. 그 섬광은 '게으른 자여, 이 책에 리뷰를 한 번 써봐라'라고 게으른 원시인에게 예언의 목소리를 건넸다. 그 번쩍이는 섬광은 EBS 다큐멘터리 <문명과 수학>(총 5부작)이다. 다큐멘터리 중 한 편을 본 회사 동료는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PD가 수학과나 공대출신 아니겠어요?" 라고 했다. 그런데 내 생각은 만만의 콩떡 천만의 팥떡이었다. 증명을 해야내야만 하는 문제이겠으나- 이 일로 EBS에 전화를 걸거나, 프로파이링을 하고 싶은 생각은 뽀로로 배꼽만큼도 없다- 프로그램의 제작자가 결코 공대출신이나 수학과 관련된 일을 해 본 사람이 아니라는 쪽에 김어준으로 부터 받은 500원을 걸겠다. 오히려 PD는 나처럼 좀 뒤늦게 '수학의 즐거움'에,또는 수학의 역사가 당겨준('땡겨준'이라고 써야 더 땡기는데)철학에 감동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EBS 다큐프라임 <문명과 수학>의 중심 내용은  김경미의 <수학비타민>이라는 책이 모두 나오는 내용이다. 최소한 인문과학 다큐멘터리를 만들려면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어야 한다. 그 PD도 유명한 <수학비타민>을 모른 척하고 넘어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아님 말고, 고소하던지,석궁을 쏴라) 사실 다큐에 나오는 주 내용들은 수학과 관련된 일반인을 상대로 한 대중적 서적에 거의 다 나오는 내용이다. '제논의 역설','오일러의 방정식','4도의 색깔로 지도 채우기','페르마의 정리' 등.

 

 <수학 비타민>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수많은 생활 기하학이나 (예를 들자면, A4의 사이즈의 국제규격같은 것), 어디선가 한 두 번 봤던 수학적 난제들, 또는 수학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과 야사들(애플 로고와 앨런 튜링의 관계같은) 서너장을 한 챕터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연대기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아무데나 화장실에 앉아서 펼쳐보고 다시 덮어도 별로 상관없다. 읽다보면 다음에 나올 문제가 궁금해서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게 된다. 한 장 한 장이 수학에 거리가 먼사람들을 점점 수학의 눈으로 이끈다. 위대한 여성 수학자인 소냐 코발레프스키야의 말 처럼 "수학자는 시인"이어야 하며, 수학을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종류의 운율이 느껴진다. 화장실에 앉아서 수학을 하다가,시인이 되어 운율까지 느끼다보면, 결국 문 밖에서 "항문외과에 가야 될 꺼다." 라는 소리까지 듣게 될 지도 모른다. 그때가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일어날 시간이다.

 

 

 먼저, 이 책을 다시 생각나게 만든 EBS 다큐프라임 <문명과 수학>에 대해 이야기 련다. 다큐의 타이틀에는 인류의 위대한 건축물들 사이로 날아다니는  숫자CG들이 있다. 외계인이 침공하듯이 숫자들이 뉴욕,파리,아테네 등등을 날아다닌다. 인류의 문명과 함께 해온 숫자에 대한 상징적 표현이다. 파르테논 신전도 거기에 등장한다. 파르테논의 황금비 1:1.618이다.  안정적인 미감을 붇돋우는 비율. 그리스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단어는 '조화'다. 그릭 <수학비타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양의 황금비'라는 '금강비'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서양인과 동양인은 기럭지가 다르며, 살아가는 산수가 다르다. 그러니 미감도 다르지 않았겠는가.8등신,9등신 이야기하지만 그것도 서구 미학이 TV를 통해 보편화 되면서 나온 현상이다. 그리하여'금강비'는 조금 짧다.1:1.41...

 

1:1.41... 이 숫자 어디서 본 듯 하지 않은가?  잠시 후에...^^

 

 

다큐멘터리의 나레이터는 배우 남명렬씨다. 그는 고대문명의 발생지인 이집트, 그리스,인도 그리고 근대 수학의 탄쟁지점인 유럽을 여행한다. 영상은 매우 세련되었으며, 가끔씩 심도가 얕은 DSLR촬영 분량도 보인다. 하여간 배경이 좋은 곳이며 영상미 역시 빠지지 않는다. <수학비타민>에는 피타고라스 항구의 기념비가 멋없이 등장하는 사진이 한 컷있다. 영상미를 따져야하는 방송에서는 훨씬 다양하게 기념비를 이용한 미장센을 만든다. 다큐프라임<문명과 수학>이 뛰어난 점 중에 하나는 바로 매우 효율적이고 감각적인 CG의 사용이다. 하여간 CG의 완성도와 타이밍 그리고 아이디어가 예술이다. 단순한 도면을 지루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만한 호사도 없을 성 싶다.

 

(출처 : EBS 다큐프라임 <문명과 수학>)

 

좀 전에 말했던 금강비 1.414..  이 값은 바로 루트2의 값이다. 그리고 루트2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고대철학사를 읽었던 사람이라면 '피타고라스와 루트2' 살인 사건의 전모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자연수만이 존재하던 피라고라스의 세계 속에 히파수스의 루트2라는 진실이 어떻게 살해를 당하는지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인류 역사에 반복되어 온 원형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이야기만 너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내용들이 모두 <수학비타민>에 들어 있으므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면 문자화된 책을 통해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같다. 이 대목에서 다큐와 책에 동시에 나오는 퀴즈를 한 번 보자. 인도 베레나스 사원에 있는 하노이탑 이야기다.(요즘은 장난감도 나와있다.) 여기에는 '세상의 종말 시간'과 관련된 설화가 있다. 

 

문제다.

 

64개의 금판이 있다. 그리고 세 개의 기둥이 있다. A기둥에서 C기둥으로 옮긴다. 규칙은 작은 것이 아래에 갈 수 없다. 그래서 B기둥을 이용해야 한다. 다 옮기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

 

정답은 초당 1개를 옮긴다 해도 대략 5949억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우주의 나이는 약 137억년으로 추정한다. <수학 비타민>에는 인도사람들이 10의 64승을 무한한 수 '불가사의'라고 한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재미삼아 검색엔진 '구글'의 어원이 나온다. 10의 100승을 '구골'이라고 한다는데 거기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모든 것을 검색한다는 뜻이겠지.

 

EBS다큐프라임의 <미적분의 세계>로 들어가면 알만한 사람들이 나온다. 뉴튼,라이프니치가 그들이다. 이들의 미분법에 대한 저작권 논쟁 역시 유명하다. (이 내용도 <수학비타민>에 다 나온다.) 또한 이들을 시험하기 위해 '사이클로이드 곡선'(최단강하곡선) 문제를 내는 재연장면도 나온다. 쉽게 말하면 같은 높이에서 경사면을 따라 가장 빨리 내려가는 것은 직선이 아니라 한옥 기와같은 곡선이다. <수학비타민>에서는 기와의 곡선에서 빗물을 빨리 내리기위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큐멘터리에 나오지 않았지만, 사이클로이드의 재미있는 점은 '등시곡선'이라는 것이다.즉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싸이글로이드 상에 공을 내리면 동시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수학 비타민>의 리뷰를 쓴다는게 오히려 <문명과 수학>의 리뷰를 쓰는 것이 된 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의 리뷰가 아니다. '수학'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었다.  나는 이제 기초적인 미적분조차 풀지 못한다. 가끔은 나눗셈도 헷갈린다. 그만큼 수리적 차원에서의 수학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다. 지금 내가 수학을 접근하는 방식은 수학이 열어놓은 세계에 대한 철학적 관심에서 유발된 것이다. 누군가 또 이 집 저 집 문 열어보기 좋아하는 이가 있다면 <수학 비타민>은 매우 유용한 촉재제가 될 것이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가 흥미도를 떨어뜨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킬 만큼 재미있는 수학이야기들이 많다.  조금은 느긋하게, 수학이 걸어온 길을 따라가보고 싶다면 EBS의 다큐 프라임<문명과 수학>도 좋은 선택이다. 몸을 던지고,눈물을 자아내는 다큐멘터리가 주지 못하는 지적인 쾌감을 자극한다.

 

(설명을 위해 EBS 다큐프라임의 훌륭한 장면과 CG들을 여러 장 사용했으나 저작권 문제와 저작권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수정하면서 모두 지웠다. 한 장만 남겨놓았다. 멋진 그림과 적절한 CG를 말로 설명할 길이 없어서.ㅎㅎ 하여간 그러저러한 문제로 내용과 구성이 조금 틀어진 부분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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