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올림픽이 끝났다. 그리스는 신화의 나라이며 예술의 나라이다. 내가 10년마다 한번씩 읽기로한 조르바의 나라이기도하며 테오도라키스를 필두로 제3세계 음악의 보고이기도한 곳이다. 옆에 사진은 그리스 출신인 테오 앙헬로풀로스감독의 94년도 작품인 <황새의 멈춰진 발걸음>의 사운드 트랙이다.
영화는 아직 보지못했지만 사운드트랙은 나의 애청음반이다.영화음악을 담당한 사람은 카라인드로우라는 여성작곡가이다.그녀의 앙헬로풀로스 감독 영화 베스트 음반에는 그녀가 직접불러주는 노래도 있었던 것같다.
영화 사운드트랙이 대개 그러하듯 이 음반에는 미니멀적인 요소와 그리스적 정서가 혼합된 주제선율이 여러차례 변주된다. 아주 낭만적이고 서늘한 음악이다.
이 곡은 개인적으로 겨울에 자주 듣는다.
몇년전이었다. 아침부터 앞이 안보일 정도로 눈이 퍼부었다. 조마조마하며 김포공항으로 향했다.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국내선 청사였다. 공항에 도착하니 북새통이었다. 출도착 알림판에는delayed 또는 cancelled가 반짝였다. 사람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어디론가 전화걸기 분주했다. 내가 타야하는 비행기 역시 지연상태였다. 공항측에서는 상황이 호전될때까지 기다리라고만 했다. 그래서 공항에서 오고가며 기다린 시간이 2시간...... 처음에는 좀 답답했는데 더 지나니 포기하게되더라. 눈앞이 안보일정도로 눈발이 흩날렸다.하늘도 희뿌연 회색빛이어서 공간감이 사라지고 있었다. 넓은 하늘이 보이는 공항 벤치에 앉아서 포터블CD 플레이어에 카라인드로우의 음반을 넣었다.담배로 하나 붙였다......... 사람들은 바삐 움직이고 길은 물기에 질퍽거렸지만 나의 시간은 음악과 함께 멈추었다. CF에 가끔 나오듯 주인공만 선명하고 지나가는 물체는 촛점을 읽은 흐름일뿐.. 음표하나하나 마다 눈보라가 묻어 날리는 듯했다.입김 조차 숨을 거두고 다시 심장으로 돌아들어갔다.주위는 음악밖에 없었다. 눈가에 눈물이 묻었다.하늘의 한조각이 눈에 묻었나 했다.
카라인드로우의 음악은 아직도 내개 그날의 특별한 기억을 떠올리게한다. 개인적인 강한 기억이라 다른 사람들에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다.하지만 꼭 한번 들어보시길 바란다. 참고로 이 음반은 ECM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