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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사회학 - 지구를 정복한 축구공, 지구를 말하다
리처드 줄리아노티 지음, 복진선 옮김 / 현실문화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축구는 유사종교이다. 축구팬들에게 스타디움은 성전이요 외치는 구호는 그들만의 주기도문이다. 그 구호소리가 높아져가면 마치 통성기도장의 신도들 처럼 그들 내부에 뭉클함이 떠오르고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언젠가 외신에서 보니 아르헨티나에서는 마라도나를 신으로 모신다는 우스운 종교가 나왔다고 한다.물론 스타플레이어를 신으로 모시는 게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하지만 스타디움 안에서 스타플레이어의 존재감은 성경의 선지자 역할은 충분히 할 것이다. 축구가 가진 광적인 몰입과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숭배,타자에 대한 배타성등은 종교의 속성을 닮아 있다.사회학적으로도 종교가 국민통합의 목적으로 장려되었듯이 축구 역시 20세기 초반 근대국가 형성기에 국가정체성을 담보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었다.
그러므로 축구를 바라보는 두개의 시선도 종교의 그것 처럼 양분될 수 있다.종교에 광적으로 매달리는 사람이 있고 그걸 삐딱하게 바라보는 비판자가 있듯이 축구 역시 옹호자와 비판자가 선을 긋 듯 나뉘어진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선이 우리 앞마당에서 확실히 보여진 적이 있다.마치 후천개벽이라도 일어날 듯 치솟았던 2002년 월드컵의 붉은 물결-이젠 인용자체도 진부해서 이번으로 끝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집단주의의 한 단면으로 바라보고 멀리 파시즘의 요소까지 읽어내단 비판자들.우리들의 축구에 대한 시각은 그 양 극단 속에 어느 한 점 속에 위치한다.
하지만 이 두가지는 축구를 둘러싼 우리사회의 독특한 사회구조 분석에 촛점을 맞춘 시각일 뿐 축구 일반에 대한 통시론적 관점은 아니다.세계 최대의 문화현상인 축구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사실 별로 없다.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축구를 사회학의 한 대상으로 파악하여 객관적으로 해부한다는 것이다.여기에는 물론 축구의 사회적 속성이 된 국가 통합의 문제,축구팬의 문제,인종의 문제,미디어와의 관계,젠더의 문제들이 포함된다.
이 책 전반부에 등장하는 원시 축구의 발생이나 근대 축구의 노동계급 출발설등은 축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하나도 새로울게 없는 사실이다. CATV에서 가끔 하는 다큐멘터리에도 나오는 이야기 니까 언젠가 흑백화면에 축구하는 그림 나오면 한번 보시길 바란다. 이 책 전반부에 가장 중심을 두고 다루는 주제는 역시 축구 팬과 관련된 사회학적 접근이다.결국 환원해서 보자면 계급과 축구의 문제이다.저자는 20세기 중반을 거치며 축구의 주요 참여층이 노동계급에서 화이트칼라 중산층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이게 현대축구를 둘러싼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결정적인 계기라고 생각한다.이 중심 계급의 변동은 축구 클럽 문화의 변화를 가져오고 축구 시청층과 여성축구팬의 증가라는 새로운 변화를 일궈낸다.그리고 이는 과거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담보하던 축구클럽의 변화까지 유도할 수 밖에 없다.즉 세계적인 축구클럽으로의 도약이 불가피하며 지역 정체성보다는 국제적 비즈니스로의 축구가 등장한다.결국 참여적 축구팬문화는 상대적으로 약화되며 소비자로써의 축구팬이 부각된다. 축구 자체의 변화가 물론 축구 팬층의 계급적 변화 일부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환원주의의 우려가 있으나 결과적으로 미디어의 발전과 팬층의 변화에 그 원인의 출발점을 찾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축구 내부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포메이션과 스타플레이어가 있다. 초기 축구는 개인기 위주의 플레이였다.테일러이즘이 사회에 지배적 관점이 되면선 WM 형의 축구가 선보인다.이탈리아의 빗장수비같은 경우는 체계적 분업의 대표적 모습이다.하지만 네덜란드의 토털사커가 등장하며 다기능전문화 축구가 지배적인 분위기로 변해간다.하지만 이 역시 축구의 세계화와 더불어 순환구조를 갖는다.앞으로 어떠한 포메이션이 등장할지는 미지수다.축구장의 꽃 스타플레이어 역시 보스먼 평결이후 세계적 물류 흐름 처럼 여기저기를 오고 간다. 아프리카는 한동안 유럽축구 시장의 식민지시장 역할을 해왔었다.그러한 흐름은 이제 아시아로 까지 번지고 있는데 이는 곧 자국 리그의 위축을 의미한다.월드컵 스타들의 해외진출을 막연히 국위선양이라고 홍보하는 언론이 늘 외면하고 있는 점이다.
결국 이점은 팬문화 형성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축구 팬문화에 있어서도 저자는 여러 연구를 이용하여 훌리건,카니벌등의 팬문화를 설명한다.우리의 붉은 악마는 애써 끼워맞추려면 카니벌적인 팬문화에 가까울 듯 하다.한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이러한 팬문화가 유럽에서는 클럽 위주의 팬문화인 반면 우리에겐 그러한 팬문화가 전무하다는 점이다.생각을 멀리까지 뻗어 본다면 결국 우리의 축구 팬들은 '축구'를 좋아하는 것인가 '국가대표 축구'를 쫗아하는 것인가 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내 나름대로의 답은 단연코 후자이다.우리에겐 유럽과 같은 축구 팬문화가 전무하다.경기장에도 사람이 없는 와중에 무슨 팬문화가 있겠는가. 축구는 강한 라이벌성을 바탕으로 하고 잇다.대개 지역적 라이벌 관계이다.하지만 국내 축구에는 그러한 라이벌 관계가 희박하다.그렇다보니 국가적 라이벌 구도가 비정상적으로 확장된다.한일전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결과적으로 붉은 악마들은 축구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국가와 연결된 축구의 이미지를 사랑하는 것이다.만약 축구를 좋아한다면 월드컵 기간중 한국경기를 제외한 타 경기장이 그렇게 비어있을 수는 없었다.
축구를 싫어 한다는 사람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사실 그 지점에 가장 닿아있는데 축구와 연결된 국가주의가 싫다는 것이다. 대개의 스포츠가 근대국가 건설에서 국민통합의 기능을 했다. 이 책에도 인용된 에코의 말처럼 "축구가 열리는 날에 혁명이 가능한가 ?" 하는 말은 축구가 가진 정치적 모습-즉 정치권력에 이용되는 순응주의-을 보여준다.그런데 이런 식의 사회적 접근에만 촛점을 맞추면 스포츠가 가진 하나의 자율세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된다.전통적으로 축구 비판자들은 부르주와와 엘리트층이었다.(물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특히 엘리트층의 경우 축구가 가진 공격성,원시성,하층계급민들의 축제에 대한 반감을 교묘하게 위장했었다.현재는 이러한 비판이 많이들 수그러 들었지만 과연 전부 그런지는 의심이다.아직도 공부 잘하는 몇몇 사람들은 스포츠에 대해 미개한 무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특히 한국 사회에서 그러하다. 분명 세상의 한 구석을 똑똑한 머리와 근거없는 자부심으로 모르고 죽는것이다.
뱀다리 1).... 이 책의 직역투 번역(마치 대학 다닐때 교수님이 원서주면 스터디그룹끼리 나누어서 번역하고 합쳤던 듯한..물론 그정도는 아니지만)과 오자와 탈자는 비판 받아야한다.
뱀다리 2) ....축구에 관심이 없는데 축구에 대해 이해보려는 가상한 마음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가급적 피하시길 바란다.우선 영국 위주의 사례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축구와 연관된 다양한 사회학적 접근이 등장하므로 머리가 복잡해져 축구가 더 싫어질 수 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