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구입한 음반이다.

이젠 포디움에서 떠난 그리고 곧 더멀리 떠날 위대한 지휘자 카를로스 마리아 줄리니의 4장짜리 버젯이다.줄리니의 9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EMI에서 70년대 그의 시카고심포니 수석 객원지휘자 시절의 녹을을 수록했다.

우선 반가운 것은 오랜만에 줄리니의 음반을 만난다는 것이었고 노란 딱지가 아닌 빨간딱지여서 반가왔다.작년인가 줄리니와 빈필의 브람스 교향곡집을 구입하고 너무 큰 기대로 조금은 실망했었는데..'.과연 이 음반을 어떨가 ?'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줄리니는 어디 한군데 소속되지 않고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돌아다녔다.지휘계의 방랑자인셈인데 그의 명성에 비해 조금 이색적인행적이다.말년에 가서 로스엔젤레스 필의 수장이 되어 클래식 불모지인 LA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말이다.....

우선 가장 관심이 가는 연주는 브루크너 9번이었다.왜냐하면 80년대 DG에서 나온 음반이 워낙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명반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시카고 사운드와 줄리니 스타일의 중용적인 조합이라고 말할 수있다. 1악장의 아련한 도입부 부터 DG녹음과 근 윤기가 다름을 직감할 수 있다.빈필의 연주를 금속성에 비한다면 시카고와의 연주는 나무의 향기가 난다.물론 이는 오케스트라의 차이일 수도 있고 디지털 초기 녹음의 건조성과 아날로그 말기의 원숙성의 차이일 수도 있다. 두 연주가 공히 느리고 여유있는 템포를 취한다.한가지  줄리니의 느림은 첼리비다케나 말년의 번스타인 류의 극단적 느림은 아니라는 것이다.오히려 여유있음 느긋함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다른 말로 하면 몰아부치는 힘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 법하다.

2악장의 금관군과 현악의 트리오 연주는 두 음반공히 압권이다. DG녹음이 각 파트가 선명하게 구분되고  현악이 날렵하게 질주하는데 비해 이 음반에서는 금관군이 훨씬 젊은 소리로 포효한다.원래 프리치 라이너와 솔티를 거티며 포효하는 시카고의 금관은 유명한 것은 사실이다.줄리니 역시 이러한 특징을 완전히 걷어내진 않는다.단 앞선 지휘자들보다는 조금 절제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해석의 차이를 느끼려면 조금더 많이 들어봐야 알것 같고 우선 두 오케스트라의 특성이 나름대로 묻어나서 즐거운 음악듣기 였다.

그외에도 말러 교향곡1번과 브람스4번,베토벤 7번등이 시카고 심포니와의 연주로 들어있다.개인적으로 브람스 4번은 그다지 맘에 들지는 않는다.젊은 연주자들의 연주에 익숙해져서 인가 아님 독일지휘자들과 유럽오케스타라의 음색에 익숙해져서인가 잘 모르겠다.

그외에도 줄리니가 연주하는 스트라빈스키의 곡이 최초로 수록되어있다.그러고 보니 줄리니의  녹음 목록에서 스트라빈스키는 한번도 본적이 없고 또 명반코너등에서 스트라빈스키의 연주자로 줄리니를 꼽은 경우도 본적이 없는 듯하다.아직 이 CD까진 듣지 않았는데 ...조만간 들어야쥐...

오랜만에 줄리니를 들으니 LP박스에 들어가 있는 줄리니와 로스엔젤레스필의 베토벤 '전원'을 꺼내 듣고 싶다.며칠 비온뒤에 오랜만에 날도 개는 구나.하늘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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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6-22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듣어보진 않았지만 가격대 성능비 최상급의 음반이더군요. 주말에 살까 하다가 다른 거 지르느라 일단 재껴놓았는데요(나중에라도 살 수 있는 음반이라는 계산에) 정명훈씨 사부님의 말러 1번은 어떤지요?

드팀전 2004-06-23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평범하다는 말 밖에....말러랑은 별로 안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