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충분한 우주론 - 고전이론에서 포스트 아인슈타인 이론까지 비주얼 사이언스 북 1
다케우치 가오루 지음, 김재호.이문숙 옮김 / 전나무숲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학력고사 선택과목이 지구과학이었다. 개그맨을 닮은 지구 과학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조는 친구들을 보면 "마!! 너 그럼 나중에 연애 못해. 알아? " 라고 말씀하셨다. 
 "왠지 아냐..니들 같은 애쉐이들이 뭘 알겠냐? 임마..형님이 알려줄께. 니들 연애 해봐라. 밤에 싸돌아다니 다가  뭐...언덕배기에 같은데 앉아서 '저 별은 말이지 안드로메다 어쩌구..' '저 별자리는 어쩌구'....'저 별까지 거리는 어쩌구' 이런거 한 번 해주면 아가씨가 '와우' 이러는 거야.  뭘 알고 졸아. 자씩들.졸지마!! 진도 나간다 " 이런 식이었다.  

  

 하여간 지구과학을 잘한 나는 연애에는 몇 번 실패는 했지만-인류의 도전 역사는 또한 실패의 역사이기도 하기에- 그래도 결혼까지 잘해서 아들 둘 낳고 잘 살고 있다. 그 선생님이라면 "걔가 지구과학을 잘해서 그래." 라고 하실지도.  

 지구에서 한 40년 넘게 살다보니 지구 밖이 그리워져서 오랜만에 추억 어린 '지구과학' 공부를 한다. 오래 전에 배웠던 기억들은 장롱 밑 동전처럼 희뿌옇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은 아지랑이 처럼 아롱거린다. 경험상  이런 상태에서는 과욕하지 말자가 금과옥조다. 지금 당장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묵묵히 쌓아 놓는다.그러다 보면 언젠가 "아...그거였군" 하는 날도 오는 법. 즉 반복을 동반하게 마련인 계통적 독서를 하다보면 넓은 그물코가 생기고 그 사이로 빠져나가는게 많더라도 그물망엔 이끼가 끼는 법이다.   

사실 이 책의 시리즈인 <한 권으로 충분한..> 또는 <하룻 밤에 읽는...>류의 책은 "즐겨보지 않는다." 고 이야기해야 좀 있어보인다. 그래도 책을 좀 읽는다는 자가 '한 권...'으로 뭐 어쩌겠다는 것에 현혹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자격지심같은 것이 있다. 하지만 '한 권으로 아는 척 하지 않을테니-' 라는 조건만 달면 좀 더 너그럽게 대할 수 있다.'쪽팔림'은 대개 '실용적 목적' 에 뒤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모르는게 죄가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는게 죄일지도 모르니까. 이런 류의 책은 새로운 분야를 접할 때 유용하다. 대부분 대중적인 기초 입문서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입문서를 몇 권 보다가 보면 또 거기에 뭔가 그림이 잘 안그려지거나 할 때가 있다. 마주 잡은 손가락 사이의 빈틈 같은 것들. 그럴 때는 '그림이 많이 그려진' 책들, 장황할 설명보다는 딴딴하게 이야기해 놓은 책들이 마음을 풀어준다. 그런데 여기에도 단점이 있다. 무턱 대고 '그림 많은 책'들은 매우 간략하고 핵심만 요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전 정보가 없을때는 더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앞으로 가면 절벽이요 뒤로 가면 낭떠러지니 어쩌란 말인가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경험적인 정답은 책들 사이의 간극을 인정하고 이를 매우는 상보적인 독서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입문서들을 너그럽게 읽지 않으면  '한 권'이든 '그림으로 보는'이든 제대로 아웃라인을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법이다.  

 

<스피처 망원경으로 찍은 안드로메다 은하. 출처:위키피디아> 

 <한 권으로 충분한 우주론>의 경우도 일련의 과학 시리즈물이다. 알라딘에서도 인기 있는 대중적인 우주론 책들이나 물리학 관련 책들을 보다가 머리 속 세포가 간질 발작할 즈음 대증처방으로 일종의 진정제가 필요했던 것이다.  

:<구스타프 도레의 '바위에 묶인 안드로메다' 출처: 위키피디아>-안드로메다는 페르세우스의 아내이다. 희생제물로 묶여있는 것을 페르세우스가 구해주고 결혼한다. 이후 아테네 신에 의해 하늘로 올려진다.> 

책은 근대 우주론부터 해서 최신 우주론까지 중요한 내용들을 요약해 놓았다.  마치 지구과학 참고서의 하이라이트판 같은 식이다.(물론 그것보다는 좀 길다.) 또한 다른 대중적 과학책처럼 각종 수식은 거의 없다. 몇 개 나오기는 하지만 수식적 표현이 더 용이하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 마치 요약된 일러스트레이션용 관광 안내 지도처럼 우주론의 역사에 대한 거대한 조감도만을 독자에게 설명한다. 이런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범위별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명확히 그래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주론의 범위는 어디부터 어디까지다.' 라는 식으로 군더더기 없이 말한다. 물론 이런 과정에는 무리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초끈이론이나 브레인우주론 등에 대한 설명은 설명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개요만 그려져있다. 전체적인 조감도를 그리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과감히 스케치정도만 보여주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다루는 '우주'란 무엇인가? 책 첫 부분에 나오는 한자 해석을 통해 '우주'란 말은 결국 '시간과 공간'이라고 말한다. 좀 더 부가하자면 그 두 요소를 채우고 있는 것들에 대한 연구일 것이다. 이 문제는 '극대와 극소의 범위'를 갖는다. 우주론은 가장 거대한 것을 찾는 것(그 구성요소들까지 포함하는)것과 가장 작은 출발점(기원)을 찾는 것이다. 그것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어떤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끝나게 될 것인가?  

하여간 이렇게 우주론의 범위부터 시작한 내용은 근대물리학을 거쳐 현대우주론까지의 역사와 발견등을 소개한다. 이론물리학의 정점이자 현대 우주론의 정점이라는 양자 우주론은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다. 초끈이론,M이론, 등등이 그런 것이다. 양자론도 다음 내 공부 목록 중 하나인 셈인데, 크게 상상하는 것보다 작게 상상하는 것이 더 힘들 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양자론이다.하여간 양자론 덕분에 우주의 기원과 힘의 분석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고등학교 때 세포관찰 해본게 고작인 3차원적 인간으로서 도저히 상상이 안되는 11차원의 시공간 구조를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것도 10에 마이너서 4-50승 단위의 극소세계라면 말이다. 양자우주론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장애는 사실 이론적 난해함이 가장 크겠지만, 경험적으로 정합적인 유클리드-뉴튼의 법칙의 간섭도 큰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극소, 극대의 세계 또는 빛의 속도라는 초광석 세계 그리고 그런 시공간에서는 뉴튼의 법칙은 달리 작용된다. 하지만 경험이 만든 상상력의 한계를 그 경험을 넘어서는 것에 계속 고개짓을 함으로써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오늘 점심 뭘 먹지? 매우 고민하는 아인슈타인 할아버지) 

실제로 양자물리학이나 우주론의 분야에세 일반인들이 가장 애 먹는 원인은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이론 물리학은 이론적으로 도출되는 시공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수학적 법칙을 모두 빼낸 아인슈타인의 특수,일반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그런 실제의 경험성/이론적 정합성 사이의 차이 때문이다. 상대성이론은 실험적으로도 증명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이 책에도 잠깐 나오지만, 이미 자동차 네비게이션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상대성 이론의 보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가끔은 우주론이 다루는 범위가 너무 넓고 미세해서 실제 이것이 무슨 도움이 될 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우리는 대부분 우주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넓고 그 안에 인간은 미세한 점에도 미치치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점'이 누적된 노력의 결과 우주의 신비를 이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의 영역은 남겨두어야 한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이런 우주론적인 질문들은 또한 존재의 위상과도 연결된 실존적인 질문과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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