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늦은 밤 책을 보다가 허리도 뻣뻣해서 TV를 틀었다. BBC에서 만든 <빅뱅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 라는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틈틈히 보는 분야가 -교양 수준의- 수학, 물리학, 우주과학 등이어서 '어라'하면서 보게 되었다.  

질문은 프로그램 타이틀 처럼 당연하며 또 간단하다. 우주 탄생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빅뱅' 그 이전에 무엇이 있었나? 만약 우주가 '무'에서 나왔다면 도대체 어떻게 '무'에서 무엇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  <평행우주>의 저자 미치오 카쿠 교수가 던지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NASA는 우주상태에 준하는 실험실을 만들지만 완전한 '무'의 우주와는 다른다. 시간과 공간 같은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 '무'이다. 하지만 NASA의 실험실이 만든 '무'는 한계가 있다. 3차원 속의 '무'이기 때문이다. 뒤에 가서 그는 '무'를 '완전한 무'와 '전제된 무'- '물질이 없는 상태의 무' 로 나누어 정의한다. 이곳은 완전한 진공상태로 오로지 에너지만 존재한다.(더 이상 에너지의 성질에 대한 설명은 없으나 인간이 알고 있는 우주의 4가지 에너지로 추정된다.) 그리고 작은 충돌들의 결합. 그러다가 '빅뱅'이라는 대폭발을 맞는다. 어쨋거나 우주는 완전한 무에서 출발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두가지 '무'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를 돌파하는데 철학적 해결책으로는 가능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증명하는지는 다큐멘터리에 나와 있지 않다. 

 

  이후 설명되는 것이 가장 유명한 빅뱅 이론의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온 인플레이션 이론이다. 편평성과 지평선 모순의 해결이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후반부로 가면서 '빅뱅의 반복 '같은 일종의 영원회귀하는 순환론적 우주 가설등도 등장한다.    

 

  다큐멘터리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게 제작되었지만 좀 더 공부 해보면 사실 쉽지 않은 개념들이다. 이론적 적합성의 수식까지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교양 수준에서는 좀 더 알고 싶어서 과학책들을 많이 본다. 상대성 이론은 단단히 마음 먹고 꼼꼼이 보고 있다.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다. 초등학교 때 부터 자연과 우주의 신비보다 사회와 인간의 구조가 궁금했던 나로서는 더더욱... 하지만 다년간 다져진 세속적 경향으로 인해 결코 우주론적 초월로는 가지 않을테니 염려마시라. 종교적 초월론과 함께 질색인 것 중에 하나가 그런 논리 철학이나 과학론적 초월론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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