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빈 신년음악회가 오늘 저녁 KBS1FM <FM실황음악: 진행 정준호>로 방송된다고 한다. 저녁 먹거나 아니면 설거지 하면서 싱크대 위로 빈의 왈츠를 듣게 될 성 싶다.  

 올해 지휘자는 카라얀의 제자로 세계 무대에 등단해 맹활약 중인 프란츠 뵐저 뫼스트이다. 그는 두달 전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했었다. 뵐저 메스트는 오스트라이 출신으로 80년대 후반 공식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며 서구 오케스트라계의 기린아로 주목받았다. 90년대에 런던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있었으나 데뷔 초기의 총기를 인정 받진 못했다. 덕분에 한동안 그의 이름을 비꼰 Frankly worse than most (솔직히 대부분보다 못한) 으로 기억되었다. 그러던 그가 다시 주목받게 된 곳은 대륙 건너 미국이었다. 국내에서 대중적 인기를 끌진 못했지만 탄탄한 내공을 선보였던 크리스토퍼 폰 도흐나니로부터 2002년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를 이어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10년 가을 빈슈타츠오퍼(빈국립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이 되었다.이어 2011년 빈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의 지휘자로 초대된 것이다. 빈 필하모닉 단원들이 빈슈타츠오퍼의 단원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지휘자로 프란츠 뵐저 뫼스트가 된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인셈이다.  

빈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1940년 부터 시작되었으니 60년의 역사인 셈이다. 기본적으로는 이 콘서트는 세기말의 빈 '황금시대'를 염두해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세기말과 20세기 초의 빈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화려함과 세기 말의 우울이 동시에 존재하는 매우 특별한 공간이었다. 거의 유럽발 지적 운동의 중심에는 빈이 있었다.즉 유럽 문화와 유행, 철학등의 대표 도시였던 셈이다. 비트겐슈타인, 프로이트, 말러,쇤베르크,클림트, 바우하우스 등등.. 

빈의 '황금시대'에 그 도시의 지배계급이었던 부르주아지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았던 음악은 말러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또는 쇤베르크가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의 왈츠였다.  

1940년 빈 필하모닉이 신년음악회 레퍼토리로 요한 슈트라우스를 선택한 것은 지난 화려한 시절의 영광에 대한 추억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불문율처럼 자리잡아서 여전히 신년음악회 레퍼토리에는 큰 변화가 없다. 8,90년대를 들어서면서 모차르트나 하이든 등이 부수적으로 연주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슈트라우스의 '왈츠'라는 '춤곡' 장르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구성된다.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의 지휘자는 매년 클래식 호사가들의 관심사가 된다. 원래 지휘자 초빙의 원칙은 빈 출신이거나 빈과 깊은 관련을 맺은 지휘자들로 선정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지금은 많이 개방되었다고 한다. 빈 신년음악회를 기획하고 최초로 지휘를 맡았던 사람은 클레멘스 클라우스였지만 가장 오랫동안 신년 음악회를 지휘한 사람은 빈 필하모닉의 악장으로 있었던 빌리 보스코프스키였다. 1955-1979년까지 빈신년음악회의 단골 지휘자였던 셈이다. 빌리 보스코프스키는 당연히 바이올린주자였기 때문에 그는 바이올린을 들고 지휘하기도 했다. 이런 전통을 그대로 이어 받은 사람은 로린 마젤이다. 1980년대부터 1986년까지 보스코프스키에 이어 빈 신년음악회의 포디움에 섰다. 90년대 이후로도 4번 신년음악회의 지휘를 맡는다.  로린 마젤은 지휘자가 되기 이전에 부터 바이올린 신동으로 불렸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의 신년음악회에서는 지휘자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도 들어볼 수 있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지휘자의 문호가 개방되었다고 한다. 90년대 이후 빈 신년음악회 DVD에 가장 얼굴을 자주 보이는 사람은 리카르도 무티와 주빈 메타이다. 각각 4번씩 초대되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카를로스 클라이버,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등이 2번씩 지휘를 했다. 2002년에는 오자와 세이지가 동양인으로서는 처음 지휘를 맡았다. 라데츠키 왈츠에 앞서 빈 필 단원들이 세계 각국의 나랏말로 새해 인사를 하는 작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단순한 인사이긴 하지만 빈-유럽 중심성에 일종의 작은 화두처럼 읽히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출신 조르주 프레스트가 지휘를 맡아 2008년 자신의 기록을 재갱신했다. 지휘계의 황제 카라얀은 1988년 딱 한번 빈 신년음악회를 맡았고 내년인 2012년은 지난 2006년에 지휘를 맡았던 마리아 얀손스에게로 낙점되어 있다.  

 

 

  

 

 

 

 

  

 

빈신년음악회는 음악 자체보다는 일종의 전통이 주는 상징효과가 더 큰 셈이다. 매년 신년 음악회 DVD가 나오지만 따지고 보면 대동소이하며 레퍼토리 역시 그렇다. 오히려 여전히 유럽이, 그리고 여전히 빈이 클래식음악의 중심이라는 것에 대한 일종의 선언같은 것을 유희적으로 감싸 안은 것이 신년음악회라는 이벤트인셈이다. 빈 사람들은 이것을 일종의 '빈의 자존심'이라고 이야기한다.  

 내게 좀 지루할 일 중 하나는 오프라인 매장에 갈 경우- 비록 스쳐보긴 하겠지만-한동안 프란츠 뵐저 메스트의 신년음악회 실황만 계속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투브에서 2010년 빈 신년음악회 (지휘:조르주 프레스트)를 가져다 왔다. 사실 이런 앵콜 곡에 지휘자가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냥 웃는거지.  

그냥 잘 차려 입고 빈 필의 반주에 맞추어 박수 한 번 치고 싶어하는 늙은 유럽인들에게 팬 서비스 한 번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 뿌듯함 한 번 주는 광대 짓. 차라리 노래방에 가서 지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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