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도 끝나가고.... 아직 청주 처갓집에 있지만 오늘 오후 내려간다. 휴가 기간 비오는 종로 거리에서 술 한잔 하는 호사도 누렸다. '저잣거리의 말들을' 잊지 않겠다는 젊은 친구의 다짐 어린 말에 나 역시 박수를 보내며,또 스스로 반향하기도 했다.
신문기사를 보니 ktx 여승무원들이 1500일만에 복직 판결을 받았나보다.
뻥뚤린 입은 1500 일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겪음의 1500일'은 싼입으로 결코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잘되었다는 축하와 함께 마음이 무겁다.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는 것 때문이다.
KTX 여승무원들이 처음 뽑힐때 언론에서 엄청 홍보했다. 고속철의 스튜어디스니...뭐니 ...좀 과장하자면 스튜어디스들의 인기에 버금가는/
예쁜 여자 많은 곳을 좋아하는 지라 어떻게 하다보니 그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중 일부는 또는 대다수는- 이건 내가 그들과 개인적인 연락포인트를 갖고 있지 않아서 추측한다는 뜻이다- 길 바닥에 나앉아 시위를 했을 것이다.
그 이후 나는 KTX를 탈때 마다 그리고 그들의 자리를 대신해서 또는 다른 절차를 통해 들어온 여승무원들을 볼 때 마다 초창기에 본 -어려운 경쟁을 뚫고 입사했다는 자부심과 취직했다는 희망에 들뜬- 그 앳된 여승무원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후 서울역에서 부산역에서 그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봤다. 길에서 나누어준 선전문건을 들고 잠시라고 귀기울여 주는 척. 가는 길에 5분가량 서있는 걸로 마음의 부담감을 덜었다. 앞에서 떠드는데 아무도 듣지 않는 것 만큼 비참한 건 없기때문에....관객 없는 무대에서 혼자 노래부르는 무명가수처럼 쓸쓸한 일이 될까봐.. (그렇게 싸움은 구체적이다.)
내가 한 건 그게 다다. 끝이다.
나는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는데, 마치 내가 무슨 승리를 이룬 것처럼,내가 그들의 승리에 무언가 도움을 준 것 처럼 우리의 일로 과장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냥 온정의 마음을 가지고 지켜본게 다일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 마음을 낸거...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그건 기본에 끼지도 못하는 일이다.
축하의 소식을 들으면서도....나는 그들의 시위에서 뒤에서라도 크게 구호 한번 외쳐주지 못한 것이 미안할 뿐이다. 좀 쪽팔리면 어땟다구.
나는 아무일도 안했다. 그 마음을 낸 것....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말과 마음은 정말 부르주아적 편의용품이다. 머리라구....그나마 유행따라 가봐야 포스트모더니즘의 탈정치던지 그것도 아니면 급진주의의 불임 정치정도 되겠지. 머리들이 계속 혁명의 가능태나 도화지에 그려대고 있을 때, 없는 것들은 '겪는다' 그러면서 이처럼 '작은 승리' 라도 거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