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박정애 옮김 / 큰나(시와시학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크리스마스가 눈 앞에 있다.거리를 형형색색의 트리가 물들이고 있다.팬시점에도 알록달록 카드들이 주인을 기다린다.초등학교때는 예쁘고 신기한 카드를 고르는 것도 이맘때의 재미였는데 요즘은 시들하다.방학 선생님께 보내는 카드는 그 중 늘 으젓한 것이었다.학년이 올라갈수록 선생님께 카드를 보내는 일은 줄어들었다.그런데 느즈막한 대학 3학년때 한 시간강사 선생님께 카드를 보냈다.그분이 여성학 선생님이었다.한 학기동안 재미있는 강의를 들어서 고맙다는 인사였다.또 남성중심사회에 사는 가해자로써 그동안의 잘못에 대해 반성할 기회를 주신데 대한 인사였다.

벨훅스의 책은 부피가 얇다.서양에서는 이런 책을 팸플릿이라고 한단다.책의 두께가 얇다는 것은 독자에게 우선 안심이된다.마음의 부채를 안고 살듯 남은 책장 수를 헤아리는 것은 누구나에게 괴로움일테니까. 이 책은 얇은 만큼 페미니즘의 쟁점과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물론 실천적 활동가로써 작가의 활동을 반영한다.벨 훅스는 진보적 페미니스트이고 또 흑인 여성이다.그리고 미국 여성이기도하다.그러므로 책의 내용,그중에서도 페미니즘의 역사부분은 미국 페미니즘의 흐름이다.그렇다고 우리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큰 틀에서 우리의 페미니즘 역사 역시 미국의 그것과 그리 다르진 않기 때문이다. 작가가 특히 강조하고 있는 인종문제와 관련된 페미니즘 역시 그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우리로서는 전부 이해하기란 어렵다.단일민족이란 허구아래 유난히 미군 부대 아니면 흑인 보기 어려운 나라에서 흑백갈등,흑인차별의 역사와 한을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단지 피억압자로써 인류애적인 애정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벨 훅스는 기존에 만연한 주류 페미니즘에 대항하는 페미니스트이다.주류의 페미니즘을 흔히들 개혁적 페미니즘 또는 자유주의적 페미니즘이라고 한다.벨 훅스는 이런 주류페미니즘이 가부장적인 남성중심주의에 근본적인 메스를 대지 않는다고 본다.계급과 인종문제등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녀는 주류 페미니즘을 교육 받은 백인 여성들이 그들 계급의 비슷한 남성과 같은 정도의 대우를 받기 위한 투쟁이라고 바라본다.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한 여성추켜세우기'식 페미니즘 역시 근본적을 이와 유사하다.'성공한 여성 신화'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주류 미디어가 담금질한다.그렇게 함으로써 여성의 사회진출과 성공이 마치 페미니즘의 궁극적 지향인양 오해하게 한다.성공을 위해 못된 여자가 되자는 류의 책들은 결국 이런 사회적 통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여성이 자신의 권익을 찾기위해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극히 권장하고 당연한 일이다.하지만 남성중심적 사고에 적응하여 그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남성사회의 대상으로써 그 중추에 오르려는 것은 결국 또 다른 남성을 양산하는 것과 다를 바없다.목적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없는 영악함이요 도구적 이성의 남발일 뿐이다.

벨 훅스의 기존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비판은 이어진다.바로 대안없는 운동의 지향성이다.초기 토론중심의 자율적 운동이 아카데미의 틀안으로 들어가면 생기는 문제부터 지적한다.페미니즘이 어렵고 학자들이나 하는 이야기라는 일반의 생각은 이때부터 나온 것이라고 본다.그리고 초기 페미니스트들이 남성을 적으로 생각했던 레즈비언이나 동성애자들에 대한 오류등이 지적된다.현대에 있어 페미니즘 역시 내거티브 전략을 취한다고 지적한다.그러므로써 지배적 남성권위 하나가 유일한 존재의 근거였던 많은 보통남자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고 아쉬워한다. 벨 훅스는 '여성화한 남성'이란 대안보다 진일보한 동일한 인간으로써의 가치를 상호인정하는 대안을 모색하길 권한다.물론 이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도 인정한다.그러므로 초기 페미니스트들이 했듯이 끊없는 설득과 토론,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을 강조한다.

대한민국은 전근대적 요소와 군사주의의 문화가 혼재되어있다.이 땅에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깨어야할 알이 너무 많다.세상의 거대한 소수자인 여성문제 역시 그중 하나이다.바로 우리 어머니,아내,동생,친구의 이야기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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