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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982년을 나는 기억한다.나는 미련곰탱이였다.학교를 조퇴하고 독산동에 있던 코카콜라 공장에 가서 어린이 회원에 등록했다.나의 OB사랑은 한 사람 때문이었다.등번호 21번 박.철.순. 야구에 관심이 떨어진 후에도 박철순은 나의 우상이었다.MY WAY.가끔 심심풀이 삼아 로또할때 그의 등번호 21번은 꼭 포함시킨다.^^
삼미슈퍼스타즈.훗훗. 그래 그런 팀이 있었다.연고를 따지자면 나 역시 삼미의 팬이었어야 한다.그런데 나는 정권의 지역연고주의에 과감하게 반발했다. 당시 가을 소풍 사진을 보면 한반의 남학생 중에 OB모자나 삼성 야구 점퍼를 입고 있던 아이들이 절반이상이다.(프로는 역시 자본력인가!) 난 매일 야구하고 주말엔 다른 팀들과 경기하고 그랬던 것 같다.우리 동네 야구팀 이름은 '보라매'-팀선수중 공군과 연관있던 사람도 없는데 왜 보라매였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그 친구들 지금은 어디서 무었을 할까?
이 소설은 깜직한 비유와 패러디로 한국 자본주의의 제반문제를 풍자한다.한국 사회의 모든 교육은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다.성공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의 가치여부는 중요치않다.성공한 자들의 축에만 끼면 만사 오케이다.그래서 기를 쓰고 공부한다.그나마 계급상승의 열린길은 교육이었다.(물론 요즘은 그것도 허구일뿐이다.) 길을 가다 하수도 맨홀을 고치고 있는 노동자를 보면 어른들은 그랬다.'너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 아이에게 하는 이야기지만 진짜 유치찬란,짬뽕에 소주 푼 이야기 같지 않은가?
하루 12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시달리는 입시공부를 했다.그리고 대학가서도 취직하겠다고 그런 노동을 했다.그랬더니 별반 새로울 것 없는 샐러리맨이다.바람불면 바닥에 배깔고 좀 살만하면 내가 난데하는... 그렇다.작가는 말한다.너희들 다 속고 있다고.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속고 있는 거 맞다.속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철길 위를 달릴 수 밖에 없었다.왜냐고 묻는다면 작가의 말대로 이건 지루박 이기 때문이다.첨부터 지루박 리듬에 맞춰 우스꽝스런 춤을 추었기 때문이다.가끔 가다 지루박리듬으로 돈 벌어 가족부양하고 차도 사고 ...집은 대출받아 꾸역꾸역 사고...푸우핫핫.
사실 지루박리듬을 따라가는 우리가 더 나쁜 건 옆에서 왈츠추고 있는 노마드적 인간들에게 우리의 춤을 강요한다는 것이다.'그렇게 추면 돈이 되겠어.'너 그렇게 해가지고 언제 집사고 노후준비할래' '니 인생 어쩌다 그리 망가졌니' ....등등.어떻게든 삼미슈퍼스타즈를 키워서 프로의 세계가 뭔지 보여주려는 그 알 수 없는 집단처럼. 작가는 후기에서 아주 명쾌하게 말한다.
'관건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따라 뛰지 않는것.속지 않는 것....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어록이다.밑줄 긋고 외우자.수능이나 승진시험에 반드시 나온다.밑줄 쫘-악)
소설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겨있다. 특히 마지막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프로야구(직장인)팀과의 경기는 압권이다.난 이 부분을 읽으며 코 끝이 찡해졌다.그림을 그려보면 무지 웃기는 장면인데 눈가가 붉어졌다.장타를 맞아 공주으러간 외야수가 함흥차사다. 공 밑에 떨어진 작은 꽃이 너무 아름다웠단다.아....이 장면을 어찌 눈물없이 볼 수 있단 말인지. 문득 안도현의 글귀가 생각났다.매일 매일 주식 하강 곡선을 그리도 뚤어지기 바라보며 지금 창밖에 어떤 꽃이 피었는지 관심있게 보지 않는 사람들...
작가는 결국 삶의 총체적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가라는 클래식한 질문이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이-자식 교육은 자유롭게라고 늘 주장하며 아이들 학원 7개 보내는 자수성가한 여자분이다-만약 이 책을 본다면 분명이랬을 거다. '거봐. 항상 열심히 앞으로 뛰어야한다니까.끝이 없이 노력해야지.안그러니까.좋은 대학 나오고도 짤리고 변변치 않은 일이나 하잖아' 라고.^^ 그녀는 역시 프로다.난 그녀에 비하면 아마인가보다.부럽진 않다. 난 아마가 좋으니까.
퇴근길에 좌판에서 노란 국화 한다발 사가야겠다.보름은 행복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