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주변에 베르베르 책이면 모두 사보는 사람이 있다.그에 대한 칭찬에 입이 마를 줄 모른다.몇년전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를 읽은 이후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로써는 낯선 느낌이었다.물론 그의 노작들을 읽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그이의 칭찬에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그래서 베르베르의 <나무>가 나왔을 때 고민하지 않고 책을 골랐다.

반짝 반짝 윤이 나는 표지와 가벼운 책의 무게가 맘에 들었다.간간히 프랑스풍의 만화도 호기심을 사기에 충분했다.그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아주 쉽게 쉽게 책장이 넘어갔다. 책을 읽는 동안 10여년전에 보았던 TV 시리즈 '환상특급'을 떠올렸다. 당시 유명한 감독들이 여흥삼아 한두편씩 특이하고 짧은 드라마를 만들었다.스필버그 감독도 아마 그중에 있었던 것 같다.<나무>는 베르베르가 자판위에 써내려간 '환상특급'같은 소설이다.

우선 베르베르의 엉뚱한 상상은 즐거움을 주긴한다.그러나 왠지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런 느낌을 주었다.신선한 상상의 익숙함같은 것일까... 그 역시 이번 소설을 짬짬이썻다고 밝힌다.쓰는 과정이 그랬듯이 보는 사람도 짬짬이 읽기엔 충분했다.하지만 거기엔 반짝이는 아이디어 왜엔 없었다. 무릇 소재만을 가지고 멋진 소설이라고 하기엔 왠지 어색하다.그리고 그의 글에선 문체를 느낄 수 가 없다. 멋진 문장만이 문장이라는 것이 아니다.무릇 글을 쓰는 사람은 문장에 자신의 세계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점토로 인간을 만든 신과 같이 작가는 펜으로 또는 자판을 눌러서 기호에 지나지 않는 문자를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이다.

베르베르에게도 나름대로의 스타일이 있으리라 생각된다.만약 그러한 것이 있다면 과학기자 출신답게 포름알데히드에 갖힌 문장이 아닐까? 나름대로의 개성과 매력이라고 칭할 수 도 있겠다.하지만 개인적 관점에서는 그다지 매혹적이지 못했다. 우리가 글을 읽는 것은 소설가의 상상력만을 보기 위해선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비판은 베르베르를 늘 따라 다니던 것일지 모른다. 그래서 였는지 그는 소설 중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단의 비판을 은유적으로 조롱하고 있다. 수백년이 지나 지금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소설이 문학적으로 인정받는 세상을... 한 백년쯤 기다려 볼 일이다.

어디 긴 여행가며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읽는 책을 위해서라면 이 책은 아마 훌륭하게 목적을 달성시켜 줄 것이다. 짧은 시간 쉽고 재미있게 읽으며 한 권의 책을 읽었다는 자족감을 얻기 위해서라면... 물론 나의 베르베르에 대한 평가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나 역시 베르베르의 필생의 역작이 될 <개미>를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정래를 평가하는 데 <태백산맥>을 보지 않고 몇몇 단편에 근거를 두는 것과 같을 것이다.) 언젠가 그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인 <개미>를 읽게 될 날까지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 유보상태이다. 하지만 이번의 <나무>는 그에 대한 애정을 키워주기엔 너무 갸날픈 어린 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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