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풍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
장 지오노 지음, 박인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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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풍차를 읽으며 마르께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을 생각했다.아마 한 가문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 때문일것이다.마르께스가 아마존 강가의 습기와 어둠을 가지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꾸려나갔다면 지오노는 세기말적 유럽의 침울함으로 폴란드의 풍차를 이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백년동안의 고독이 가지는 스케일과 상상력과 마술적 리얼리즘의 분위기가 더욱 좋았다.물론 이는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장지오노의 <폴란드의 풍차>는 한 영지를 둘러싼 운명과 그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전반부에 화자는 마을 어른때부터 전해내려온 소문을 통해 폴란드의 풍차에 다가간다. 몇 대에 걸친 불운을 통해 지오노는 인간이 거역할 수 없는 운명과 그 운명에 두려워하는 사람들,거역하는 사람들,실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그러나 두려움도 거역도 실패도 운명의 거대한 힘앞에는 동일하게 무의미할 뿐이다.

사마천이 사기의 여는 글에서 물었던 '하늘의 도리란 것'은 그렇게 무정한 운명이란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거역하고 싶다는 그 운명의 힘은 그 무의미함에서 오는 힘일것이다.그 하늘의 뜻이란 것,그 운명의 힘이란 것은 세상사의 영욕과 노력과는 무관하게 우리를 감싸안고 축대가 무너져내리듯 삶에 굵은 틈새를 만들어낸다.기껏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틈새를 웃으며 메우냐 울며 메우냐의 차이일뿐이다.

폴란드의 풍차를 거쳐간 사람들도 모든 낙인 찍힌 가문들이 그렇듯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좌절하고 저항한다.그들의 좌절을 보며 또 저항을 보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미미함에 대한 연민을 가질수 밖에 없다.장 지오노의 범신론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상상을 벗어나는 거대한 우주속..그 앞에서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과도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것이 우리들이다. 폴란드의 풍차는 한 가문의 비극을 통해 단지 운명의 두려움만을 보여주고 자 한 것은 아닐것이다.

그 무정함과 가혹함속에서도 싸워나가야하는 시지프스들의 고뇌를 그리고 그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화자가 그저 면벽한 관찰자에서 폴란드의 풍차와 운명에 깊이 관여하게 되고 그 영지와 그들의 운명에 대해 안타까와 하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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