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르 클레지오 지음, 홍상희 옮김 / 책세상 / 1995년 6월
평점 :
품절


1. 생텍쥐베리는 말했다. '사막이 아름다운건 그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2. 사막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다.설령 사막이 갓끓인 커피포트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할지라도.혹은 어린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보았던 모래바람보다 훨씬 강한 모래폭풍을 숨기고 있다 할지라도.

3. '사구 꼭대기에 그들이 나타났다.'르클레지오의 <사막>은 그렇게 시작한다. 모래능선 폭염의 아지랑이 사이로 하얀 베두윈을 두른 까무잡잡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게 꿈처럼 나타난다.작가는 바람에 날리는 모래 하나라도 놓치기 아쉬워 하듯 세밀하고 서정적으로 사막을 그리고 사막의 사람들을 그려나간다.(르클레지오의 이러한 표현적 특징을 '카메라 펜 기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나타났던 사막인들은 책말미에 사라진다.'마치 꿈속에서 처럼 그들은 사라진것이다'

4.사막이 아름답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욕망.사막은 아름답다.죽음의 땅에 비견되는 모래바다에 그 무언가 있기때문이다... 원시의 생명력...바로 그것이다.기계문명에 도시화의 광풍에 잃어버린 것들.이미 우리 도시인들에게 퇴화해버린 꼬리뼈와 같은 것.하지만 우리를 생명의 무한한 영역으로 인도해줄수 있는 그 퇴화한것.바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지 못하고 새들의 날개짓이 의미하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건 우리 원시적 생명력이 물질문명과 근친상간해버림으로 생긴 인간의 것이 아닌 돼지꼬리이다.

5.<사막>이 아름다운건 모래능선같은 깊이를 알수 없는 역사가 있기때문이다.표면상 르클레지오는 과거와 현재의 세계를 단층적으로 구분해버렸다.그러나 그 역사의 단층이 동일한 공간 속에서 환유의 알레고리로 만나고 있으니.단층이 결코 끊어짐이 아님은 말할 나위 없다.시대의 광풍앞에 명멸하는 청색인간들.마 엘 아이닌과 누르..고단한 이동과 학살 속에서 사막 속으로 사라진 청색 인간들의 후예.그들은 랄라의 몸 속에 있고 사막의 여명 속에 있었다. 그들의 생명력은 도시의 광폭함도 상업주의의 호사스러움도 침범할 수 없었다.

6.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답답함이 느껴진다면.잠시 떠나보자. 멀리 모래바람이 날리는 진짜 사막이면 더욱 좋겠지만..마음 속에 작은 사막 하나 넓혀서 낙타의 등잔위 뜬 사막의 별 하나 바라본들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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