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없다 - 기독교 뒤집어 읽기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기독교와 나의 첫 만남은 사탕과 웨하스의 유혹에 의해 이루어졌다. 여름성경학교에 쫓아가면 과자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전도사님의 감언은 동네꼬마들로써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큰 도화지에 써있는대로 '밀과 보리가 자라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등 찬송가를 율동과 함께 큰소리로 따라부르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기독교인으로서 나의 생활은 중3때 멈추게 되었다. 수백명이 참석한 예배였던걸로 기억한다.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열심히 기원하기 시작했다. 문득 고개를 들어 기도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숭고함... 신성함. 솔직히 이런 감정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세련된 현대식 건물에 모더니티한 십자가상, 그 일사분란함과 하나로 모여진 군중의 힘은 나로 하여금 전체주의의 선입견을 주었다. 또 마음 한구석에서 '만약 이게 허상이라면..?'이라는 질문이 들었다.

그이후 보충수업은 종교논쟁의 장이 되었다. 교회다디던 친구들은'악마가 널 유혹한거다' '하나님이 널 시험에 드시게 한거다.'라는 신화적인 이야기들을 해댔다. 물론 어느 순간 더 이상 대화가 진전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었다. 모든게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움직이니 무슨 논리와 설명이 필요하단 말인가? 하나님의 뜻을 어찌 인간이 알랴? 라고 답을 하는데 더 이상 논쟁은 소모적이었다.(그리고 지금도 주변의 기독교인과의 종교에 대한 논쟁은 대개 그렇게 끝이 난다.) 대학을 다니며 사회과학을 공부하며 현실의 문제,세계의 인식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며 당연히 소모적 종교논쟁은 기억 뒤편으로 사라졌다. 그래서 이번에 만난 <예수는 없다>는 더 인상적이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종교에 대한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책은 우리나라의 기독교 보수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기독교 상업주의에 대해 질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 기독교를 믿는다는 나라중에서도 아주 독특한 종교양식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우선 성경에 대한 절대적 신봉에 대한 비판을 가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성경에 모든 진리의 말씀이 있다는 종교인들을 자주 만난다. 저자는 이들이 성경을 문자적으로 읽고 있음으로 생기는 성경무오류설에 대해 비판한다. 이어서 4복음서에 대한 인식오류. 복음서는 초기 교회의 윤리적 이상, 신앙고백이 실현된 형태로 파악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살이 덧붙여지고 또 유력한 권력들이 합리화시키며 신성화한것으로 파악한다.

저자는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를 구분하고 있다. 이 둘 사이의 일원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현재 우리 기독교에서 보자면 이는 당혹스런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신학적 연구성과를소개하며 역사적 예수의 존재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베들레헴 출생, 동정녀, 병자들에 대한 기적, 부활등 기독교에서 성경에 근거하여 절대가치로 믿고 있는 일들을 하나 하나 부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기독교가 가치 없는 거짓 종교임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진정한 기독교는 '예수의 십자가 위에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이라고 간략하게 설명한다. 즉 민중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여기신 예수, 율법과 사이비 권력의 폭력에 저항하는 예수, 상식과 편견을 뒤집어 엎고 혜안을 여는 예수... 우리가 따라야 할 것은 교회의 가르침, 교회의 권력이 아니라 예수 자신이 말하고 실천했던 그 길을 따라야한다는 것이다. 자기의 복락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회의 약자들을 위한 거시적 전복보다 현재의 계급적 모순들을 그대로 좌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져보아야할 것이다. 기독교의 비극은 '예수 자체의 가름침보다 예수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더욱 굳게 믿게 만든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동안 줄곧 이 책은 기독교인들이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왜냐면 <예수는 없다>며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를 모독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며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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