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주말까지 계속 일이다. 개미처럼 쉬지도 않고...ㅜㅜ 주말에도 일해야 한다는 말에 조건반사처럼 튀어 나온 아내의 입이 숲 속 요정의 삼각모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집 아이들은 죽순처럼 자라는 것 같고 내 집 아이는 작은 관상어처럼 더디 자라는 것 같다. 원래 남의 떡이 커보이고 남의 논에 모는 햇빛과 물만 먹고 저절로 다 잘 자란지 알기 때문이다. 하여간 내년 봄이 되면 예찬이랑 둘이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예찬아, 봄이 되면 아빠랑 둘이서 여행가자"  

"안돼. 싫어" 

"왜?" 

"엄마랑 재원이도 같이 가야해" 

"^^ 엄마랑 재원이랑 가는 것도 가고 아빠랑 둘이서도 가고 그럼 좋겠지?" 

"그래. 그러자" 

 ... ... 아들과 놀기가 제일 재밌다. 

 

알라딘이 지루하니, 재미없니 하는 말들이 있다. 나? 나도 별로 재미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속닥한 분위기는 약간의 거리를 두는 냉랭함으로 바뀌었다. 속닥함을 나누던 사람들의 이름 몇 개가 떠오른다. 또 입에서 불을 뿜어내던 변사들도 어느 순간 다들 조용하다. 젊은 사자들의 이름도 몇 개 떠오른다.  

그냥 나는 예의 시니컬한 상태로 꾸준하다. 올해들어 과거에 비해 리뷰를 적게 쓰고 있고, 댓글을 잘 남기지 않을 뿐... 

나같은 인간들이 늘어나서 그런 건지 무엇때문인지 알라딘의 대면대면함에 대한 회한과 비판의 페이퍼가 간혹 올라온다. 서재 2.0의 구조적 문제 또는 폐쇄적인 사이트의 운영방식, 토론의 부재등이 거론 되었다.  

먼저 알라딘은 포털적인 성격이 약할 수 밖에 없다. 소재의 한정성 때문이다. 책이라는 한정적인 대상을 주제로 모여든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사람들, 또는 책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 중에 알라딘에 둥지를 튼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상황상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할 지라도 책에 대한 동경이나 향수 같은 것들은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들이다. 결국 DNA는 다를지라도 '종이 책'이라는 '종' 안에서 모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책 읽는 사람은 또 다양한 관심과 다양한 취향을 같고 있기도 하다. 들뢰즈식으로 말하자면 '책-기계'들은 또다른 관심들과 통접한다. 나같은 경우는 책과 연결 된 이외에 음악과도 연결도 관심사다. 결국 책을 중심으로 여러 관심의 사람들이 모여들다보니 영화 이야기,음악 이야기,연극 이야기,과학 이야기,정치 이야기,육아 이야기, 사는 이야기 등이 동시에 다루어진다. 하지만 항상 그 중심에는 '책'이라는 것이 있다. 결국 '책' 이야기를 떠나면 굳이 알라딘일 필요가  없다. 다른 가상의 공간들은 충분히 열려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알라딘은 인터넷 서점이고 그 서점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는 존재론적으로 일정 정도 운신의 소재적 한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내 생각에 알라딘이 재미없는 것은 사람들이 소원해져서도 아니고, 소통이 없어서도 아니다. 물론 이견이 다툼이 뒤고 진흙탕에서 뒹글다가 서로 의가 상하는 경우도 있다. 토론은 소통을 위한 필요조건은 되지만 늘상 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토론으로도 결코 풀어지지 않는 대립적 가치들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이걸 정치학에서는 '적대'라고 한다. 그것들은 몇 마디 말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다. 몇 줄의 논리 다툼으로 해결할 수 없다. 부질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냥 어떤 결절점이 생길 때까지 서로 견제하며 대치할 수 밖에 없다. 

알라딘의 문제는 콘텐츠다. 

알라딘의 블로그에는 이렇다할 콘텐츠가 없다. 책 이외는 말이다. 창작 블로그라는 곳이 어떤지는 잘 모른다. 인기 창작 블로그의 제목만 보면 내 처지에서는 그다지 관심가는 대목이 없다. 대략 '연애백서' '남자가 여자를...' 뭐 이런 것들이 주류 아닌가 싶은데...  

콘텐츠의 입장에서 내가 관심을 가지고 볼 수 있는 페이퍼들-나는 즐찾서재를 거의 없앴기때문에- 서재 대문에 올라오는 화제의 글을 중심으로 말하련다-은 새로 나온 책들을 바로 바로 업데이트 해주시는 로쟈님의 페이퍼나 책 디자인을 중심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주시는 하이드님의 페이퍼 정도다. 그 외에 보자면 화제의 글이 되지는 못하지만 몇 몇 분의 학술적인 글들도 간혹 바라보게 된다.   

콘텐츠 뷰어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심심한 사이트인 셈이다.  

알라딘이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결국 '전문'영역에 대한 콘텐츠의 장을 열어놓아야 한다. 중구난방의 창작 블로그 같은 것 보다는 '섹션화되고 정제된 형태의 콘텐츠 섹터' 말이다. 

예를 들자면 최근에 책을 낸 파란여우님께는 '귀농 일기'라는 형태의 무대를 하나 열어 주어야 한다. (이것은 기존의 개인 블로그와 달리 운영되는 독자적 섹터이다.) '로쟈' 님의 경우도 인문학 섹터를 하나정도는 만들어 주어야 한다. 예전에 가을산님은 '나무도장'을 잘 만드셨다. 내 기억에 내가 부러워하는 '바람구두의 도장'은 가을산님이 만들어 준 걸로 알고 있다. 가을산님께는 '나무도장 만들기' 라는 장을 만들어주여야 한다. 또 올 초에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던 책이 네이버 블로거인 산타벨라의 화초키우기 책이었다. 알라딘에도 분명 화초 키우기 달인들이 있으실게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일종의 '웹진'같은 형태를 도모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외에도 찾아보면 소소한 관심에서 전문적 영역까지 재미있는 능력과 잠재력을 가진 알라디너들이 꽤나 많을 것 같다. 사실 파워블로거 양산이라기 보다는 '개성과 관심에 엣지주기'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 물론 여기에는 약간의 강제력도 필요하다. 편집자가 저자에게 원고를 요구하듯이 말이다. 그럼 보상도 있어야 한다. 원고료까지는 필요없을 것 같다. 그걸로 큰 돈 벌겠다는 알라디너도 별로 없을 듯 하니 말이다.대신 알라디너는 책 욕심 많고, 알라딘은 책이 많다. 그러니 원고료 삼아 책 몇 권 선물로 주는 걸로 입막음하면 어떨까?  

기획력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니다. 있는 것을 이렇게 저렇게 더하고 빼고 하여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바람구두님은 '상업주의와 신규고객에 치중하는 만큼  기존 블로거들에도 관심을' 이라고 했다. 이 문장을 나름대로 재독해 한다면 내게는 '기존 블로거들을 잘 이용하는 기획력'이라고 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알라딘의 블로거들만으로는 한계도 있을 것이다. 그 경우는 외부영입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개방된 형태의 다양한 콘텐츠 개발은 결국 '기존 블로거들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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