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빵처럼 불어버린 머리를 기우뚱 거리고 있다. 곧 겨울인가 보다. 어제 출근길, 회사에 다와가는데 갑자기 아내가 전화를 했다.  

"자기야...오늘 바쁘지?" ... "어.." 

"나 칼에 베었다...흑흑흐 ㅠㅠ" ..."얼마나? 꿰메야해?" 

"ㅜㅜ 몰라. ㅜㅜ " .."아이..씨. 알았어 갈께" 

바쁜 날이었다. 특히 내가 제때 일을 못맞추면 줄줄이 다 밀리고, 매번 미안하다고 하면서 다른 팀들의 시간마저 조정해야하는...  도대체 얼마나 베었길래?...난 1-2세티쯤 벤거 가지고 또 저러는 거 아닌가 싶어 좀 짜증이 났다. 

집에 가서 "손 봐. 얼마나 다쳤는데.." 라며 퉁퉁 거리며 아내의 붕대감은 손을 봤다. 

"아니...이 사람아. 이건 당장 꿰먀야 할 정도 잖아. 뭘 꿰메야 하는 지 아닌지 몰라. 빨리 준비해" 

왼쪽 엄지손가락 아래, 집게 손가락과 연결되는 부위가 거의 V자로 깊게 베었다. 살이 이미 벌어져있고 떨어진 부위는 약간 안으로 말려 들어가 있었다. 아침부터 몸이 안좋다느니 징징거리더니 결국 사고를 친거다.  

예찬이는 어린이집 가기 전이어서 아직 밥도 안먹고 씻지도 못했고...엄마가 놀라서 울었으니 아이도 달라진 상황에 말은 안해도 뭔가 불안해하는 듯 하고....아내는 재원이 젖을 먹이고 옷을 갈아입었다. 나는 재원이를 업고 예찬이 밥을 먹이고 씻기고 옷을 갈아 입히고...낑낑. 

유모차에 재원이를 태우고 어린이집까지 허겁지겁 갔더니-아내 혼자 병원으로 보내고- 갑자기 예찬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거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나와도 소용없고 아빠 바짓가랑이만 부여잡고, 덩덜아 재원이도 징징거리고...알았다고 하면서 잠시 어린이집 골목을 빠져나와서 예찬이게게 소리를 확 질러버렸다. 아이를 데려다 주고 나오던 엄마가 때마침 지나가서 무지하게 쪽팔렸다. 하여간 조금 있다가 예찬이가 어린이집 가겠다고 해서 다독여 보냈다. 

미리 회사에 전화를 하긴했지만 다시 한번 또 전화를 했다. 오전에 일을 못할 듯 하여 오후로 스케줄을 바꾸려는데 가능할지.... "하여간 빨리 오세요." 란다. 집에 가는 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1339에서 소개해주는 성형외과를 갔더니 이런 건 안한단다. 그래서 다시 차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거기서 순서 기다리고 있다고... 

유모차에서 조금씩 졸려하던 재원이를 집에 와서 재우고 시간을 보니 벌써 10시 50분. 아이랑 뭐 하나 하려면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린다. 하여간 애엄마가 와야 회사를 가던 뭐를 할텐데...생각해보니 오늘 점심 먹기도 힘들것 같았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반찬 2개와 참치캔 하나를 꺼내서 11시에 꾸역꾸역 점심을 먹었다. 11시 30분쯤 되니 아내가 돌아왔다.  

"몇 바늘 꿰멨어? " "모르겠어. 모유수유한다고 하니까 마취제만 놓고..항생제 약같은 건 먹지 않기로 하고." " 알았다..나 간다" 

회사에 도착하니 12시. 집이랑 회사랑 차로 20분거린데도 병원 한번 같다오는 일에 오전을 완전히 제껴버렸다. 부랴부랴..... 다행히 좀 바쁘기는 했지만 오후 스케쥴을 치고 들어갈 수는 있었다. 

휴....다쳤다는데 약간 짜증스런 반응을 보인 것도 좀 미안하고, 예찬이에게 소리지른 것도 미안하고...사는게 별거 아닌거에도 번잡스럽게 되는건가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