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뉴스 검색에서는 '공옥진'이라는 이름을 제법 발견할 수 있을게다. 

'공옥진'....병신춤의 달인. 

어린 시절에 TV를 켜면 가끔씩 공옥진 여사의 춤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해학적 표정과 각종 동물들을 재현한 춤들은 코미디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내게 아무 공여사의 춤은 춤으로서의 예술적 기능보다는 희극적인 몇 몇 이미지로 기억에 남아 있다.  



내게 그녀의 춤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영영 사라졌다. 지난 시절의 화면을 통해서가 아니라면 말이다. 

2006년 교통사고 이후 그녀의 힘겨운 투병생활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오는 11월 1일 KBS 스페셜에서 최근 그녀의 삶이 방영된다. 정말 오랜만에 TV에서 볼 수 있는 얼굴이 아닐까 싶다. (꼭 챙겨봐야겠다고 다짐한다.) 

검색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요즘 나오는 가수 중에 2NE1의 한 가수가 공여사의 조카 손녀인가보다. 뉴스 검색에 유인촌과 함께 가장 많이 나오는 인물이 그녀다. 기획사에서 그녀의 인적 특이사항으로 공옥진이라는 이름을 활용하고 있는 듯 하다. 비즈니스계가 그렇지 않겠나 싶다. 

지난 10월 10일에 유인촌이 공여사의 영광 자택을 찾았다.  



쇼같다. 그렇다. 쇼다.  

전통 예인들에 대한 유인촌의 관심이 특히 남 다르다는 이야기는 듣지못햇다. 그들의 삶과 전통문화에 대한 노력은 그의 관심 목록에서 있긴 있어도-문화부장관이니 명목상 다 그의 나와바리 아닌가?- 저 밑에 있다. 미디어법을 비롯해서 신경써여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닐 터인데 이해는 된다. 그래도 '유인촌:배우= 공옥진: 광대' 라는 연상을 통해 이미지 효과는 뛰어나다.

어쨋거나 정치인들의 사진찍기는 대개가 쇼인셈이니 딱히 유인촌만을 탓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사진기자들이나 방송 카메라 기자들이 그런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애를 들어 고 노무현 대통령이 낙향해서 기자들 대동하고 벼가 익은 논을 둘러 볼 때가 있었다. 근황도 이야기하고 농업에 대한 애정도 선보이고...하여간 그때 방송에서 많이 나간 장면은 '트랙터를 모는 대통령'이었다.(벼 수확할 때 쓰는게 트랙터 맞나.도시 촌놈이라서..) 그런 장면들은 다 연출된 거다. 주변 기자들이 한번 몰아봐 주시지요....'어..나 이런 거 안해봤는데..그거까지 해야돼나'..'그림 한번 만들어주시지요.' ..'음...뭐 이정도까지만 합시다.''''그래도 대통령님,그림 한번..'하아..그림있어야 이사람들도 갈테니 ..결국 한번 해봐야겠군요.'...뭐 대충 이런거다. 털털털...트랙터를 모는 귀농 대통령의 이미지가 나온다. 한국에서 이런 원조는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농민과 어울려 막거리를 나누는 대통령의 이미지는 여전히 그를 둘러싼 아우라 중 하나이다. 도시보다 농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높은 것은 농민들의 평균연령이 높거나,학력이 낮거나 그런 이유때문만은 아니다. 실제 박정희 대통령은 농촌 문제에 대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관심을 보인 것은 분명하다. 그 시기는 세계적으로도 일종의 '그린 혁명'이 진행 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과학 영농'이라는 이름으로 생산량이 대폭 증가한다. 품종개량도 이루어졌다. 더불어 요즘 외면받는 각종 비료,농약이 스스럼 없이 쓰여서 역설적으로 향후 '유기농시장'의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성장과 더불어 농가의 부채도 증가해 갔다. 어쨋거나 저쨋거나 박정희의 농촌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은 분명히 성공적이었다. 그것은 무지랭이 농민들의 허상이라고만 취급할 수는 없다. 설령 그것이 가상일지라도 그 가상의 토대 위에서 정치가 시작되기때문이다. '막걸리와 시바스 리갈'은 둘 다 인식론적으로 실재이다. 

잠시 딴이야기로 갔다. 여튼 유인촌의 공옥진 방문은 쇼다. 그런데 난 그 쇼를 절대 비난하고 싶지 않다. (내가 유인촌을 단 한번도 장관이라고 부르고 있지 않은 걸 보면 내가 결코 유인촌을 옹호하기 위해서 이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님은 알것이다.) 유인촌의 공옥진 방문은 실제로 공옥진 여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또 실제적인 지원도 가능케 했을 것이다.( 물론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지원까지 못간다는 면에서 이건 쇼에 지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것마저 못하는 진보가 유인촌의 쇼를 욕할 수는 없다.  

 내가 사랑하는 진보는 왜 그런 쇼를 하지 못했는가? 내 질문은 그런거다. 핸드폰만 쇼를 할 필요는 없다. 진보는 늘 너무 진지해서 '쇼'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진정성과 도덕성의 지표만이 그들의 무기인가? 난 진보가 쇼를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 중에 하나다. 그것이 중대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그리고 방법적으로 쇼를 통해서든 뭐든  쇼 뒤의 '이면'을 깨닫고 진정으로 그들을 위하는 것으로 가야한다.(이미지 쇼의 문제는 대개 겉만 살짝 훑고 지나간다는 것이고 진보가 더 나으려면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공옥진의 얼굴을 안은 저 손이 그의 손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과거 공옥진 여사는 기업체에서 많은 돈을 들고 와도 자기가 싫어하는 공연을 끝까지 거부했다고 한다.하지만 대학의 대동제같은 공연에는 무료로도 가서 자기의 춤을 보여주고 젊은이들과 웃음을 나누었다고 한다.아마 TV로라도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번이 거의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11월 1일 KBS 스페셜이다. 

 <아름다움을 훔치다>. 사진작가 김수남은 공옥진이 본인 스스로 '공옥진이 보다 더 공옥진이 같다'고 흡족하게 평가한 사진이 있다. 어느 시골 읍내에서 멍석을 깔고 춤을 추는 공옥진,그리고 그 춤판이 끝나고 어르신들에게 막걸리를 따라 주고 있는 공옥진이 그 사진이다.  

그녀는 시대의 광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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