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 할인행사
앤드류 도미닉 감독, 브래드 피트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이 영화 dvd를 찾다가 지난 페이퍼들을 찾게 된거다.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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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영화제목이 좀 길다. 제목만큼이나 상영시간도 길다. 대략 2시간 40분 정도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볼 수 없다.

바로 DVD로 나왔다. 전주 국제 영화제를 찾았던 행운아들은 이 영화를 큰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행운아들이고 그들의 심미안에 박수를...

올해 나를 가장 기쁘게 했던 영화는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내 주변 반응은 '그게 도대체 뭔 말이에요' '뭐야..끝이 그게' '아...진짜 답답하네' 가 대부분이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봉태규가 나온 <가루지기>에 더 큰 박수를 보낼 듯 하다. 취향이야 취향이니까..박수를 보내도 상관없다.(진짜루) 하지만 자신의 예술적 경험의 일천함과 텍스트를 읽는 노력의 부재를 자신의 무기로 삼아, 당당하게 진지한 영화를 매도할 때-대개는 재미없다는 말로 통합된다. 도대체 재미란 무엇인가?- 는 정말 정말 마야코프스키의 싯구를 실행에 옮기고 싶어진다.

이 영화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후에 가장 훌륭하다. 서부시대 실존했던 제시 제임스라는 갱 역학을 맡았던 브래드 피트는 이 영화로 부활했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충분히 그럴 만하다.

영화는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열차 강도 한 번 이외에는 별 다른 액션이 없다. 영화 제목이 이미 제시 제임스의 죽음을 밝히고 있으니까 제시 제임스가 로버트 포드에게 죽는다는 것을 알려도 그닥 스포일은 되지 않을 듯 하다. 제시 제임스가 죽는게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20살이 된 로버트 포드가 제시 제임스 일당에 합류하면서 시작한다.로버트 포드 역을 맡은 유약하며 지적으로 보이는 친구는 커시 애플렉이다. 이름이 좀 낯익지 않은가? <굿 윌 헌팅> <아마게돈> 등에 출연했던 밴 애플렉의 동생이다.

로버트 포드는 제시 제임스의 추종자다. 요즘말로 하면 열혈 팬이다. 그의 기사를 수집하고 그와 관련된 픽션들을 모두 읽는다. 심지어 그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까지 기억해낸다. 이 소심해보이는 청년이 장차 제시 제임스의 암살자가 되는 것이다. 그에게 제시 제임스는 우상이자 아버지이고 또한 절대적 가치이다. 그랬던 그가 왜 제시 제임스를 죽이고자 할 까? 프로이트적으로 말하자면 살부를 통해 아들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함이었을까...아니면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의 주인공처럼 '절대적인 미' 에 대한 타나토노스적 충동이었을까...왜 채프먼은 그래서 존 레논에게 총구를 겨누었을까? 결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일단 돌아온 브래드 피트를 보자.

브래드 피트는 영화<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뽀쏭 뽀송한 그였을때가 가장 좋았다.

그 이후..나는 그에 대해 별 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파이트 클럽>에서 뭔가 좀 다른 느낌을 주었지만...

결국 내게 그는 이 영화로 그가 허방이 아닌 한방임을 보여준 셈이다..

제시 제임스라는 인물은 이 영화에서 정말 매력적이다. 그가 '안티 히어로'로서 매력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는 악마적으로 집요한 갱 두목이지만 이웃집의 선량한 가장이기도 하다. 그가 어린 아이를 상대로 고문에 가까운 폭력을 행사하고 이어서 잔설이 남아 있는 벌판에나와 말에 기대어 우는 장면은 그의 복잡한 내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성과 속'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다. 또한 '폭력과 침묵'을 동시에 품고 있는 사람이다. 브래드 피트는 이런 양가적인 내면을 가진 인물을 하나로 브랜딩해 내는 일에 성공했다. 무심한 듯 아름다운 서부의 풍광을 연출해낸 감독의 미장센도 큰 몫을 했다. 



영화는 아주 느릿 느릿 진행된다. 중반부까지는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그러나 싶을 정도다. 마치 첼리비다케의 브루크너 교향곡을 듣는 느낌이다. 지붕에서 땅을 향에 떨어져 내리는 거미줄처럼 흔들거리며 중심으로 치닫는다. 장면들은 눈 내리는 소리처럼 침묵과 침묵 사이를 매운다. 실제 영화에서도 눈 덮인 장면이 자주 나온다. 서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눈 내린 장면은 이 영화에서 처음 본다.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하는 지점은 느린 템포 속에서 극적 사건을 맞아서 느림과 느림을 충돌시켜 긴장감을 극화하는 방식이다. 이건 정말 눈여겨 볼 만하다. 여러 장면들에서 그런 '느림의 긴장감'을 맛볼 수 있는데...위 사진에 나온 씬도 그런 장면 중에 하나이다. 두 형제가 제시 제임스라는 거목을 잡으로 들어가기 전에 시선을 나누는 장면이다. 누런 풀빛이 눕는 와중에 아무런 대사도 없이 둘의 얼굴과 펌프질하는 물 떨어지는 장면가지고 거사를 앞둔 긴장감을 표현해낸다. 이런 표현이 좀 뭣하지만 아름다운 장면이다. 영화는 씬과 씬 사이의 이동장면이나 나레이션 장면에서 매혹적인 장면을 선사한다. 때로는 화각을 왜곡하거나 유리를 통해 비춰지는 장면들로 미장센을 구성함으로써 다분히 몽환적이고 선적인 느낌을 준다. 

영화는 제시 제임스 암살 이후에 조금 더 진행된다. 제시 제임스를 800번을 죽인 로버트 포드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슴을 누군가에게 한 웅큼 움켜 잡혀 있는 먹먹함을 준다. 돌아보니 영화 내내 제시 제임스는 타자였을 뿐 로버트 포드가 나의 한 구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가 조연같은 주역이기도 했고 그의 시점이 중심이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려는 카메라 앞에서도 나는 로버트 포드의 좌심방 한쪽 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시 제임스는 로버트 포드의 뒷덜미를 바라보면서 의자에 앉아 시거를 피우고 있다.  

영화 길다. 그런데 이 영화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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