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가지런히 줄 처진 종이를 주거든 

줄에 맞추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써라. 

                    -후안 라몬 히메네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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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 비래드버리의 <화씨 451>에 첫 장에 인용된 히메네즈의 글이다.    

부랴 부랴 히메네즈를 검색....(음 ...) 

아저씨들도 없고 해서, 컴퓨터 앞에 <화씨 451>을 꺼내 놓고 이어폰으로는 한국방송의 <동창이 밝았느냐>를 듣고 있다. 

최근 거의 논문글(?)들을 읽느라 머리가 자꾸 큐브처럼 구획지는 듯 했다. 어젯밤 흥미로운 판소리 논문책 하나를 다 읽고 나서-시인 정양의 <판소리 더늠의 아름다움>,예술사회학책이다.민중 정치적이다. - 지난 여름 사 둔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을 출근길에 안아 왔다. 

책을 터억 하고 펼쳤는데.... 히메네즈의 문장이 눈에 화악하고 들어온다. 

줄 쳐진대로 쓰지 말라는 시인의 말. 

정치적 의미로 읽는 것도 가능하고,실존적 의미로 읽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아방가르드적 미학의 측면에서 읽는 것도 모두 모두 자유다. 하여간 하나의 개념어는 하나의 의미만 가지지 않는다.  

언젠가 속으로 웃었던 경험..  

내가 (정치적) 자유주의를 비판한다는 것을 아는 분이었는데 내가 '자유' 를 이야기하니까... '지난번에는 자유주의를 비판하셨잖아요.' 라고 했었다.어이할꼬? ^^ 아마 나는 니체나 데리다식의 해체적 자유까지도 말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거기에 기대지 않아도 '날라리딴따라근성'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 길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구만리 장천 같은 이야기를 어찌 다 할 것이냐... 

히메네즈의 시선집이 국내 번역된게 하나 있다.  ...  

다시듣기로 듣는 라디오에서 가수 조관우의 아버지가 <수궁가>중에서 토끼 용왕 속이는 소리를 하고 있다. 판소리 다섯마당의 사설은 예술사회학적으로 보면 모두 정치,사회소설이다. 어린 시절 금성출판사 버전으로 본 전래동화,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전통소설....모두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거의 알고 있는게 별로 없었다는 것을 요즘 다시 느낀다. 멋진 소리와 함께 즐거운 재발견의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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