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아 

               -최상호  


너 처음 세상 향해
눈 열려
분홍 커튼 사이로 하얀 바다 보았을 때

그때처럼 늘 뛰는 가슴 가져야 한다

까막눈보다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
더 무서운 법

한 눈으로 보지 말고 두 눈 겨누어 살아야 한다

깊은 산 속 키 큰 나무 곁에
혼자 서 있어도 화안한 자작나무같이

내 아들아

그늘에서 더욱 빛나는 얼굴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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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 시의 출처는 시인의 <김춘수의 '꽃'을 가르치며>(시와 시학사)이다. 하지만 내가 이 시를 읽었던 것은 도종환 선생이 엮어 놓은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에서이다. 

도종환 시인은 부모의 마음에서 바라본 자식에 대한 이야기와 자식의 마음에서 바라본 부모에 대한 마음.그리고 두 세대가 함께 읽는 시로 이 편집본을 엮어 놓았다. 

아들의 위치에만 있다가 요 몇 년 사이에 부모와 자식 사이에 낀 존재가 되다보니 마음이 삼대를 건너 다닌다. 아이가 생기고 내가 얻은 가장 큰 변화이자 또 세계의 확장이다.
  

월요일은 둘째 재원이의 100일이어서 '100파티'를 했다. 미리 자리에 앉아서 잔뜩 기대하고 있는 예찬이에게 귓속말로 비밀을 하나 알려주었다.  "촛불은 예찬이가 끄는 거다." 라고 말이다. 금새 얼굴이 환해진다. 

가끔 예찬이가 혼자 노는 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쓰럽다. 엄마는 집안일 하고 있고 아빠는 둘째를 안고 다니고 있고...  

어제 밤에는 함께 자는데 예찬이가 "아빠가 안놀아 주었잖아"라고 말해서 더 짠했다. 책도 읽어주고 많이 놀아준다고 생각하지만 예찬이가 꼭 함께 놀고 싶을 때는 둘째 재원이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거기에 오늘 아침에는 예찬이에게 화를 내고 나왔다. 식사를 빨리 끝내고 아이 이닦이고 어린이집 갈 준비까지 마쳐주고 나오는게 아침에 내가 해야될 일이다. 그런데 오늘은 식사준비도 좀 늦고 어슬렁 거려서인지 좀 늦었다. 거기에다 밥 잘먹는 예찬이도 요즘 종종 식탁 앞에서 '안먹어' '그럼 내려가서 놀아' '싫어'를 반복한다. 밥을 먹으래도 싫다고 하고 먹지 말래도 싫다고 한다. 결국 오늘 내게 혼났다. 엉엉 울고 불고...  

대개는 설명하고 달래고 화해하는 수순을 밟는데...오늘은 출근시간도 가까왔고 티격거리기도 싫어서 그냥 출근해버렸다.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데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예찬이가 아빠한테 인사한데요".....그냥 엘리베이터 속으로 들어가면서 "됐어" 하고 나와버렸다. 

금새 미안했다.  

그래서 아이어린이집 가기 전에 전화를 한다. 아내가 핸드폰을 두고 나갔나 보다.     

아이가 '화안한 자작나무'가 되길 바라기 전에 내가 그 숲 언저리라도 좀 가있어야 될텐데..쯥  

반성으로 시작하는 하루다. 

아...도종환 시인의 저 시집은 아이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뭉클해질만한 시가 많다. 아이 동화책 읽는 틈틈이 아이와 부모를 생각하며 읽어도 좋을 시선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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