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전집이다. 9월 9일에 판매가 시작된다는 비틀즈 전집 박스물. 가격이 30만원을 넘는다. 나는 비틀즈 LP는 몇 장 있지만 CD로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 박스물에 눈이 간다. 

일본 하라주쿠에 가서 비틀즈 샵을 둘러보며 재미있는 물건들을 만지작 거리다 내려놓은 기억도 난다. 생각보다 비싸서...   

아내에게 얼핏 운을 띄웠는데 의외로 호의적이다. 아내는 "비틀즈, 비틀즈 하는데 히트곡들은 들어봤겠지만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이참에.."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약간 거들며 " 나중에 예찬이랑 재원이랑도 들을 수 있을 거 같지 않아" 그랬다.  (사실은 매체가 바뀔 것이다.^^)


<브리태니커 판소리 전집>CD 이다. 판소리 5마당과 단가집이 포함되어 있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과거 LP로 만들었던 전설의 판소리 명반이다. (알라딘에는 이미지가 없다.) 올초부터 판소리를 제법 듣고 있다. 관련 책도 꽤나 보고 있는데, 읽는 책들을 좀 털고 시간 되면 판소리책과 관련된 페이퍼를 하나 올릴까 싶다. 

이 음반에는 조상현, 한애순, 정권진, 박봉술 명창이 참여하고 있다. 조상현 명창은 과거 TV활동을 통해서 그래도 얼굴이 좀 알려진분이고 분이고, 정권진 명창은 보성소리의 적통인 정씨가문의 3대째 명창이다. 그의 아들이 정회석 명창으로 그 집안은 4대째 명창가문으로 동편제 송씨 가문과 대칭될 만한 소리명가다. 한애순 명창은 <노름마치>에도 숨은 진주로 거론되는 분이다. 월북한 박동실 명창의 제자다. 박봉술 명창은 구례사람으로 동편 적벽가의 거장이다. 술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무형문화제 지정 때 심사단이 박봉술 명창의 술을 문제삼자 박록주 명창이 소리로 문화재주는거냐 술로 주는거냐라고 서릿발 같은 호통을 쳤다는 일화가 있다. 박봉술 적벽가의 전승자로 김일구명창과 판소리 불모지 부산에서 오래 활동하신 송순섭 명창이 있다. 

이 음반은 정말 유명한 음반이고 요즘도 헌책방같은 곳에가면 중고LP가 있다. 

비틀즈와 경쟁하고 있는게 바로 <뿌리깊은나무 판소리전집>세트다. 가격이 30만원정도다.   

 지젝의 두꺼운 책이 나왔다. <잃어버린 대의를 옹호하며>.이미 로쟈님의 페이퍼나 각 신문의 책 소개글을 통해 알려졌다. 

'잃어버린 대의' 라는 것은 흔히 불확실성 시대,거대서사 종말의 시대에 나침반을 다시 한번 재고하자는 뜻으로 보인다. 지젝이 재독해하는 중요한 철학자 중 한명이 헤겔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사실 상대주의와 포스트모던한 불가지주의에 맞서는 비책 중에 하나는 그것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달려드는게 아닐 수 있다. 바디우 식으로 말하자면 '선언의 충실성' 그것 하나 만으로도 가능하다. 물론 고집스런 신화에 매달리는 성찰의 부재를 옹호함은 아니다. 한방은 체질별로 약을 쓰는데 당위에 지나치게 매여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맞는 또한 불확실성에 너무 매여있는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처방이 균형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어떤 분이 '유토피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난  마르크스식의 유토피아를 애당초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사람에 대해 별 불만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토피아가 허상임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유토피아는 원래 갈 수 없는 곳 아닌가. 유토피아를 규범적 지향성정도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규범적 지향성이 정도를 넘고 실재로 착각하는 오류는 지적할 필요가 있겠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문제 될 것 없다. 현실적으로 유토피아를 말하는 이들 중에  유토피아는 마음 속에 그려두고 하나씩 현재의 문제에 개입하여 조금 더 세상을 아름답게 하려는 이들이 많다. 오히려 유토피아가 문제가 아니라 유토피아의 그런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심 부족이 문제다. 이안 파커의 <지젝>과 지젝이 쓴 <전체주의가 어쨋다고>가 밀려 있어서 당장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책의 분량도 부담스럽긴 하다. 

벤자민 바버의 <강한 시민사회 강한 민주주의>이다. 나온지 꽤 된 책인데 한나 아렌트를 소개한 책을 보다가 알게 되었다.  

책의 후반부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맥퍼슨과 페이트먼, 바버의 글들이 인용되고 있다. 다른 이들의 책은 국내 번역된게 별로 없는 듯 하고 벤자민 바버의 책이 한 권 있다. 이 책보다 더 유명한 책은 <자하드와 맥월드>라는 인상적인 책인 듯 하다. <강한 시민사회 강한 민주주의>는 참여민주주의라는 차원에서 시민사회 영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듯 하다. 책 내용은 직접 확인하면 좋을 듯 하고... <20세기 정치사상 한나 아렌트>에 나온 글은 이렇다. 

"확실한 지식,참된 과학, 절대적 권리가 있는 곳에서는 진리의 통일성에 비추어 해결될 수 없는 갈등이란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정치란 불필요하다." 바버는 이 글에서 형이상학적 진리와 도덕률에 입각한 정치를 반대하고 있다...좋은 내용 아닌가 ^^ 

 셀던 월린의 고전 <정치와 비전>2편이 드디어 번역되었다. 후마니타스에서는 한 권씩 한 권씩 번역하나 보다. 1권에서는 정치철학에 대한 월린의 소견부터 시작해서 플라톤-캘빈까지 서술되었다. 2권은 이제 근대정치의 출발이라는 마키아벨리부터 시작된다. 대략 목차를 보니 홉스, 루소를 거쳐 생시몽과 조직이론 정도에서 마감된다.  

주로 서구 자유주의 전통이 자리를 잡는 시점에 대한 이야기다. 셀던 월린은 참여주의와 직접행동의 전통에 바탕을 두고 정치를 이해하는 학자이다. 촛불세대-난 이런 표현을 디게 싫어하는데- 하여간 우러러마지 않는 촛불세대의 정치사상사로 추천할 만하다. 촛불 말고도 이것 저것 횃불,잔불,꺼진불, 화롯불,성냥불,등잔불 등등...많다는 것 쯤 알 때쯤 봐도 좋을 것 같고...  

자...마지막은 <레드 제플린>이다. 가격이 꽤 센 편이다. 단행본5만원 돈이면 과문해서인지 몰라도 싼 가격은 아니다. 

레드 제플린은 내가 락그룹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밴드다. 비틀즈보다 나는 레드 제플린이 좋았다. 당연히 중학교 때부터 한장씩 LP를 모아서 마지막 코다 앨범에서 전집 완성을 했다. 지금은 창고 속 박스에 고이 보관되어 있는데 습기먹어 곰팡이 슬지 않았나 슬쩍 걱정된다.  하여간 <레드 제플린>이다. 이런 밴드들 덕분에 음악에 꼽혀서 여기까지 오게 된거다. 그런면에서 지금 이 밴드는 없지만 나는 이 밴드를 아직 보내지 않았다.  

 

이 참에 제플린 음악 하나 듣자. 다시 인켈 오디오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소년이 된 듯 하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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