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은 가을이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 

  첫구절은 너무 유명해서 '개같은 가을' 마저 일단멈춤 할 것 같다. 

그 외에 별로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리뷰도 쓰기 싫다. 

그래도 가끔 대화는 하고 싶은데 모두와의 대화가 아니라 몇 명과의 작은 이야기 정도. 

어제는 '미망'으로 마음이 어리둥절 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한 명에게만 길게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늦은 오후 상가집을 다녀왔고 그렇게 저녁을 맞았고...그렇게 하루는 지나갔다. 미망의 파문은 여전하다. 

바다 위에 자기의 늑골을 드러내고 누운 다리 위에서 보랏빛 저녁 구름떼를 보았다. 가을 바람은 서늘하고, 나는 볼륨을 높여 차창을 타고 유혹하는 바람의 소리를 잠재웠다.  

<여행자의 노래4>

그러다가  멀리 더 멀리... 낯선 더 낯선 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임의진씨 처럼....안녕. 하고 말이다. 

...임의진의 <여행자의 노래>시리즈는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음반이다. 월드 뮤직에, 포크음악이니 더할 나위 없다. 그 중에서 자켓에 어느 몽고 마을의 풍경을 담고 있는 <여행자의 노래4>는 요맘때 더욱 좋다. 

.... 

할 말 없다고서 말이 많다. 그래도 '개같은 가을'보다 더 견디기 귀찮은건 '개같은 자'들이다. 

 

 어제 이야기하고 싶었던 사람에게 <여행자의 노래4>에 들어 있는 노래 두 곡을 보낸다. 언제라도, 멀리서도 이 노래가 그대의 가슴에 닿기를... 여행가고 싶다. 

 글랜 한사드  sleepling 

사이토 테츠오 바이바이 사라바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