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에 예찬과 해운대에 있는 장산에 다녀왔다. 산책을 하다가 죽어 있는 잠자리를 보고 설명도 해주고, 잠자리를 물에 보내며 "좋은데로 가세요."로 했다.
아이가 머리에서 땀이 난다며 자꾸 긁기에 근처에 작은 약수터에 가서 세수를 시켜주었다. 집에 잇는 물보다 차가왔던게 인상적이었나 보다. 시원하다며 얼굴이 환해지더니..."약수" 라는 말을 머릿속에 새겨갔다. 약수터 앞에서 둘이 포도도 아옹다옹 먹고 즐거운 산책이었다.
그런데 그 날 오후부터 예찬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은 최악이었다. 때마침 둘째 재원이마저 앙앙 울어댔다. 예찬이는 몸이 아프니 마음도 서럽고 펑펑 울고... 평소에는 모두 나랑 잘 놀던 친구들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다 필요 없다. 엄마뿐이다. 거의 1시간을 둘이서 스테레오로 울었다.
저녁 8시쯤 열을 재어보니 38.8 도였다. 해열제는 먹이지 않고 어디서 얻어온 해열 패치를 머리에 붙였는데 그거 안붙이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한 10여분 씨름을 했다.
아침에 예찬이 체온을 재었더니 1도 가량 내려갔다.
아내와 나는 신종플루에 대한 걱정을 동시에 해야만 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열재어보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병원으로 가자고 이야기해두고 나왔다
오전에 잠시 열이 내려갔다고 하더니 오후 다섯시 무렵에는 39도 가까이 또 올랐다. 결국 부랴부랴 퇴근에서 근처에 있는 신종플루 거점 병원으로 향했다. 토요일에 예찬이 친구와 놀이동산을 다녀왔고, 또 마트도 갔다왔기 때문에 더욱 그랫다.
보건소에서는 이미 신종플루 검사를 하지 않는다. 정부의 플루 대처방안이 바뀌었기 때문이다.흔히 신종플루 검사는 독감검사부터 해서 A형 판정이 나오면 2차 신종플루 검사에 들어간다. 그런데 어제 갔더니 곧바로 신종플루 검사를 했다. 사흘 정도 있어야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타미플루를 바로 처방했다. 몇 가지 과정들에 대해 의사에게 물었는데 의사의 설명이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타미플루의 효과는 48시간 내에 가장 높다는 것도 들었던 것 같고, 플루 대책이 바뀌어서 의심이 가면 일단 처방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일주일전 정부의 방향과는 또 달라진 것이고 이건 신종플루의 양상에 따라 바뀔 수 밖에 없다.
비용은 대략 4만원 미만이었지만 일단 본검사로 바로 들어가고,또 처방을 곧바로 하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만, 병원의 영리 목적을 위한 방식이라고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쉽게 말하지는 않겠다. 그런 의혹들이야 플루 초기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플루에 대처한 정부의 방침이 너무 안이했던 것이 사실이기에 그것이 더 문제다. 질병관리본부장이 어제 부랴부랴 백신 구하러 출장나가는 모습을 TV 뉴스를 통해서도 봤다. 보건문제에 대해 국민들도 내심 조금 걱정은 하면서 "설마 나는" 이라는 뜻모를 자부심 역시 좀 문제가 된다. 다행을 바라는 소망과 현실은 좀 다르다. 신종플루가 3천명이라는데 모두 자기나 자기 아이들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할게다. 그런데 나는 어제 밤 아이와 자면서도 "예찬이가 만약 플루라면 나 역시 안전치는 못하겠군." 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저 저녁 TV로만 보던 타미플루를 아이에게 먹였다. 그리고 태어나서 3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에게 해열제라는 걸 먹였다. 그 덕인지 어쨋는지....오늘 아침에 열이 37도정도로 많이 내려갔다. 아직 안심할때도 아니고 결과는 사흘 정도 있어야 될 터이니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한다.
간호사랑 약사랑 그런 이야기를 했다. "예전 같은 면 그냥 감기 정도로 생각하고 넘길텐데 요즘은 일단 감기가 단순 감기가 아닐 수 있어서 아무래도 불안하지요. 증상이 감기랑 별반 다르지 않으니 검사해보지 않으면 알 수도 없고.." .... ....
요즘은 감기만 걸려도 일단 의심이 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맘 때 최상의 건강 수칙은 '감기조차 걸리지 않는다.' 이다. .. ...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