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정희성

빛 안에 어둠이 있었네 

불을 끄자 

어둠이 그 모습을 드러냈네 

집은 조용했고 

바람이 불었으며 

세상 밖에 나앉아 

나는 쓸쓸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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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돌아보면 같은 자리지만 나는 아주 먼 길을 떠난 듯 했어' 장마철에 차 안에서 들으면 좋은 음반이 윤상 1.2집 아닐까? 전람회 2집도 내가 요맘때 즐겨듣는다. 정희성 시인의 <돌아다보면 문득>이라는 시집이야기를 하다가 '도치된 문장'이 낯익어 딴소리 잠시 해봤다. 

오늘은 이런 감상적인 딴소리마저 송구스럽다.  

평택에서는 폭력과 대항폭력 사이의 일촉즉발,폭풍전야다. 평범하게 살았을 젊은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종강씨는 강연다니면서 가끔 고 정은임 아나운서의 영화음악 오프닝을 인용한다. 

 이런 내용이다.

 

새벽 세 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백여 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 겠다구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정희성 시인의 시보다 인용이 길어졌지만 시인은 충분히 용서해주실 것이다. 2003년 한진중공업 파업당시 김주익 열사의 이야기다.  

그는 얼마나 외로웠을까....그리고 오늘 남편의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아내는 또 얼마나 외로왔을까?  큰 아이는 네살, 작은 아이는 한살....우리집과 같은데.

그렇다.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 한다. 우리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상 밖에 나앉아 쓸쓸한' 시인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또한 잊지 않는다. 

<희망>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천박할 정도로 외롭고 쓸쓸한 날이지만 장맛비 뒤에 한 줌의 햇살이...우리와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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