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 13년차에 들어섰다. 그동안 노조 위원장이 바뀔 때 마다 노조원들에 대한 정치교육 강화를 주장했었는데 그 때 마다 듣는 말은 

"아..그래요. 중요한 거지요. 곧 해야하는데...이번에 임단협 끝마치면 한 번 시도해봅시다." 

이런 대답의 반복이었다. 물론 중간 중간 공장 안팎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 변화에 대한 분석적인 강연들은 있었다. 대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노조 간부 몇 명만 앉아 있곤 했다. 

이번에 새로운 노조 위원장이 들어섰을때도 집행부의 일원으로서 같은 요구사항을 반복했다. 다행이 이번 위원장은 개별 사항들에 대한 의견협상 만큼이나 노조원들의 의식전환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일단 사적 이해관계로만 함몰되지 않아야 더 큰 연대투쟁에 자발적 동원이 가능하기때문이다. 앞으로 싸울 일들도 많은데 노조원들이 모두 '자기 월급 한 줌, 복지 한 조각' 에만 반응을 보인다면 난망한 일이다. 

회사 노조에서는 다음달 초 하종강 선생을 모시고 강연회를 열기로 했다. 

나는 집행부 회의에서 그냥 강의만 하지 말고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알라딘에서야 '하종강'이 꽤나 유명한 축에 끼이겠지만 사람들은 잘 모른다. 노조 위원장도 최근 몇 달 사이에 그를 안 듯 하고, 내가 그에 대해 아는 척하니까 . "어...그 분을 어떻게 알아요?" 라고 반응했다. 하여간 그가 대중스타가 아닌 이상 일반 노조원이 그 강연이라고 열의를 갖고 퇴근 시간 이후에 남아 있을 리는 만무하다. 

처음에 노조 위원장은  "뭐 그렇게 할 필요까지야.." 라는 반응이었다. 그에 대해 "과거처럼 사람 불러 놓고 대략 10명쯤 앉아 있으면 강의 하는 쪽도 무안하고, 강연하는 목적도 달성하기 어려운거 아니냐"고 응수했다. 아주 쉽게 생각해서...노래자랑 대회를 하려는데...출연가수들이 빵빵하거나 참가 상품이 빵빵해야 관객들이 관심을 갖는거 아니냐.." 라고 했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몇 몇 선배들이 "그래...시골 가도 세탁비누 하나라도 집어줘야 촌 노인네들이 나오는거고"  

- 무슨 노조가 그렇느냐라고 말한다면...나 역시나 참 한심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거기서 시작하는거다. 대중운동의 전술은 그렇게 하나씩 채워가는 거다. 필요하다면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해서 말이다. 막무가내로 '투쟁하자', '투쟁안해...이런 의식없는 쉑끼들..' 이런 것은 조직운동의 자세가 아니다.  

이렇게 해서 약간의 인센테브 아이디어를 내기로 만 하고 해산했다. 

오늘 공식적으로 일정이 붙었다. 엥...그런데 아무런 경품이 없다.ㅋㅋ 

그래서 또 쪼르르 노조에 달려갔다. 

"아...참가 독려 경품 좀 걸자고 했잖아요. 하기로 하구선..." 

위원장이 그런다. 

"음...그래요. 그런데 뭘 하죠?...노조 회비도 좀 부족하고" 

나는 큰 거 생각하지 말고 하종강 선생의 책 10권만 노조회비로 사십시오..라고 제안했다. 

노조 집행부나 대의원들은 주지 말고 평조합원들에게 주고 참가 인원이 많으면 추첨을 하던지 아니면 꼭 필요하다는 사람에게 주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강연 끝나고 '저자 사인' 까지 넣어 주면 더 좋고, 강연 끝나고 그냥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것보다 모양새도 좋고 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노조 위원장이 반기며 당장 어떤 책을 구해야 하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일단 최근에 나온 책으로 정했다. <아직은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알라딘에서 10권을 내 계정으로 사려고 했는데...옆에 노조 간사가 있길래 양보했다. 포인트 적립금은 아무래도 간사가 갖는게 나을 듯 해서... 

오늘은 만나는 사람마다-특히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강연에 참가하라고 홍보하고 다녔다. 

이번 강연의 반응이 좋아야 다음 번 강연도 탄력받아 추진할 수 있는데... 

나는 '조직쟁의부장'인데 나한테 더 어울리는 건 '교육문화부장'같다..ㅋㅋ 사실 구멍가게 노조에서 간판이랑 하는 일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사실 내 숨은 저의는...만약에 몇 번 강연을 하고 이게 반응이 좋으면...우리 노조가 주관하는 -일반인도 참여 가능한 오픈된 오픈강연을 구상하고 있다. 이런 내 속은 위원장도 모른다. 노조에 돈도 좀 벌어주는 사업도 좀 해야될 것 같다. 그래야 강연료나 인센티브를 좀 강화하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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