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에 아주 인기가 높았던 드라마가 있다. 제1공화국을 배경으로 정치폭력배의 이야기를 다룬 <무풍지대>이다. 주인공은 이정재 사단의 행동대장 유지광이었고, 해동검도 사범이신 나한일이 그 역을 맡았다. 이후 조금 젊은 시청자들은 호리호리한 김두한을 주인공으로 한 <야인시대>를 더 잘 기억할 것이다. <무풍지대>와 <야인시대>를 비교해보면 <야인시대>가 무협소설에 가깝다면 <무풍지대>는 정치소설이다. 오래전 기억이라 가물가물 한데....<야인시대>의 첫장면은 김두한의 국회의사당 똥물사건으로 시작된다. <무풍지대>는 국회의원이 된 이정재와 김두한이 국회단상에서 멱살잡이 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둘 다 국회가 배경인데 이후 <야인시대>가 그리스 영웅담으로 간다면 <무풍지대>는-아무래도 당시 정치에 대한 높은 대중들의 관심에 의한 것인지- 깡패들의 액션만큼이나 이정재 사단을 중심으로 한 정치와 조직싸움을 보여준다. 당시 조폭들이 스스로를 '의협남' 정도로 생각했고 그것을 '낭만적'으로 해석한 사람들에게는 1:1 싸움을 선호하는 김두한의 <야인시대>나 김두한,시라소니 스타일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깡패조직의 진화론적 발전의 징후를 가장 먼저 인식하고 이를 선도해 나간 것은  이정재의 동대문사단이었다. 

어제 MBC 뉴스를 보니 덕수궁 앞은 '무풍지대'가 되었다. 어제 저녁 광장토론회 역시 경찰의 저지로 무산되었다.(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    




경찰은 멀찍이서 구경하고, 끝나자 마자 구청 용역직원들이 와서 다 걷어가고, 빈 광장은 경찰이 삼엄하게 통제하고.....이거 자유당 시절 쓰던 방식과 똑깥다. 제대로 매장하지 못한-지젝식 표현이다- 이승만이 이렇게 유령이 되어서 돌아온다. 

당시 이승만에게 가장 비판적인 언론은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였다. 경향은 이후 내정간섭에 시달리고 경영난으로 거의 문닫을 뻔하다가 내부개혁을 통해 거듭나서 여전히 비판적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동아는 다 알다시피 70년대의 비판전통을 이어가지 못하고  이제는 'MB의 총애를 받는 신문'이 되어있다. 

분향소 철거건은 사실 용산철거건에 비하면 입질 수준이다. 그런데 이런 입질의 반복을 통해 백색테러단은 정권비호의 수위를 확인한다. 그들의 과격한 자경단 활동에 대한 여론의 뭇매가 높아지면 정권을 주모자 몇명을 검찰에 불러들여 조사하고 뒷문으로 슬쩍 보내준다. 검찰청 입구 까지야 언론도 여론도 관심을 갖지만 그 문 들어서고 나서 A/S는 사실 언론도 여론도 관심이 없다. 그런 속성을 잘 아는 권력은 주모자들에게 며칠간 밥 사주다가 보내면 끝이다.  

결국 나이트클럽 운영에 바빠진 조폭 대신 군복 입은 자경단은 '애국 애족을 위해서는 이런 희생은 당연하다.' 라며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가한다. 정권은 손안대고 코풀다고 손에 코묻으면 휴지로 씩 닥으면 끝이다. 그런데 지금이 자유당 시절인가? 라디오나 호외에 의존하는 시대인가? 인터넷은 물론이고 '트위터'라는 것까지 휘젓고 다니는 시절이다. 볼 것 다 보고 들을 것 다 듣는다. '국민이 졸'인줄 아는 것은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모든 독재자들의 공통된 DNA이다.  

어제 본  MBC뉴스의 다음 기사는 '이란사태'였다. 경찰의 학살과 강경진압이 너무 거세지자 시민들은 매일 밤 9시 30분에 일제히 자기 집 옥상 올라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30년전 팔레비 국왕을 내쫓았던-나는 아주 어린 시절이었는데 이 사건을 기억한다. 그때부터 정치적이었나?- 호메이니의 전술이었다.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다.'는 말은 그런고로 이론적으로, 경험적으로 진리치에 가깝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저런 구체적 저항이 아닐까?  '우리의 말이 무기'라는 것을 해체적으로 오독한다면 지금 우리에게는 '문자'보다 '음성'이 더 큰 무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집에 옥상이 없는데...집 집 마다 깃발을 달까? 노란 깃발은 은유나 상징이 되기엔 너무 경험적이어서 역공을 당할 수 있다.그리고 그렇게 수렴되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어떤 깃발을 만들어 달까?  저항의 X 가 좋을까? 승리의 V가 좋을까?  ... ... ... ... ...    

P.S) 용팔씨 이야기는 결국 한 마디도 안나오고 말았다. 용팔씨를 모르신다면..검색. 

요즘은 착하게 사신다니..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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