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에는 인상적인 구절이 아주 아주 많다. 그 중에서 짧지만 즐겨 인용되는 구절이 바로 이거다. 

"모든 결정타는 왼손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벤야민이 말하는 '왼손'이 박노자의 '왼쪽'과 같이 정치적 의미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벤야민의 '왼손'은 '낯섬','즉흥'으로 해석한다면 '이질감','전위','아방가르드','소수자','디아스포라'  등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런데 또 '우파 오리엔티드' 되어 있는- 여기서 우파는 한나라당의 기준이 아니다. 한나라당 기준으로는 똘본좌들 외에는 다 좌파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왼쪽'은 분명히 '낯섬'이고 결정타를 먹일 수 있는 힘이다.(이길 기원한다가 더 적확하겠다.)  

 

이명박에 반대하기 때문에 스스로 좌파라고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었다. 최근에 공부라는 것에 눈을 뜨고 평소 안쓰던 '미학용어'를 급남발하는 사람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긴 한데 간혹 우낀거는 '늦게 배운 도둑질'로 닭도 잡고 소도 잡으려고 나설 때이다.  

이 친구는 MB에 대해 분노하며 그것을 두고 자기를 스스로를 '좌파'스럽다고 목소리를 깔면서 이야기한다.  

지난 주에 또 한번 그러길래...'좌파라?..음..좌파 그게 뭐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슬쩍 물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또 목소리를 깔고 약간은 관조적인 어투로 ."한 때 좌파였다는 거구..지금은 뭐 별로 거기서 좀 떠나서..." 뭐 이렇게 말을 흐렸다. 내가 아는데로 이걸 정리하면 "한 1년전에는 좌파였는데 지금은 그런 정치문제는 좀 떠나서 미학같은데 관심이 있어" 이다. 

웃기지도 않아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1년 사이에 좌파가 되었다가 금새 그 쪽에서 관심이 없어질 수 있는 좌파가 있단 말인가? 1년 동안 MB에 대해 반대한 것이 '좌파'의 학습을 다 마친거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아니면 '정치'와 '미학'이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 

첫번째 1년 사이에 좌파였다가 좌파가 아닐 수는 없다. 한나라당이 규정하는 좌파였다가 정치에 관심이 좀 줄었다는 '정치무관심'으로는 이해가 된다.

두번째 '정치/미학'이 그렇게 쉽게 내가 관심 방향을 튼다고 구분되어 질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정치판 신물난다.'라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영화나 볼래 하면 불만없다.

아무리 '듣보잡 전성시대'라지만 아는 친구 사이여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아마 이 친구는 학위따면 1-2년쯤 뒤에 대학으로 강의 다닐게다. 액면 프로필이 대중들이 좋아하는 거라서... ^^ 

박노자의 글을 예전에 많이 읽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외부인의 시선도 신선했고, 또 이후 그가 보여준 탈근대주의적인 근대사 해석에서도 얻은게 많다.(물론 박노자의 탈근대적 해석에만 열광해서는 안된다.)  한동안 박노자의 책을 보지 않아서 이번에는 조금 관심이 간다.  

소개 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박노자는 '개혁적 자유주의'가 우리가 지니고 추구해야 할 최상의 무엇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지향과 현실' 사이에는 치열한 갈등과 조절 또는 화해불가능성의 공존이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진보적인 사람들이 대개 좋아하지 않는 '미쿡'처럼 한국의 정당 구조가 '이원화'되는 것이 '선진 정치'라고 생각치 않는다.  '대중정당'보다는 '이념정당'이 내가 원하는 정치지형이다. 그런데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반MB정당'이면 만사 OK인걸...'개혁적 자유주의' 외에는 모두 한나라당 2중대인걸... 그 스펙트럼이면 -내가 좌파인지는 몰라도- 2중대 1분대정도는 되겠다. 결국 이런 그 스펙트럼으로 보자면 나는 '우파의 2중대'이다. 알라딘에 어떤 '개혁주자'는 자신의 '진보적 결정들'이 과도하거나 휘청거릴때 균형을 잡아달라는 식의 객소리를 한다.  발화자의 좁은 스펙트럼이 매걸음 불균형을 자초하고 있는 것을 모른다.  

최소한 눈 앞에서는 전술적으로 '반MB'의 연대가 이루어지더라도...(적극 찬성하는 바이다.) 

'소년이여 꿈을 가져봐. 모든 결정타는 왼손에서 온다잖아. 한나라당이 말하는 왼손말구.'   

알라딘 소개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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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과감하고, 급진적인 ‘왼쪽’으로의 행진에 의해서만 어느 정도 빛이 있을 거라는 것이 박노자의 주장이다. 그 험난한 왼쪽으로의 행진 끝에 도달해야 할 곳은 “양육.교육.의료를 공동체가 책임지는 나라”로 표현될 수 있는, 공공성의 국가, 복지국가로의 대전환이다. 그리고 그것은 피를 흘리지 않는 선에서의 전면적인 ‘사회주의 혹은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급진적 개혁’을 통해서만 겨우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박노자가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라는 구호와 실천을 선명히 내세우는 까닭은, 워낙에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 흐름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왼쪽으로 기울어져야 비로소 좌우의 날개를 갖고 나는 새의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주류에 위험한, 불온한 흐름을 형성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복지국가라는 ‘중간 지점’에마저도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타결될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을 먼저 부르는 게 흥정의 원칙이 아닌가?(p.72)”

박노자는 그 근거로 현실에서 복지국가의 모범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 국가들은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라는 고귀한 열매를 지배자들의 순순한 양보 하에 얻어낸 것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예로 든다. 가령 노르웨이 노동당의 왼쪽 흐름은 “구소련의 독재를 거부하긴 했지만” 원칙적으로 혁명적 공산주의를 주장했었다. 그 정도의 왼쪽으로부터의 압력이 있었기 북구의 지배층이 불가피하게 양보를 해서 ‘복지 시스템’ 건설에 동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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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뭥미? 이거. 책도 안보고 이미 리뷰같다. 뭐란 말인가 이런 당혹감은? 그동안 리뷰랑 페이퍼랑 혼용해서 쓴 죄인가? 아니면 이거 결국 뻔한 이야기로 책이 채워질 것 같다는 불안감인가? 아니면 내가 반복해서 뻔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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