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직히 촛불을 잊었다.그렇다. 나는 잊었다. 

그런데 오늘 낮에 지난해 내가 촛불에 대해 뭐라고 썼는지 대략 살펴봤다. 내가 쓴 글 보다 비밀 댓글들이 많았다. 대략 세가지로 정리해보니... 

1) 무중심성이 가진 현실적 딜레마 

2) 비폭력에 대한 강박증 비판   

3) 과도한 낙관주의에 대한 경계   

이렇게였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이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나는 생각한다.특히 '전화'문제에 대해서는 그렇다.(나만 그렇게 생각하니까...즉 대세에 아무런 지장없는 광인의 헛소리이니 딴지 걸지마라. 아직 꺼지지 않은 촛불에 힘을 빼는 짓입니다..는 식으로 말이다.) 

촛불의 주체문제, 이게 사실 지금 촛불 논쟁의 쟁점이다. (그리고예측대로 인신공격으로 끝을 향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위의 3가지에 근원적인 모태가 되기도 하고,또 다른 말로 하면 내가 직접 관계하고 싶은 '현실정치 실천'문제와는 선이 다른 더 이론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이다. 현재 논쟁은 '좌파' 내에서의 주체 논쟁이고 내가 관심을 갖는 영역은 '촛불'만의 영역이 아니다. 내 주변에 촛불에 참여한 이들보다 참여하지 않은 이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실제로 그렇지 않은가? 내 관심은 '촛불-비촛불'의 문제이며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현실적 힘과 동원의 문제이다. 

내가 주체 문제에서 한가지 조금 수정-내지는 보완한-것은 최초에 나는 이 운동을 '자유주의적 시민운동'으로 파악했다. '비폭력'에 대한 강박은 정권이 허용하는 내에서의 시위라는 한계를 직접 보여주었기때문에 자유주의적 시민운동의 한계와 닮아 있기도 하다. (이 말은 자유주의 시민운동으로 이해했다는 말이지, 자유주의 시민운동을 부정한다는 말이 아니다. 도대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주의 시민운동을 부정하고 어떻게 변혁을 만들 수 있는가? ) 그렇지만 나는 조금 더 열린 태도로 약간의 차이점에 밑줄을 그으면서 '다중론'과의 절합으로 이동했다. 어떤 분이 '자유주의적 자율주의'라고 하던데...자율주의입장에서는 자율주의가 받는 여러 비판중에 하나인 '자유주의=자율주의'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하여간 내게 운동과정에서 주체범주에 약간의 수정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이 말은 내가 자율주의에 동의한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나는 자율주의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최근 논쟁에서 '다중'과 '대중'의 문제에서 나는 '대중'을 지지하는 편이다. 이건 이택광을 지지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이택광의 어떤 부분,최원의 어떤 부분,조정환의 어떤 부분...(하여간 나와 이것을 가지고 논쟁하려 하지 마라. 너나 잘하시고 미친개가 짖나보다 해라.)

'대중'이라고 하면 '다중'에 비해 구태의연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되기 쉬운데 그건 오래된 리비스주의 전통에서나 그런 것이다. 네그리의 '다중'에는 도대체 어떤 흠집이 없다. 내게 '대중'은 양날의 칼이다. 나게 이것은 검증된 진리와도 같아보인다.  내가 촛불 와중에 '대중'의 양가성과 그리고 그의 잠재성에 촛점을 맞추기 위해 다시금 들척였던 것이 그람시였다. 마르크스 전통에서 '대중'의 양가성과 그의 긍정적 전화에 최초로 주목한 사람이 그람시였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해와 같은 거대한 촛불은 정권 말기에서나 가능해 보인다. 그 이유는 주체의 분열때문이 아니라 폭력적 정권의 항체 형성때문이다. 정권은 권력의 누수가 오기전까지 사전에 제압할 것이다. 이제 이어폰끼고 할 수 있는 시위는 MB정권 하에서 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해보다 오해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저항은 끝났다는 말인가?' 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푸코의 말처럼 "권력이 있는 곳에 어떻게 저항이 끝날 수 있단 말인가?" 운동은 촛불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그리고 다음 촛불이 있기 전에도 당장 내 눈 앞에,또 당신들 눈 앞에도, 촛불과는 다른 종류의 저항이 놓여있지 않은가? 죽창을 든 사람도, 죽봉을 든 사람도, 마이크를 내려놓은 사람도,거리에서 홍보전하는 사람도...촛불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나는 계속 운동 중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사람들도 여전히 그렇다. 그런면에서 오해의 여지가 있지만 -내가 패시미스트라고?-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다.  

"촛불은 잊어라. 너에겐 다른 투쟁이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 맞게 과감하게 응해라." 

 다음번 촛불은 과거 촛불과 또다른 정세와 양상에서 펼쳐질 것이기에 해석적으로는 얻을 것이 있어도 반복을 통해 얻을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없다..라고써야하는데..이젠 뭔 말을 못하겠다.아주..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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