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페이퍼를 쓰면 곧잘 지운다. 반나절 넘기고 생각하면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지운다. 자기검열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검열은 애초에 쓸데부터 시작하는게 자기검열이다. 그런데 써놓고 지운다는 것은 무언가 장애가 있는 것이다. 그저 생각나는데로 몇 가지 단상을 적어 놓고 지우고, 어떨 때는 댓글을 달다가도 마지막에 생각이 바뀌어 올리지 않는다. 정말 짧은 '좋네요.' 이런거나 자신있게 올린다. 이유는 결국 '잘 알지도 못하면서..' 때문이다. 이건 발화자와 수용자 둘 사이에 공히 존재하는 문제이고 그 틈새에 끼여버렸다. 결국 누구에게나 말을 던질 수야있겠지만 소통은 상호이해가 가능한 자들사이의 몫이다. 

갑자기 예전에 미선,효순 촛불집회-그러니까 2002년인가-<100분토론> 때 손석희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한총련인지,서총련인지,북부총련인지 소속 대학생 녀석이 생각난다. 100분토론을 잘 보지 않는데 우연히 돌리다가 봤다. TV 토론은 말초 감각을 자극하기 위한 쇼일때가 많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았나? 속되게 말하면 '싸움'이라는 스펙터클은 전체적이다. 구경하며 분노하고,열받고,전화 해보고 싶고 그런 관객으로 전락하는 자기를 못느끼는가? 주체적인 TV피플..THIS IS CITY LIFE!! 하여간 그 이야기가 아니라 그 소년이야기다. 열혈청년이 방청객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촛불의 정당성에 대해 단상에 올라온 사람처럼 상기되어 열변을 토했다.거기까지 하고 앉았으면 최소한 '장하다.소년'은 되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애송이가 뭔 짓을 했냐하면....갑자기,뜬금없이,애드립으로 진행자 손석희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거다.  

"진행자님은 촛불집회에 나가보셨습니까. 얼마나 벅차고 가슴뛰는 현장인지 느껴보셨습니까...우리는 하나다.무언가 이룰 수 있다라는 그 뜨거운 열기를 느껴보셨습니까? "  손석희가 적지 않게 당황하며 머뭇거리니까 이 열혈청년은 정당성이 자기에게 있다는 듯이 "진행자님은 제 질문에 답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뜨거운 열기를 느껴보셨습니까?" 라고 재차 물었다. 손석희는 "네...알겟구요.그 질문은 답변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건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대답해야 할 성질의 것도 아니구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으니..그럼 다음 의견있으신 분..좀 짧게" 

하여간 이런 이야기였다. 의협심에 불타는 그 소년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손석희처럼 손목에 수갑차고 수의라도 한 번 입었을까? 어디 어디 소속이었으니까 그랬을 수도 있다. 빈정거리는게 아니라 진정으로 잘 자라났기를 바란다. 솔직히 그 때 TV보면서 나는 '저런 빙신같은 애송이 새끼..'라고 해버렸다. 하지만 욕은 하더라도 젊은 날의 그런 치기어림은 이해해 줄 만큼은 된다. 언젠가 쪽팔린 짓이었음을 알기만 한다면..그 애송이새끼가 밑바탕부터 애송이였는지 아니면 젊음의 치기였는지는 모르겠다. 정말 잘되었어야 하는데...  

밤도 늦고..또 쓰면서도 또 지울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하면서 쓴다. 기억상실증 환자가 자기가 기억상실증이므로 지금 지시하는 대상을 잊게 될거라는 걸 아는 것 처럼... 

언제가 말했는데.. 알라딘에서 가장 진정성있는 소통은 알라딘의 주류인 엄마들 사이의 아이키우는 이야기다. 그런면에서 나도 오늘의 대미는 진정성있는 이야기를-사실 이야기는 그닥 없고 사진 몇장이다.  



자는 예찬이...딱 한번 이런 포즈로 잠을 잤다. 



1....첫돌 아니다. 예찬이는 7월이 되면 3돌이 된다. 그럼 1은 뭘까요?  예찬이와 미리 약속한게 있어서 잊지 않고 밤에 파티하러 갔다. 예찬이는 과자,케익같은 것을 먹지 않는다. 콜라,아이스크림,사탕 이런 것도 단 한번도 먹이지 않았다.(또 해보지? 무슨 근본주의자냐고 ^^) 그런데 왜 케익이냐고...야밤에 떡집은 안한다. 떡집 일찍 문닫고 새벽에 일찍여는거 아시지..^^ 예찬이는 케익은 안먹어도 케익 위의 촛불끄는 건 정말 너무 좋아한다. 예찬이는 아토피가 팔과 가슴언저리에 조금 남았다. 아내는 어린이집 식단을 매일 살피고 예찬이가 먹으면 좀 불안한 식단이 나오면 매번 도시락을 싼다.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가끔 과자나 사탕같은 걸 가지고 온단다. 우리에게 도움은 안되지만 막을 수도 없다. 예찬이는 조금 맛만 보고 '이건 먹는거 아니지요'라고 하며 눈길을 주지 않는단다. 대견한 녀석...언제까지 저럴거냐고 묻겠지 ^^ 평생 저러지 않는다. 어디서 보니까 5돌 정도까지 아이들의 입맛을 정크푸드에 길들이지 않으면 아이들은 나중에 저런 걸 먹긴 먹어도 입에 줄줄 달고 다니지는 않는다고 한다.  ... 아...저 1 은 말이지...예찬이 키가 1M된 기념파티다. 대단한 일 아닌가? 정말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1M는 거의 모든 인류의 존재 높이이다. 물론 2M 넘는 사람도 가끔있지만. 그렇게 보면 예찬이가 1M에 들어선건 정말 존재론적으로 의미있는 일이다.인류가 된거다. 앞으로 뒤에 숫자만 바뀌겟지 예찬이는 평생 저 1M와 함께 간다. 그 높이에서 세상을 보고 그 높이를 넘는 꿈을 꾸며 다시 그 높이에서 실천을 할 것이다. 꿈보다 해석이라고...그렇다. 그런 해석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1M파티를 해주었다.   


예찬이가 손으로 망원경을 만들어 멀리 본다. '나...머얼리 본다' 라며 예찬이가 한 행동이다. 저런건 어디서 봤을까 ^^ 멀리 봐야지..그래 중요한 거다. 멀리 본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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