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의 말로 기억한다.(정확하지는 않다..) 그런 이야기가 있다. 

"말이 시작하는 곳에서 정치가 시작되고 말이 끝나는 곳에서 정치가 끝난다." 

미시적인 정치행위로 본다면 '의회주의'로 국한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모든 담화 행위 -제도화된 형태를 언론으로 본다면- 자체를 정치적 행위로 해석하고 이 의미를 확장하면 지금 한국에서 현재 벌어지는 상황에 적용될 수 있다. 

YTN 전현직 노조간부들의 구속에 이어,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조사와 자택 압수수색이 벌어졌다. 언론은 애써 외면하고,  또 어려워진 경제상황에서 모든 에너지를 생계구출에 힘써야 하는 대중들 역시 이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한다.  

현 정부의 파국적 행동으로 인해 받게 될 심각하게 상처입은 민주주의라는 가치와 이어지게 될 사회적 고통에 대한 우려가 높다. 현 정부의 태도는 자신들이 립서비스로 달고 다니는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에서도 멀어진지 오래다. 실제로 '건강한 보수주의자' 라면 이미 이 정권과 스스로의 정체성을 단절시켜야만 한다. 이 정권과 정서적으로 결별한다고 해서 그들이 쏘아붙이듯이 '좌파'나 '반미세력'이 되지 않는다. 여전히 2MB에 미련을 갖는다면 결국 스스로 '한국적 보수주의' (수구세력)임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설령 지난 대선에서 설레발이치는 진보세력과 상고 졸업한 대통령이 꼴사나와서 2MB에 투표했더라도 지난 1년이면 과감히 결별을 선언해도 '초지일관의 양심 ' 에 저촉되는 행위는 아니다. 이미 이 정권은 지난 1년간 스스로 정치를 끝장낸 경험이 여러번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앞으로도 스스로 '정치포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100% 이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YTN이나 PD 수첩 구성원들에 힘이 되는 것은 모르는 수 많은 사람들의 지원이고 가장 힘든 것은 가까이 아는 사람들의 지탄과 무관심일게다. YTN이나 MBC 내에서도 이 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척결하고픈 이들은 상하층부를 막론하고 고루 있을게다. 그런 차원에서 이 들의 고통에 대해 잠시라도 함께 고민하고 작은 지원 하나를 건네려는 선한 의도는 큰 힘이 된다. 내가 별로 해 줄게 없다는 생각은 맞는 말이지만 바른 말은 아니다. 하던 일을 팽개치고 MBC 앞으로 갈 수도 없고,YTN 사원들의 생계를 위해 내 생계까지 팽계칠 수도 없다. 우리는 현실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하면 된다. 작은 물방울이 모이면 바위를 뚫는다. 물방울이 스스로를 작은 물방울이라고 자학하지 않고,또 물방울이 커다란 망치였다고 허장성세하지 않으면 된다. 

 물론 내 주변에는 '한국형 보수주의자들'이 동물원 악어떼들처럼 우글우글 모여서 하품을 해대고 있다. 높은 놈들은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낮은 놈들은 요리조리 눈치와 잡아야할 줄을 바라본다. 그도 아니면 무심하거나. 내게 YTN 나 PD 수첩 문제에 대해 말을 꺼낸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알고 있어도 서로 말하지 않는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 안그래도 회사도 시끄러운데 답답한 이야기들 보다야 WBC가 나을테니... 

다른 이야기지만..말이 나온 김에...최근에 이 회사에 제일 높은 인간은 석달이나 밀린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회삿놈중에 한 명도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하는 놈 없네' 라며 간부회의에서 싸가지 없는 직원들에 대해 말했단다.팀 회의에서 국장이란 사람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전했다.  이 말에  몇 명이 웅성거리며 또 피식거렸다. '나..원...노동의 개념조차 없는....제길...지가 보너스 준건가?...우리가 일한 몫을 그동안 못받던거 받은거지.' 하여간 이런 자들과 그들 밑에 줄서서 차기를 노리는 자들이 한 다스씩 있다. 이런 자들이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말한다. '보수주의자'들도 좀 세련되지려면 이딴 무식한 발상들과는 선을 그어야 하지 않겠는가? 2MB스타일이란게 위와 똑같은 방식이다. 좌파니 뭐니 하는 사람들 말고, 또 진보니 뭐니 하는 사람들 말고, 그냥 4년에 한번 투표하러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2MB에 분노해주어야 한다.  

현재 우리는 독재시대의 실용적 매력과 현실적 이익의 맛이 무언지 아는 자들의 욕망에 역사와 미래를 내맡기고 있다. 그 끝은 파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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