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싸우겠다는 것 맞나" 노조 집행부·PD 충돌


"3월 2일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 돌입" vs "언론악법 통과된 다음 싸울 건가"


기사입력 2009-02-27 오후 3: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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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공사(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 집행부와 KBS PD들이 충돌했다. 한나라당이 신문법·방송법 등 언론 관계법 개정안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기습 상정한 상황에서, 양측은 'KBS 노조 집행부가 언론악법 반대 투쟁에 나설 의지가 있느냐'를 놓고 고성이 오가는 격렬한 갈등을 보였다.

KBS 노조 "3월 2일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 들어가겠다"

KBS 노동조합은 27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 1층 민주광장에서 '미디어악법 날치기 상정 규탄 결의 대회'를 열었다. 점심시간에 이날 대회를 연 KBS 노조 집행부가 12시 45분께 "시간이 없다"며 행사를 마무리하자 이 자리에 모여있던 PD들이 "조합원의 이야기도 듣는 시간을 가지자"고 강하게 반발했다. KBS PD협회는 이날 집단 대휴 투쟁을 벌였으며 2일부터 전면 제작 거부 투쟁을 결의한 상태.

이날 KBS 결의 대회는 강동구 KBS 노조위원장, 김윤창 노조 중앙위원, 최재훈 부위원장의 발언으로 이어지며 간략히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강동구 위원장은 "언론 악법 저지를 위해 3월 2일 전국 조합원 비상총회를 개최하고 이날부터 미디어악법 저지 위한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KBS 내부에서는 KBS 노조 비대위가 지난 24일 '문광위 직권 상정시 총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다'는 제안을 부결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KBS노조 집행부는 실제 싸울 의지가 있느냐'는 여론이 격앙된 상태. 특히 다음날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언론 관계법을 기습 상정하고 MBC노조를 비롯한 전국언론노조가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KBS 노조 탈퇴할 수도" 발언에 강동구 자리 박차

결의대회가 시작된 지 채 40분 만에 노조 집행부가 결의 대회를 마무리지으려 하자 PD들은 "조합원의 이야기를 이야기를 들으라", "3월 2일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를 벌여 언제 투쟁을 하겠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KBS 노조 집행부도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앞줄에 앉아있던 강동구 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하라"고 고함을 쳤다. 또 한 집행부원은 "강동구 위원장이 총파업 찬반투표 하자고 하잖아"라며 격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 KBS PD들이 결의 대회를 마무리하려는 KBS 노조 집행부에게 항의하고 있다. ⓒPD저널

그러나 "시간이 여의치 않다"는 주장을 거듭하던 노조 집행부는 이들의 반발에 "조합원들의 의견 얼마든지 듣겠다"고 마이크를 내줬다. 이에 한 교양국 PD는 "이런 자리에 나온 적도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린 적도 없지만 너무 화가 나서 나왔다"면서 KBS 노조 집행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 진행되는 상황을 묵과한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방송의 자존심,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다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노동조합이 힘이 되고 노조가 앞에 나설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미디어법이 본회의에 통과되면, 다 끝나고 나면 그때야 파업 찬반 투표 한다는 것인가.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토의해야 할 상황인데 너무 한가한 것이 아닌가. 조합원들이 다 나가자고 하는데 노조가 제일 앞에 서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KBS 노조가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PD협회 전원은 노조를 탈퇴할 것이다."

이에 기분이 상한듯 강동구 노조위원장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KBS 사옥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이에 KBS 조합원들은 한 번 더 반발했고 한 라디오 PD는 "아무리 자기가 싫은 소리가 있다고 해도 위원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은 조합원을 '개똥'으로 아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또 조합원이 말하는 도중 일어나거나 조합원이 말하는 자리에 나오지 않는다면 위원장은 우리의 위원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강동구 위원장은 KBS 사내게시판이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상윤 PD는 KBS 노조 집행부에게 "우리가 공영방송법과 언론악법을 통합해서 대응한다고 하면 한나라당이 통합해서 처리해주느냐"면서 "결국 KBS 노조 말대로 하면 투쟁 못하는 것 아니냐. 그러니 조합원들이 의구심을 갖고 말로만 싸우고 실제는 저쪽과 야합해서 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제작 거부라도 해 거리로 뛰어나가서 MBC 노조와 연대 투쟁하고 해야한다"고 했다.


▲ 김덕재 KBS PD협회장이 "PD들의 제작 거부를 부분 파업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PD저널

"KBS PD 제작거부, 부분파업으로 인정하라"

결국 KBS PD들의 반발을 김덕재 PD협회장이 정리했다. 김덕재 협회장은 "이런 모양새까지 나와서 곤혹스럽다"면서 "KBS PD들과 노조 의 정세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지금이라도 나서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PD협회는 노조가 진행하는 비상총회와 총파업 찬반투표에 모두 참여할 것이나 KBS PD협회는 자발적으로 2일부터 전면 제작 거부에 들어가기로 했다"면서 "노조에 정식 요청을 드리겠다. PD들이 벌이는 제작 거부를 부분 파업으로 인정해 달라"고 했다.

그는 "노동조합도 파업을 위해 투표하는 것 아니냐. 결과야 뻔하다"면서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 스피드 아니냐. KBS 전체가 부응하지 못한다면 PD부터 가겠다. 노조 비대위에서 PD들의 제작 거부를 구역별 부분파업으로 인정해달라. 그러면 속도에 부응할 수 있다"고 재차 촉구했다.

그는 PD협회가 26일부터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설문조사 결과도 밝혔다. 그는 "중간 집계 결과 전국의 KBS 피디 약 940명 가운데 618명이 응답했으며 그중 언론 관계법에 대해서는 595명, 96.3%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또 KBS가 파업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546명, 88.3%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KBS PD들의 제작 거부를 부분 파업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에 민필규 KBS 기자협회장도 동의하고 나섰다. 민필규 협회장은 "PD들이 제작 거부에 돌입한 이상 노조는 조합원을 보호하는데 최대한 앞장설 것을 요구한다"며 "지난번 징계 철회 투쟁에서 우리는 봤다. 조합원을 보호하지 않는 조합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부분 파업 인정은 다른 사업장에서도 있고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라고 재차 촉구했다.

이어 그는 "4월 보궐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언론 관계법 처리를 3월 임시국회로 넘기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처리는 다음주 월요일일 가능성이 높다"며 "집행부는 한나라당이 월요일에 언론 관계법을 통과시킬 경우의 대책도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채은하 기자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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