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서울에 갔다. '퐁피두전','클림트전'을 보러 간 것이다.  오랜만에 매번 아이옷을 보내주는 친구도 만나기로 했단다. 예찬이가 입고 있는 옷의 90%는 아내의 친구집에서 나온 거다. 옷도 모두 괜찮은 브랜드들이고 ,아내 친구의 눈썰미도 나쁘지 않고... 가장 중요한 뭘 입혀도 태가나오는 예찬이 덕에 두루 두루 둘째 아이까지 옷값은 거의 굳었다. 그 친구에게 줄 선물 하나를 가지고 아침 9시 ktx를 타고 올라갔다. 예찬이와 부산역까지 함께 가서 배웅해 주고 왔다. 나는 피곤할테니 하루 자고 오라고 했는데 오늘 밤에 내려올 생각인 것 같다. 장인어른의 고집을 매번 뭐라하면서 본인도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내가 못이긴다.  

낮에 집 앞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에 갔다. 걸어서 5분거리에 도서관이 하나 있다. 예찬이가 그 동안 도서관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더니 지난 주 부터 좀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낮시간에 그닥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이것 저것 책을 함께 읽고-주로 자동차 책- 세 권을 빌려서 돌아왔다.   

오늘 진짜 오랜만에 토요일 신문을 봤다. 회사에 가지 않는 토요일, 마지막으로 종이신문을 본게 언제적인지 가물가물하다.  

 목점 기세춘 선생의 <묵자>가 다시 모양새를 갖추어 나온 모양이다. 알라딘의 아프락사스님은 '묵자' 팬이다. 아마 그의 페이퍼에도 곧 오르지 않을까 싶다. 묵자를 처음 배웠던게 대학 1학년때다. 동양철학사 시간이었던것 같다. 꽤나 진지하게 묵자에 대해 들었고 또 관련 책도 읽었다. 최근의 아나키즘적인 생태주의같은 것들에서 묵자의 사상적 잔재들을 보곤 한다.최근에 묵자에 대한 바람구두의 지적에-그것은 전통적으로 유가에서 나온 지적이기도 하다- 나는 거의 전적으로 공감하는 편이다. 기세춘 선생의 <노자> 역시 오래전에 읽기로 해 놓고 다시 손대지 못하고 있으니 이것도 언제나 읽게 될런지 모르겠다.  

 지식인 마을 시리즈 30권째는 <벤야민 & 아도르노>이다. 이 책의 짧은 리뷰가 한겨레에 실렸다. 주로 대중문화를 둘러싼 관점으로 이 둘 사이를 구분한 듯 하다.이런 접근 역시 친숙하다. 대학때 '대중문화사' 시간에 이 둘을 그런 식의 비교를 통해 배웠던 적이 있다. 그 때의 기본 텍스트가 벤야민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품> 당시에는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에 들어있던 내용이었다. 발터 벤야민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비판이론의 선구자였던 프랑크프르트학파 1세대인 아도르노는 대중문화에 대해 무적이나 부정적이었다. 재즈같은 것들은 음악 취급도 하지 않았다. 대신 클래식음악과 관련되서는 상당한 수준의 성취를 거두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음악은 사회적이다><말년의 양식>등에서 아도르노의 영향을 계속 강조하는 것도 그때문이다. 이 책은 주로 대중문화에 대한 아도르노의 견해를 말하는 것 같다. 그는 대중문화를 거의 대중의식의 몰핀정도로 취급했다. 하지만 요즘의 추세는 대중문화의 '수동성'과 '능동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입장이 가장 지배적이다.  

 책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한 번 돌아봤다. 히말라야에 학교를 지은 등반가의 이야기이다. “한 잔의 차를 함께 마시면 당신은 이방인이다.두 잔의 차를 함께 마시면 당신은 손님이다.그리고 세 잔의 차를 함께 마시면 당신은 가족이다.” 저자는 동생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히말라야에 갔다가 그들의 가족이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그들과의 약속-학교를 지어주겠다라는-을 지키기 위해 실제로 자신의 모든 삶을 쏟아 붇는다.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 감상적인 짓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간의 열정이 아름다운 것은 그 무모함 속에 어떤 기적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는 80개 이상의 학교를 히말라야에 세웠다. 그리고 그 운동이 자신의 삶이 되어버렸다. 갑자기 어떤 스포츠 회사의 광고가 생각난다.  "impossible is nothing"  내게 필요한 것도 그게 아닐까. 이 책은 그닥 어려워 보이지 않아서 영어로 읽어보고 싶다. (며칠 전 부터 <The Reder>를 영어로 읽고 있다. 지난 번에 혼자 서울갔을 때 반디엔 루니스에서 샀다. 그 책이 영화로 만들어졌단 이야기를 듣고 책을 펴봤는데 좀 쉬워보였다. 나중에 이게 영문학이 아니라 독문학이라는 걸 알았다는..^^  실제로 별로 어렵지 않다...)   

<재즈문화사>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약력이 정말 간단하다. 거의 아무 약력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점에서 책을 대충 열어봤다. 딱 한가지 떠오르는 생각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아마추어의 열정'이었다. 저자 역시 무슨 대단한 평론가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재즈 애호가라고만 말한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깊은 밤 울려퍼지는... '식으로  감상에만 의존하는 글들은 아닌듯 했다. 너무 진지하지도 너무 감상적이지도 않은 수준의 재즈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듯 하다. 책의 표지는  아니다. 그냥  디자인이 없다면 흰 바탕에 예쁜 까만 글씨로 재즈문화사 라고 쓰는게 훨씬 나았을 정도다.  

<열려라 우리몸>, 오늘 어린이 도서관에서 예찬이화 함께 읽었던 책 중 하나다. 인체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예찬이가 보기에는 좀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지만 안의 구성이 아이들이 직접 움직여볼 수 있어서 부모의 설명만 있으면 즐겁게 놀 수 있는 책이다. 예찬이에게 뼈와 심장, 신경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 조금 있다가 혼자서 다시 책을 넘기면서 '아빠..이건 뼈지요. 이건 신경이지요' 한다. 그래 가는거다. 하버드 의대. 흐흐흐... 돈많이 벌어야겠는걸 ㅜㅜ 

 <108번의 내려놓음>이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108배에 대한 프로그램을 다룬 적이 있었나보다. 생각해보니 재미있는 접근이었다.나는 불교신자가 아닌 고로 태어나서  단 한번도 108배를 해 본 적이 없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기독교를 때려치우며 불교에 관심이 간 적도 있고, 예전에 어설프게 공부를 한 적도 있다. 그저 교양수준의 공부다. 108배가 몸과 마음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몇 달 전 아내에게 들었다. 아내는 천주교신자다. 완전히 날라리 신자. 연애때는 나 구경시켜준다고 몇번 간 적 있고, 결혼하고 성당에 구경만갔다. 연애할 때 청주 인근에 있는 '내수성당'을 좋아했다. 크지 않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성당이다.(몇 년전에 다시 건물을 봉헌한 듯 한데..지금도 아름다울지는 모르겠다) 108배 이야기하다가..왠...김수환 추기경때문이려니...  하여간 108배에 최근에 급관심이 간다. 하루 15분이면 몸과 마음이 좋아진다는데...물론 처음하면 발다리가 욱신거린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