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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여년전 일이다. 당시 일상적 언론을 둘러싼 담론의 중심은 '독재/반독재' ,'민주/반민주' 였다. 하지만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이 담론 흐름이 변해갈 것이라는 예견은 강의실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자본에 의한 언론통제' 가 일상적인 것으로 이해되지만 그 때만하더라도 일부를 제외하곤 그런 흐름을 이야기하면 신선해했었다. 당시 어떤 교수님은 '돈의 흐름을 역추적해라'라는 말로 자본에 종속될 미디어의 경향성에 대해 말했다.  

한국에서 그 동안 공중파는 '공공재'로 이해되는 '공통된 합의' 영역 안에 있었다. 연예인들이 나와서 '아..그래도 방송에서는 그렇게 말하면 안돼죠.'라거나 '방송용인데..'라는 진술 속에는 단지 대중의 상식선을 고려하는 것 말고도 '공적 영역'이란 것에 대한 개념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민영방송 SBS의 등장으로 조금씩 완화되어 갔다. 그렇지만 민영방송조차 '전파공영성'이라는 것에 대한 기본 합의는 마지막 버팀목으로 작동되어 왔다. MB의 언론정책이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이런 그동안 방송에 적용되어 온 암묵적인 '합의'이다. '1공영 다민영체제'라는 논리로 마치 '개혁'세력인양 어젠다를 점령한다. 변화라는 것은 담론적으로 긍정적으로 이해되고는 한다. 그렇지만 그 개념은 정확히 양가적이다. 그것은 '개혁'일 수도 '개악'일 수도 있다. 그런면에서 MB는 악화를 구축하여 새로운 합의를 구성해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아주 장기적인 차원에서 결과적으로 한 사회의 상식과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지점을 이동 시킨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말하자면 더 오른쪽이고, 다수와 소수의 문제에서는 다수의 쪽이다. 자본과 노동의 문제에서는 자본의 쪽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더 많은 이들의 입장'쪽으로 담론 투쟁의 장을 이동시킨다. 그러나 해방 이후 역사를 살펴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 더욱 필요한 것은 공적인 다양성의 증가이지 과도한 아드레날린의 분비만을 도모하는 쾌락의 전시 상자가 아니다.  

아래의 글은 OBS 낙하산 인사를 통해 미디어 재편의 기본 방향과 또한 언론사의 내부적 딜레마들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해결책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은 OBS의 역외 전송 즉 '제2의 SBS화'이다. 먼저 이것 결코 쉬운 일도 또한 어찌보면 큰 틀에서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다른 말로 하면 1개의 민영공중파를 늘려주는 방식인 셈이다. OBS측의 입장에서야 숙원과제일 뿐이며 이는 자칫하면 현 정부의 '다민영체제' 방침에 편승하여 언론노조 내부에서 분파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하나 '광고영업'의 확대가 제시된다. 이 문제는 자본에 의해, 직종파기라는 형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경영난 속에 신규 광고영업 인력을 고용할 가능성은 낮다. 결국 내부 인력을 재활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식이다. 다른 말로 하면 기자나 PD 등을 광고영업파트로 돌리는 것이다. 이건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율성 문제도 있고 또 향후 기자-광고주의 관계에서 생기는 독립구조가 파괴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제작 인력이 줄어듦으로서 생기는 공백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 가능하다. 그것은 지역방송의 의무제작 비율을 정치적인 방식으로 줄여내거나, 또는 값싼 외주프로그램의 대체로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다.  

'1공영 다민영체제' 에서 1공영이라도 잘지키면 어떻겠냐는 생각도 가능하다. 그런데 미국의 PBS를 누가 기억하는가?  MB가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것은 '공영방송'을 싸그리 없애는 것이 아니다. 그건 가능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어리석지도 않다. MB의 방식은 현재의 '공영방송'은 기를 꺽어 순치하고, 다수의 민영체제를 구축하여 '공영'을 고립시키는 것이다. 현재의 가시적 투쟁은 전자쪽이 압도적이다. 그렇지만 '순망치한'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가지 방식으로 문제를 봐야하는 것이다. KBS,MBC 등에 대한 인사문제를 통한 개입과 다수 채널의 도입을 통한 방송 민영화의 큰 배치도. 이렇게 두 개가 연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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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낙하산'이 보여주는 한국 방송의 미래상


[김종배의 it] 민간 주도의 신종 '권언유착'


기사입력 2009-02-13 오전 10: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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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하자. OBS 이사회와 주주들은 왜 차용규 전 이명박 후보 방송특보의 '낙하'를 선택했을까?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모은다. 경영난 때문이라고 한다. OBS 관계자도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새 경영자를 찾다가 차 씨가 사장이 된 것"이라고 한다.

궁금하다. 차 씨의 어떤 능력이 OBS의 경영난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걸까?

이 궁금증을 풀려면 되돌아봐야 한다. OBS가 직면한 경영난의 실체다.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모두가 다 안다. 한 달 평균 8억 원을 밑도는 광고수입이 경영난의 실체다. 웬만한 중소신문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출이 경영난을 몰고 온 원인이다.

ⓒPD저널

그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극심한 매출 부진을 해소할 수 있는 방책이 뭘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광고계의 큰손들이 앞 다퉈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홍보비를 30∼40%씩 뭉텅이로 깎아버렸다. 영업을 강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풀릴 상황이 전혀 아니다.

해법은 두 경로를 통해 찾을 수밖에 없다. 하나는 OBS의 지상과제인 역외재송신을 달성하는 것이다. 방송권역을 서울로까지 넓혀 광고단가를 올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마케팅 외적 부문에서 영업통로를 개설하는 것이다. 아직도 경제 외적 요인이 광고집행 여부와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결국은 힘이다. 이 두 경로를 열려면 힘을 동원해야 한다. 역외재송신 허가권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를 움직일 수 있는 힘, 생존논리에 웅크리고 있는 광고주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끌어와야 한다. 그게 바로 '정치'요 '권력'이다.

OBS 이사회와 주주들이 차용규 전 방송특보의 '낙하'를 자청 또는 수용한 연유를 여기서 헤아릴 수 있다. 방송 내용보다 방송 사업을 우선시하는 OBS 이사회와 주주들에게 힘 가까이에 있는 차용규 전 방송특보는 유혹이다. 차 씨의 후광은 파우스트가 영혼을 바쳐서라도 얻고자 했던 마법 같은 것이다.

그칠 것 같지가 않다. '파우스트의 선택'이 OBS에 한정되지 않을 것 같다. 여권이 밀어붙이는 미디어 관련법이 통과되면, 그래서 방송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 제2, 제3의 '파우스트'가 도열할 것 같다.

사정이 그렇다. 방송 광고시장은 포화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방송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 파이 조각은 작아지고, 방송사의 경영난은 구조화되고, 생존논리는 득세한다. 이 틈새를 비집고 만고의 진리가 발현한다. 포도청보다 무서운 게 목구멍이라고 했다. 영혼을 팔아 '영업 마법'을 얻으려는 행태가 순간의 유혹이 아니라 일상의 당연지사가 된다.

누가 뭐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건 개별회사 일이다. 민간회사가 경영논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한 일이기에 시비가 붙더라도 정치문제화 하기는 어렵다. 여권이 꿈꾸는 '1공영 다민영' 방송체제가 성립되면 이렇게 된다.

권언유착의 시대가 부활하는 것이다. 권력 주도의 과거 모습에서 민간 주도의 신종 형태로 권언유착이 부활하는 것이다.

'OBS 낙하산'은 방송 전체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예고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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