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상식적인 말이다. 노조는 상당히 남성중심적이다. 노동운동 조직원들의 내부를 들여다 보면 '마초'수준인 경우도 허다하다. 노동운동이 태초부터 가지고 있던 약점이다. 산업구조 내의 성비의 불균형은 노조 내의 성비 불균형을 만든다. 반드시 성립되진 않겠으나 전투적 노동조합일 수록 상대적으로 남성중심주의적 성향이 높아진다. 노동자들 역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남성다움'이란 모델에 대한 과도한 투사는 기타의 다른 사회집단들보다 훨씬 강하다. 전통적으로 탄광노조가 강력했던 영국에서의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명성이 높다. 영화< 빌리엘리어트>는 몰락한 탄광촌의 모습을 그린다. 그 지역 전체를 휘어잡고 있는 정서는 '남성다움'에 대한 전통적 가치의 좋은 예가 된다. 현재 한국에서 노동시장은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계층화 추세를 걷고 있다. 신자유주의하에서 자본은 그런 양극화 현상을 통해 노동세력을 파편화시킨다. 그리고 이를 '이이제이'의 전통적 수법에 따라 '비정규직의 원망'을 '정규직'에게로 향하는 수법을 쓴다. 이를 가장 그럴싸하게 이데올로기 포장하는 집단이 한국의 언론집단이다.  

하지만 자본의 그런 노력은 결과적으로 노동자 내부의 차별구조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내부의 차별구조는 이중적이다. 하나는 정규직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또 다른 하나는 남성 노동자의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 후자는 노동기회,임금등 노동 여건과 관련된 것과 심리적인 것이 결부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노동시장에서 가장 약자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사회적 산업분화에 의해 차별당하고 전통적인 가부장적 남성조직 문화에 차별 당한다. 이중 차별의 가장 큰 피해자들이다. 내부적으로 이런 한계가 있기때문에 이 지점은 언제나 조직운동의 '약한고리'였다. '약한고리론'은 레닌이 혁명의 성공을 위한 전술로 언급한 것이지만 이것은 역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둑은 거대한 큰 파도때문에 한 번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작은 균열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진보진영은 진보/보수를 구분할 수 없는 기본적 문제에서 허둥지둥하다가 '바보' 되는거다. 최대한 낮은 자세에서 사과하고 다시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여 이 '약한고리'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 흔한 말로 내가 다니는 별 거지 같은 회사도 형식적으로 '성추행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성추행에 진보/보수는 없다. 거기에  여성주의는 진보의 평등주의가 가 먼저 끌어 안고-역사적으로도 그랬다. -수행해야 하는 과제이다. 

-------------------------------------------------------------------------------------

또 불거진 ‘성폭력’…진보조직 ‘가부장 틀’ 깨야
진보 가치 지향해도 조직문화는 남성중심적
‘조직 우선’ 논리에 성폭력 불거져도 은폐 급급
자기성찰 위 성평등 조직으로 체질개선 필요

성폭력 가해자가 조직 간부인데, 가해 사실을 밝히면 아주 곤란해지는 상황인 거죠. 그러다가 그냥 넘어가버렸어요. 주변에 나를 도와주거나 지지해 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사회운동의 가부장적인 성격은 ‘운동사회’ 속의 썩은 부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가부장적인 남성 운동가들에게 운동의 명예를 넘기고 싶지 않았어요.”

(전희경 <오빠는 필요없다>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간부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운동사회’ 또는 진보진영의 성폭력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의 도덕성을 겨냥해 비판하는 데서 나아가, 단체 내부 양성평등 현실을 일궈내기 위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 “남성 중심주의 벗어야” 이번 성폭력 사건과 그에 이은 민주노총의 ‘둔감한 대응’ 배경에는 뿌리깊은 ‘남성 중심주의’가 깔려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권력을 가진 남성이 여성을 성적 대상이나 주변적 존재로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남성 중심주의가 운동사회에도 번져 있다는 것이다. 오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조직에서 주요 간부 지위를 가진 가해자가 피해자를 동등한 동료로 바라보지 않고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의 양상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운동사회가 진보라는 가치를 지향하는데도 조직문화나 구성원들의 시각 등은 남성 중심주의를 온전히 벗지 못했다는 비판은 요즘도 여전하다. 여성학자 전희경씨가 지난해 펴낸 <오빠는 필요없다>를 보면, 1990~2000년대 여성 운동가 21명이 전씨에게 털어놓은 경험들은 낯익으면서도 새롭다. “컵 씻고 찾아온 사람을 응대하는 일들은 주로 여성들이 했다.” “운동가로 살기 위해 여성임을 포기했다.”

노조에서 여성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다는 여성 운동가는 “조직 안에서 ‘성평등’은 유독 진보적 가치와 거리가 멀었다”며 “이 때문에 일상적인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 등이 자주 불거진다”고 말했다. 1999년 한 산별노조에서 노조 간부의 성폭력 사건이 불거졌을 때 피해자가 되레 “조직에 누를 끼치느냐”는 책망을 듣는 등, 운동사회에서 성폭력이나 성차별 문제는 ‘조직이 우선’이라는 논리에 가려지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 “성 감수성 키우고 ‘진보의 가치’ 성찰해야” 이번 사건에 민주노총은 조직 전반에 걸쳐 성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을 보완하겠다는 등의 대안을 내놨다. 민주노총은 이미 2003년에 ‘성폭력·폭언·폭행 금지 및 처벌 규정’을 마련해 둔 상태였다.

이 때문에 제도·규정 마련, 교육 강화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운동사회가 추구하는 여러 진보적 가치들 가운데, ‘성평등’만큼은 시급성이 떨어지는 가치로 바라보며 뒷순위로 미루곤 하는 조직문화와 구성원들의 시각이라는 것이다. 2000년 여성 운동가들이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원회’를 만들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유력 운동가들의 실명을 공개하고 비판을 제기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그런데도 성평등이나 여성주의를 말하면 ‘시끄러운 애들’이라며 비난하거나 조직에서 배제하는 행태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게 여성학자들의 진단이다. 권김현영 국민대 강사(여성학)는 “이번 사건에서 민주노총이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은 피해자와 여성 조합원들에 대한 사과였다”며 “그러나 외부에서 가한 도덕성 시비만을 염두에 두고 대국민 사과부터 낸 것을 보면, 깊은 자기성찰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운동 단체들은 10일 공동 입장을 내어 “그동안 ‘여성’은 노동운동 조직문화 속에서 변방이었다”며 “민주노총 속에서 여성운동이 이제까지와 다른 의미로 자리잡지 못하면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진지한 자기반성을 통한 일상적인 조직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성폭력 방지를 비상대책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로 삼으라고 주문했다.

전희경씨는 “젠더(성) 문제 앞에선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었다”며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는 운동사회라면, 젠더 문제를 그동안 왜 소홀히 다뤄 왔는지 고민하고 토론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