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해! / 큰소리치던 부장이 / 체인지됐네
우울한 日 / 애달픈 短歌 / 유행이네
도쿄=선우정 특파원 s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Url 복사하기
스크랩하기
블로그담기









"(오바마처럼 직원들에게) '체인지(change)해!'/큰소리치던 부장이/체인지됐네."

세계적 불황으로 전대미문의 해고 사태에 직면한 일본 샐러리맨의 '애달픈' 단가(短歌)가 10일 공개됐다. 일본 다이이치(第一)생명은 이날 2008년에 응모를 받은 '샐러리맨 센류(川柳) 콩쿠르' 입선작 100수를 공개했다. '센류'는 일본어로 5·7·5의 운을 가진 전통 단시(短詩)다.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기업의 대량 해고 관련. "오랜만에/동창회가 열렸네/구직센터에서." "코스트(비용) 절감/의욕도/함께 절감." "취직 자리/'우리집 경비(警備)'라고/말하는 자식놈"이란 작품엔 청년실업 문제가 반영됐다.

"100년 만의 위기"라며 소란을 떠는 세상을 자조적으로 풍자한 "금융위기/늘 익숙합니다/우리 집은"이란 단시도 출품됐다. "'엔고(高)'/실감하고 싶은데/'엔'이 없네"란 작품은 엔화가치 상승으로 일본인들은 해외여행 붐이라지만, 정작 자신은 돈이 없어 가지 못하는 처지를 풍자했다.



정치 리더십이 실종된 세대와 관련한 작품도 많았다.

"아이들에게/또 가르쳐 줬네/총리 이름"이란 작품은 1년도 못 돼 총리가 바뀌는 정치를 풍자한 것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자리를 내팽개치는 총리를 아이들이 닮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담아, "넌 내던지지마/나라(國)와 다르단다/학업(學業)은"이란 단시도 나왔다.

이밖에 일본 사회에 부는 다이어트와 운동 열풍을 풍자해, "살이 빠진 건/함께 산책한/개뿐이라네'란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센류 콩쿠르'는 세태에 따라 경향이 달라진다. 그러나 공통 풍자 대상은 나이가 들수록 두려워지기만 하는 '아내'와 '회사'다. "쓰레기 버리는 날/버리러 나가지 않으면/(마누라에게) 버림받는다." "'지금 집에 갈게'/마누라의 대답/'괜찮아'."(2007년) "따뜻하게/날 맞는 건/좌변기뿐."(2006년)

기업은 늙은 샐러리맨을 절벽 아래로 밀어내는 판국에, 소방대가 절벽에 고립된 개를 구해냈다고 법석을 떠는 세태를 비꼬아 "개는 좋겠다/절벽에서도/구조되고"란 작품도 2006년 히트작이었다. "아직 자고 있네/돌아와 보니/이미 자고 있네" "담배보다/몸에 해로운 건/마누라의 구시렁" 등도 과거 히트작으로 유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