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이 둘 사이에서 끝일까?  

어린 시절에 본 일지매가 생각나네. <일지매>라는 영화를 참 여러번 본 듯 하다. 내가 <일지매>를 처음 본 것은 동네 공터에 천막극장이 들어왔을 때 였다. 3편동시 상영극장이었다. 하나는 만화영화였고 다른 하나는 일지매,그리고 마지막은 성인관객을 위한 영화였다. 몇 년이 지난후 학교 강당에서 상영한 <일지매>도 봤다. 당시 학교에서는 단체관람이라는게 있었는데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것은 훨씬 더 이후의 일이었다. 영사기 하나에 강당에 흰 천막을 치고 학년별로 둘러앉아 영화를 봤다. 1년에 한 두번 그런 일이 있었다. 앞반부터 보기 시작하는데 우리 반 순서는 언제일지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난다. 가끔 우리 뒷반이 먼저 볼 때는 어린 마음에도 선생들간의 파워게임으로 파악하곤 했었다. 사실은 수업 배정과 운영상의 이유였겠지만. 

영화 <일지매>는 한국판 '쾌걸 조로'인셈이다. 세계 여러 문화에 동시에 존재하는 의적의 문화 아이콘이다. <일지매>의 한국판 원형은 전우치나 홍길동이 될 것 같다. 아니 그 전에도 무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국문학이나 민속학 전공자들이 더 잘 알겠지. 요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국민만화가 허영만의 만화<각시탈>도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복면 의적의 모티브와 동일하다. 최근 버전으로 보자면 만주벌판 말달리기 전 '이상한 놈' 송강호의 <반칙왕>이나 과속 스캔들 내기전 차태현의 <복면달호>가 전부 그런 복면 모티브다. 시대가 바뀌니 '복면'의 의협심은 일상의 소소함 속으로 사라졌다.  

영화 <일지매>의 결론 부분으로 기억을 거슬러 가 보자. 너무 오래전이라 정확한지 가물가물하다.악당-마을 수령이었던지 중앙에서 파견된 포도대장인지-이 인질을 잡고 언제까지 안나타나면 다 죽인다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되었다. 우리 주인공 일지매가 담장을 넘는데...뭥미? 여러명의 '진짜' 일지매들이 나타났다. 그 중에는 흰 옷을 입은 일지매도 있었다. 온통 리플리카? 아니다. 온통 '오리지널'이다. 전부 서로 모르는 사이들이고 입이라도 맞춘듯 모두 자기가 일지매라고 한다. 여러명의 일지매가 나타나자 서로 서로도 당황해했었다. 악당들 앞에서도 자기가 진짜 일지매라고 원본다툼을 하다가 -약간의 싸움도 있었나?-일단 악당이 '다 죽여'라고 하자... 악당과 '일지매들'이 싸운다. 물론 <일지매>영화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하나였다. 바보인지 머슴인지..하여간...그런데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 영화적 진실 안에서 평소에는 바보로 연기한 그리고 위기에는 악당으로 변신한 일지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결론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마지막 결투에 나타난 일지매들을 텍스트 안에서 보면 마지막 결투를 위해 등장한 인물들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 밖의 시각으로 읽는다면 그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원본 '일지매'로 정의의 사도 역할을 하고 있었던것이다.  

나는 미네르바가 무슨 정의의 사도라고 생각치는 않는다. 또한 고난도의 경제용어들이 오고갔다고 하지만 그게 그(들)만의 특별한 재능이었다고 생각치도 않는다. 최근에 국내에 책이 나오기 시작하는 지오반니 아리기같은 이들은 무너질 것 같지않던 미국 금융시대의 파국을 20년전에 예측했다. 그것뿐인가? 단기적으로도 비판적 경제학자들이나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애널리스트들 세계 경제의 위기나 한 국가의 위기상황에 대해 적절한 예측을 하기도 했다. 미네르바의 예측이 모두 맞는 것도 아니고,또 미네르바가 틀렸다고 그의 예측 전체가 다 공염불인 것도 아니다. 그건 어느 경제학자도 100%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경제학자나 애널리스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후예'도 아니다. 미네르바 신드롬('미네르바'가 아니라 '미네르바 신드롬'이라고 했다.) 에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과 실제적인 불안이 있다. 거기에 미네르바를 잡아들이겠다는 몰상식은 '미네르바신드롬'을 더 확산시켰다. 조중동은 그 '신드롬'을 꺽으면 된다는 생각에 학력론으로 아우라를 없애겠다고 두 팔 두 다리를 걷어붙혔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인해 스스로 허울좋게 뒤집어쓰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을 선언했다.(사실 원래 없었다.) '우리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너희같은 족속들이 아니라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세상이거든'이라고 조중동은 자기입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존중한다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하면된다'는 박정희식 의지주의에 의거한다면 검찰이 말한 전문대,무직 미네르바야 말로 인간승리의 주인공 아닌가?  

대한민국은 정말 문화사회학적으로 무궁무진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게 너무 반복되는 패턴이어서 이제 학자들도 지루해하고 있고, 보는 사람도 지루하다는 것이다. 카산드라가 신의 노여움을 받지 않았어도 동어반복을 해서 그렇게 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p.s) 가끔 나는 내가 속한 조직에서 카산드라가 된다. 문제는 정말 그런 일이 닥치면 다들 입장 바꾸고... 언제 그랬어..내가 그 때 그랬나...그 땐 그럴 수 밖에 없었지...라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사안 앞에서 그 '동어반복 게임'에 들어간다. 나도 다시 동어반복을 해야한다. 환멸스럽다.오늘도 새벽 2시30분에 잠이 깻는데 결국 이대로 출근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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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진실게임…검찰·신동아 점입가경 

 강병한·박홍두기자


ㆍ양측 주장 곳곳 허점… “IP·ID 공개를”

시사월간지 ‘신동아’가 자신이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ㄱ씨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면서 미네르바 진위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검찰은 인터뷰 내용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며 일축, 사건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인터넷 주소(IP) 수수께끼=핵심 쟁점은 IP와 아이디(ID)다. IP는 집 주소처럼 컴퓨터마다 할당된 고유 주소로 이를 확인하면 인터넷 글 게시자의 컴퓨터를 추적할 수 있다. ㄱ씨는 “(7명의 미네르바) 멤버들과 IP를 공유했고 우리들이 사용한 IP는 2개”라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미네르바가 아고라에 올린 280여편의 글은 2개의 IP에서 일관되게 작성됐으며 모두 박씨의 컴퓨터 IP와 동일하다”고 거듭 밝혔다.

ID 문제도 의혹이다. 아고라 경제방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포털 ‘다음’에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접속해야 한다. 검찰은 2개의 IP로 등록된 미네르바 글이 하나의 ID로 접속됐고, 모두 박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신동아’와 ㄱ씨는 모두 ID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씨 변호인인 박찬종 변호사는 “공동집필한 7명의 IP와 ID를 공개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누가 진짜인가=미네르바를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만든 리먼 브라더스 파산 예측 글에 대해 검찰은 “박씨 IP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ㄱ씨는 인터뷰에서 “아무도 파산 가능성을 몰랐으나 나는 파산 1∼2주 전에 확신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또 “박씨가 체포된 후 썼던 경제전망 글에서 중국 경제성장률을 -5~-8%로 예측했는데 이는 억측이고 과장된 것”이라며 박씨가 가짜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ㄱ씨의 인터뷰 내용에도 논리적이지 않은 점이 있다. ㄱ씨는 아고라에 올린 글 중 영국계인 HSBC를 ‘중국계 은행’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실수했다. 멤버 중 다른 한 명이 썼는데 오타였다”고 말했다. 이 글은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네티즌이 작성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ㄱ씨는 쓰지도 않은 글에 대해 해명을 한 셈이다.

ㄱ씨가 검찰이 박씨를 구속하면서 허위사실이라고 규정한 2건의 글만 자신이 쓰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도 석연치 않다. 검찰은 “인터뷰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박찬종 변호사는 “법률상 명예훼손이 되는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신동아’는 “ㄱ씨가 인터뷰에서 밝힌 인맥 중에 외국계회사에서 근무하는 인물을 찾아내 신분을 재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강병한·박홍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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