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6시 부터 언론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어제 MBC 뉴스데스크 여자앵커는 마지막 맨트에서 단호하게 파업의 정당성과 노조원으로서 방송불참의 이유를 밝혔다. 

파업은 그냥 붙자...하는 게 아니다. 눈에 보기엔 거리에 모여서 '으쌰 으쌰' 만 하는 것 같지만 진행 단계별로 상대의 대응에 따라 전략전술을 끊임없이 조정해가면서 변화한다. 정세 파악과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 사이의 관계,그리고 조화를 생각하면-늘상 사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만- 예술적이다. 이것이 항상 아름답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MBC가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사실 언론노조는 이질적인 성격의 회사와 직종간의 혼합이다. 한 언론사의 노조안에도 직종간의 정치적 이해가 엇갈린다.기자와 PD들이 정치적 변화에 가장 민감하다. 각 언론사의 입장도 서로 사뭇 다르다. 기본적으로 모두 경쟁사들이지만 더 큰 차이는 소유구조가 다른데 있다. 거기에 규모 역시 차이가 난다.언론 노조에서도 중앙/지역사의 핵심 과제가 다르다. 인식 차이도 존재한다. 쉽게 말해서 20억 짜리 <북극의 눈물>을 추진할 수 있는 회사와 20만원 쓰는데도 결재를 2-3번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통합을 전제로 다시 분리해본다면, 신문사/방송사,중앙사/지역사, 공영방송/민영방송 등에 따라 각각 서로 합종연횡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모든 종사자들이 대게 중산층 이상이고 학벌들이 좋은 사람들이다. 결국 '다 자기 잘났다고 믿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쉬운 말로 툭하면 '이게 뭥미?' 되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의 언론정책'은 이런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여러가지 말로 설명할 수 있으나 MB의 언론정책은 기본적으로 해방 이후 한국 언론에 공통된 합의와도 같은 것을 바꾸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것은 '공익'과 '공공성'에 대한 합의이다. 최근 CATV와 각종 매체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부분이 많이 희석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상파라는 전파는 기본적으로 '공공의 소유'라는 철학이 바탕되어 있었다. 정부는 그것을 각 방송사에 할당해준 것 뿐이다. 그렇기때문에 그것이 공영이든 민영이든 그 실천의 편차는 다르겠지만 '공공성'이라는 존재의 한계를 갖는다. 하지만 이것은 늘상 권력과 자본의 힘에 의해 침식되어왔다. 가장 약한 구석은 바로 SBS를 포함한 민영방송이다. 공영성과 대주주의 이익이라는 사이에서 민영방송은 점차 뒤로 후진할 수  밖에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민영방송은 처음부터 공공성의 기대가 스스로 낮았기 때문에 이 사태를 '자사의 향후 이익'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한나라당 언론악법 중에 민영방송들이 더 관심을 갖는 것은 '미디어랩'문제다. 즉격탄이기 때문이다. SBS는 미디어랩과 종합 PP의 신설문제, 지역민방은 미디어랩과 의무편성비율이다.

반대로 MBC는 정부가 흘리는 'MBC 민영화' 문제가 핵심이다. 지난 해만 하더라도 MBC는 지역 광역화 문제 (군소 지역의 MBC를 거대권역으로 묶는 방식)로 골머리를 앓았다. 서로 다른 임금체계와 제작 여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효율적 조정은 노사 전체에 큰 관건이었다. 그런데 MB가 들어서면서 민영화 문제를 흘리자, 일단 이 문제는 뒤로 물러났다. 광역화팀 자체가 전부 원사 복귀를 했으며 '민영화'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그것은 MBC 전체의 위상 그리고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의 핵심에는 MBC가 있다. 엄기영 사장부터 신입 노조원까지 'MBC민영화'에 반대하는 한가지 목소리다. 서울MBC부터 제주MBC까지 모두 같은 입장이다. 그러니 MBC가 이번 파업의 중심에 있을 수 밖에 없다. SBS는 참여는 하지만 단계적 대응을 하고 있다. MB정부의 눈치도 봐야하고 MBC의 민영화의 결과 손익도 따져봐야 한다. 물론 이것은 노조의 입장은 아니겠으나 그만큼 절박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KBS는 다들 알다시피 언론노조로부터 탈퇴설까지 나왔었다. 현재 KBS는 언론노조에서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리고 별로 원하지도 않는 듯 하다. 신문사들 역시 신문-방송 겸업에 반대하는 경우도 많지만 또 한 편에서는 TV참여를 염두해두고 작업을 하고 있다. 싸우는 것과 또 그 이후를 대비하는 것은 다르다는 논리하에서다. 경향신문 같은 경우도 다들 방송참여를 할 경우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지역 신문들이 지면파업을 하고 있으나 그 영향력은 미비하다. 지역민방의 경우는 그저 SBS와 사주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상태다. 노조 차원의 작은 집회정도가 전부이다. 즉 언론노조가 지난 주에 총파업 지침을 내렸지만 실재로 즉각적으로 그 지침에 가장 충실한 것은 MBC 외에는 별로 없다. 이런 느슨한 연대라면 MBC가 황우석 사태때 처럼 고립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MBC는 목숨걸고 싸울 수 밖에 없다. 

MBC와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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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현정권, MBC를 재벌·조중동에 내주려 한다”


기사입력 2008-12-25 19:15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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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방송법 개악’ 저지 확산]

MBC 왜 똘똘 뭉쳤나

<문화방송>(MBC) 노조가 26일 오전 시작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총파업의 선두에 선 것은 개악 언론관계법의 총구가 문화방송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재벌과 보수신문의 지상파방송 진출을 전면 확대한 한나라당의 신문·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문화방송이 가장 먼저 민영화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으로 노조는 보고 있다.

간부들도 위기의식…“엄 사장도 공영사수 의지”

박성제 노조위원장은 “재벌 사주 쪽에서 보면, 민영화된 엠비시가 시장에 나오는 게 얼마나 군침이 나는 것이겠냐. 미디어산업 발전이라는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 입안 이유는 핑계에 불과하다”며 “엠비시를 재벌과 조중동에게 내주려는 정권의 의도를 국민에게 직접 알리기 위해 노조는 모든 걸 각오하고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방송문화진흥회 창립 2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한 ‘정명’(正名·공영과 민영 중 택일) 발언과 그의 발언을 인용해 문화방송 민영화를 압박한 조중동의 보도가 방송사 구성원들을 더욱 자극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방송 한 관계자는 “최 위원장 발언과 조중동 기사가 내부 비판 정서에 기름을 뿌린 게 사실”이라며 “이런 보도가 ‘파업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며 많이들 화가 났고, 사내 여론이 노조 파업에 공감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언론관계법을 바라보는 문화방송의 위기의식은 간부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한 팀장급 간부는 “한나라당 언론관계법이 엠비시의 ‘엠’자도 거론하지 않았지만 엠비시 민영화를 위한 길 터주기임을 엠비시 구성원치고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파업이 정권을 향한 것인데다 파업이 가져올 시청률 저하를 고민하는 경영진이 없지 않지만, 그들조차도 노조 파업의 당위성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는다”며 “어차피 한나라당 법안이 통과되면 당장의 마이너스 요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상황이 오고 만다”고 말했다.

노조에 파업 자제를 요청하고 여당 방송법 개정안에 우려를 내비친 엄기영 사장의 24일 담화문도 정권을 향한 ‘수사’를 쓰긴 했지만,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의지 표명이란 해석이 나온다. 노조를 진정시키는 제스처를 정부·여당 쪽에 보여주면서도, 문화방송 민영화는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간부는 “당연히 경영진은 여권으로부터 각종 압력을 받고 있을 것이다”라면서도 “아직 엄 사장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신문·방송법 개정안이 끝이 아니다. 문화방송을 옥죄는 한나라당의 칼날은 겹겹이 숨어 있다.

문화방송 체제 개편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 열쇠는 한나라당이 추가 입법을 추진 중인 공영방송법이다. 신문·방송법 개정안이 재벌과 보수신문의 지상파방송 진출 길을 여는 것이라면, 공영방송법은 문화방송을 공영방송 틀에서 제외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맡는다.

더욱이 내년 8월 정부·여당이 임기가 끝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을 친여 성향 이사들로 대거 교체할 경우, 이들이 총대를 메고 문화방송 민영화를 결정해 방문진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도 예상된다.

한 방문진 이사는 “엠비시의 운명은 정권이 아닌 엠비시 자신과 시민사회가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엠비시를 민영화하려는 정권의 의도는 한국 사회 전체의 여론형성 시스템을 뒤흔드는 문제이므로 방문진으로서도 조만간 크게 한번 싸워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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