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환의 9.5집이 12월 겨울 초입에 나왔다. 정호승 시인의 시를 노래 한다. 이미 몇 몇 곡들은 안치환의 과거 음반에 실린 것들이다. 또는  '나팔꽃' 음반에 수록된 곡들이다.

이 음반 맨 마지막에는 정호승 시인의 자작시 낭송도 들어있다. 사투리 시낭송이다. ^^  시인이 읽어주니 가산점을 준다하더라도 뭐 그다지 매혹적인 것은 아니다. 시를 쓰는 것과 시를 낭송하는 것은 다른 분야이니 별 문제될 것은 없다.

 <풍경달다>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았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이 곡은 김광석이 불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만약 살아있다면..

나는 예전에 이 둘이 학전에서 공연하는 것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둘 다 좋은 가수지만 김광석의 감수성과 호소력이 더 빛난다. 특히 한 편의 가곡같은 이런 류의 노래들은 말이다. <나무>,<꽃> 같은 곡들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전체적으로 이 음반보다 '나팔꽃' 음반이 시와 곡의 다양성 측면에서 좋았다.


안치환의 9.5 집에 마지막 나오는 시는 '연어' 이다.

천천히 읽다가 어느 대목에서...눈물이 스르르...

 

    
   <연어>  

   바다를 떠나 너의 손을 잡는다

   사람의 손에서 이렇게

   따뜻함을 느껴본 것이 그 얼마 만인가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의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누구나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그 동안 바다는 너의 기다림 때문에 항상 깊었다

이제 나는 너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산란을 하고

죽음이 기다리는 강으로 간다

울지 마라

인생을 눈물로 가득 채우지 마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은 아름답다

오늘 내가 꾼 꿈은 네가 꾼 꿈의 그림자일 뿐

너를 사랑하고 죽으러 가는 한낮

숨은 별들이 고개를 내밀고 총총히 우리를 내려다본다

이제 곧 마를 강바닥에 나의 은빛 시체가 떠오르리라

배고픈 별빛들이 오랜만에 나를 포식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밤을 밝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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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2-1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순 운주사...여기서 가깝죠.장길산에도 나오고...소홀히 방치되던 시절에 일본학자들이 와서 보존상태가 너무 안 좋다고 애석해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드팀전 2008-12-17 09:16   좋아요 0 | URL
결혼 전에 중고차 하나 사서 남도 일대를 여행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운주사를 가봤습니다.운주사의 못난이 석불들과 거대한 와불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좋은 소재인 듯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