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28년 레스보스가 반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레스보스인들은 아테네인들에게 진압당한다. 민회는 이들의 처리를 두고 토론한다. 당시 민회를 지배하던 이는 '클레온'이었다. 그는 아테네인에게 '강경노선'을 설득한다.그리고 배 한 척을 보낸다. 레스보스인 남자는 모두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팔아버리라는 명령을 집행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테인들은 다음 날 , 좀 잔인했던 게 아닌가 고민한다. 그리고 다시 민회가 소집된다. 클레온은 다시금 '매파'를 자청한다. (이 논지를 그대로 인용하고 싶지만 너무 길다. 나름대로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이다)
"여러분들의 동맹국들은 그들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 여러분의 힘 때문에 여러분에게 묶여있습니다.그러므로 지금 여러분이 아무리 동정심을 보여주어도 그들은 감사하지 않을것입니다. 오히려 그것은 허약함의 증거로 여겨질 것이고, 반란을 일으켜도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면 다른 폴리스들 역시 반란을 일으킬 것입니다. 정치적 잘못들 중에서 불확실성이야말로 가장 나쁜 것입니다. 나쁜 법을 유지하는 편이 법을 계속 바꿔대는 것보다 낫습니다. 일단 결정된 사항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여러분은 심사숙고가 필요한 민회를 마치 극장의 볼거리와 같이 취급했기 때문입니다.미틸레네는 단일한 도시로는 그 어떤 곳보다 더 큰 피해를 여러분게에 끼쳤습니다. 그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 줍시다. 그들은 고의로 일을 저질렀습니다. 자발적이지 않은 행위에만 변명이 가능합니다.....
동정심은 우리에게 우호적인 자들에게 주어야지 불구대천의 적에게 줄 것이 아닙니다.온건함은 장차 여러분에게 호의적일 자들에게 보여주어야지, 여러분에 대한 증오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자들에게 보여주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제국에 방해가 되는 세번째 것, 즉 연설을 즐기는 것에 대해서는 -연설가는 매수될 수 있습니다- 똑똑이 연설가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나 그들의 기술을 펼쳐보이게 합시다."
키토는 이에 대해 "저속함에 대한 아부와 폭력에 대한 고무를 은폐하기에 딱 알맞을 만큼의 진실을 담고 있다." 라고 했다.멋진 표현이다. 이건 클레온의 연설이 3류는 아니라는 뜻이다. 교묘하게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짜고짜 '다 죽이자' 얼마나 덜 매력적인가? 진정 우리의 무기가 말이라면, 다짜고짜 '죽이자'는 새디스트적인 자기쾌락에 봉사할 뿐 실제적이지도 매력적이지 못하다.
클레온에 대해서 한사람이 반대 발언을 했다. 에우리크라테스의 아들 디오도토스이다. 키토는 투키디데스가 그의 저서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서 그의 이름을 남겨준 것에 대해 기억될 만한 자격이 있다고 칭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디오도토스의 연설은 명문이다.
"성급함은 어리석음과 동행하며, 흥분은 야비함과 저속한 정신과 함께합니다. 그것들은 모두 현명한 판단의 적입니다. 행동은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멍청이거나 아니면 부정직한 사람입니다. 만약 미래의 불확실한 일들에 대해 말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자일 것입니다......누구보다 해악을 끼치는 자는 바로 연설가들이 뇌물을 먹었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입니다. 무지하다는 비방은 참겠습니다.그러나 뇌물을 먹었다는 비방은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연설가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의심을 받을 것이며, 만약 실패한다면 무능할 뿐 아니라 부정직하다고 생각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선량한 사람들이 도시에 충고하는 일을 꺼리게 되고, 정직하게 제안된 현명한 조언도 나쁜 조언과 똑같은 의심을 받게 됩니다...."
먼저 디오도토스는 자신과 반대의견을 뇌물이라는 도덕적 꼬리로 차단하려는 논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격파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언로는 차단하는 것이 미래의 폴리스 전체에 얼마나 큰 해악이 되는지 설득한다. 이어서 그는 클레온의 강경처벌론에 맞서 더 커다랗고, 설득력이 있을 의제로 아테네인들에게 연설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처벌이 아니라 현재와 우리의 이익이라는 점으로 동감을 끌어낸다.
"문제는 그들의 유죄여부가 아니라 우리의 이익입니다. 우리는 현재에 대해, 즉 그들에게 어떤 처우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해, 즉 그들이 우리에게 가장 잘 봉사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이어서 데오도토스는 다양한 범죄에 대한 사형제도가 있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는 점을 말한다. 공적인든 사적이든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라고 전제한다. 그리고 이어서 욕망은 희망을 돕고, 우연은 인간을 더 부추기고 , 가끔 그 우연이 성공을 가져다 주어서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시도를 하게끔 한다고 말한다.(여기서는 반란의 성공이다.)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시작된 무모한 반란의 시도에 대한 설명이 리드미컬하다. 그는 이어서 이들이 협상을 바라고 있고, 면책의 기회로 그들을 뉘우치게 해야한다고 말한다. 또한 현재 반란진영의 평민들을 구제해주지 않으면 결국 그들 반란귀족처럼 우리도 그들 귀족들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데오도토스의 마지막 연설이 이어진다.
"나는 여러분이 동정심과 온건함에만 치중하지는 말기를 바랍니다.이 점에서 나는 클레온보다 조금더 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이 주동자들에게 진지한 판결을 내리고, 나머지는 무죄로 풀어주기를 요청합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이로운 정책이며 또 강력한 정책입니다. 무분별한 폭력으로 행동하는 집단보다 신중하고 현명하게 적에 대응하는 집단이 더욱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키토가 데오도토스의 연설에서 가장 감명깊다고 여긴 부분을 그가 아무런 감정에도 호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정에 대한 지성의 통제가 총체적 효과를 나타내는 장면으로 그려진다. 키토는 이 연설이 그리스의 시나 그리스 예술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런 저런 의미들을 떠나서 데오도토스의 연설만 그냥 따라 읽어도 투키티데스의<펠로폰네소스전쟁>을 읽고 싶게 만드는 명연설이다. 물론 나는 도널드 케이건으로 우회한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