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음악 주식은- 현재는- 클래시컬 음악이다. 하지만 '밥만 먹고 사냐?' 는 질문은 밤이 외로운 중년의 여인들만 할 수 있는 주장은 아니다. 인간이 쥐와 더불어 지구 상에 앞으로도 오래 오래 있게될 존재의 생물학적 특성 중 하나는  '잡식성'이라는데 있다. 내 음악적 취향도 '잡식성'이다. 트로트부터 락음악, 그리고 국악도 듣는다. 내가 한 귀로 흘려듣는 음악은 컴퓨터로 5분 내에 만들 수 있다는- 음악 미학에서 가끔 '진정성'Authenticity이란 이름으로 논쟁이 되기도 하는- TV 쇼프로그램에 나오는 댄스 가수들의 음악이다. 물론 그런 음악도 소용이 있고, 한 번씩 흘려듣는다. 처음부터 따라 부르지는 못해도, 라디오에서 하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어디선가 멜로디가 나오면 '음..소녀시대,빅뱅' 이 정도로만 안다. 

음악가와 관련된 영화 중에서 독특한 영화가 DVD로 출시되었다. 예전에 한번 소개하기도 했었는데 영화관에서 놓쳤다면 이제 합법적으로 볼 수 있다. 또는 소장도 가능하다.

밥 딜런을 다룬 영화 <I'm not there> 이다. 제목을 밥 딜런의 곡명에서 따왔다. 미셀 푸코가 '자신을 규정하지 말라' 라고 했던 것을 연상시키는 제목이다. 토드 헤인즈의 시선은 그렇다. 기본적으로 '동일한 정체성'에 대한 강박에서 '분열된 정체성'으로의 해체 내지는 존중을 말한다. 하덕규 식으로 말하자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이다. 그러니까 한 인물을 소개하는데 한 캐릭터의 주인공가지고 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캐릭터로 접근하는 것이 그 인물을 총체적으로 아는데 더 적확하다는 것이다. 피카소의 입체파 인물 그림을 떠 올려보면 금방 이해될 것이다. 이 영화에도 6개의 캐릭터가 나온다. 밥 딜런에게 영향을 미친 우디 거스리, 그리고 이름을 따온 딜런 토마스 등등..

케이트 블랑쳇이 여자지만 가장 밥딜런과 닮았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몇 몇 장면들은 밥 딜런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혼자 씩' 하고 웃지만 모르면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크리스천 베일이 극 중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밥 딜런 앨범 자켓과 똑같은 포즈를 취한다. 또 유명한 <블로잉 윈드>가 들어 있는 음반은 다른 식으로 그려지는데, 밥 딜런이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거리를 걸으며 찍었던 유명한 앨범 자켓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는 앨범과 똑같은 포즈를 찍은 샷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거리를 걷지만 카메라는 부감샷으로 창문을 통해 지나가는 그들을 비춰준다. 연인들이 그냥 거리를 뛰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장면은 유명한 앨범 자켓을 낳은 것이다. 히스레저와 샬롯 갱스부르가 연인이다.

밥 딜런은 포크 운동의 리더(?) 답게 저항의 아이콘이었다. 그런 그가 포크 락을 선보이면서 '변절자'라고 몰리기도 한다. 밥 딜런은 그런 대중들을 불편해 했다. 즉 '진보'를 팔아넘겼다는 대중들의 포퓰리즘적인 몰이해들이 밥 딜런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밥 딜런을 '정치적 진보주의자'로 만든 것은 사실 '대중'이었지 밥 딜런은 아니었다.  음악가로서 그도 정치적 견해를 노래하고, 동시대의 모순을 예민하게 지적할 수 있다. 대중은 그가 계속 그런 위치로 남아주길 바랬다. 하지만 밥 딜런은 '나는 거기에 없다' 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진보적인 가수'이기 이전에 '예술가'였다. 예를 들어 아방가르드의 전복적인 전위를 그저 '퇴폐 부르주아의 예술적 사치' 로 보는 것과 그런 비판의 토대 마저도 '전복'하는 예술가의 창조적 탈출구로 보는것. 크게보면 그런 문제다. 끊임없이 움직이고자 하는 진보적인 예술가와 정치적 진보라는  틀 안에 그를 가두어 놓고 싶은 진보주의적 대중. 안토니오 그람시는 다다를 비롯해서  당시 이해받지 못하는 예술적 전위운동들에 대해 그 전복의 아이디어와 단초들에 대해 존중하는 입장을 취했다. 당시의 주류 좌파들은 그렇지 못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부정한다.  

 영화<존 레논 컨피덴셜> 이다. 이 영화는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다. 앞의 영화에 비하면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기존에 있던 TV화면, 인터뷰, 신문기사들을 영상으로 활용한다. 그와 함께 존 레논을 기억하고 그가 살았던 시대를 함께 했던 이들의 새로운 인터뷰가 추가되었다. 존 레논의 아내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오노 요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노암 촘스키, 68혁명의 주도세력이었으며 관련 책들을 많이 낸 타리크 알리, 블랙팬더당의 바비 실....그외에도 월터 크롱카이터, 워터게이트의 칼 번스타인 등등이 나온다. <존 레논 컨피덴셜>은 원 제목처럼 반전평화운동가 존레논과 미국 FBI와의 대립을 축으로 한다.(우...예찬이가 깨서 컴퓨터를 방해한다..야 비켜...못쓰겟..... ㅇㅇㅇ )

FBI는 존 레논-오노요코의 미국 비자 문제를 걸고 넘어진다. 애국주의와 주권이 결합하여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비호감인물들에 대해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다.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미국에 대한 적대로 받아들이며 보수주의자들의 내적 단결을 도모한다.(예나 지금이나 이런 건 변함이 없다.)

이 영화에는 유명한 존레논의 침대 시위 장면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1969년 존레논은 공식적(?) 신혼여행 대신에 개인적 하니문을 택한다. 암스텔담의 한 호텔방에서 반전평화 퍼포먼스를 시도한다. 베트남에 가서 전쟁을 하느니 차라리 침대에 누워있는 편이 정의롭다는 말이다.


비틀즈의 핵심 멤버이자 반전의 아이콘이 이런 퍼포먼스를 하니 각 종 미디어들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그것도 동양의 예쁜 예술가와 함께 하는데 말이다.

세계 각지에서 동조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일종의 연속 이벤트가 된다.

이 영화에서 우리는 존레논의 멋진 음악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저항세력의 찬가라고 불리웠던 <Give peace a chance>가 자주 들린다. 또 60-70년대 민권운동의 슬로건 같은 <Power to the people>,<Revolution>, 영화<킬링 필드>에 쓰여서 더 유명해진, 아나키즘의 찬가 <Imagine>, 매년 크리스 마스에 맥락도 모르면서 쓰이지만, 모로가나 결국 예수의 메시지이기 때문에 몰라도 될 <Happy christmas>..존 레논은 오노 요코와 함께 한 TV 토크 쇼에서 그 노래의 부제를 이용해 이렇게 말한다.

"War is over if you want. Peace !"

존 레논은 1980년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데이빗 채프먼이라는 광팬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이 암살에 정치적 이유는 없다는 것이 지배적 중론이지만 여전히 미 정부 개입설이라는 음모론이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다.

존 레논은 살아 있었다면 지금 68세이다. 오늘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멋진 음악영화 <샤인어 라이트>(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주인공들. 롤링 스톤즈의 믹재거가 올해 65세이다. 롤링 스톤스가 음악 비즈니스계에서 범생이 '비틀즈'의 안티 테제였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영화<샤인어 라이트>에서 믹 제거는 펄펄 난다. 세파에 쩐-술과 마약에 쩔었겠지만- 키스 리처드 역시 펄펄 난다.아직 DVD는 나오지 않았고 음반만 나와 있는 듯 하다. 하여간 멋진 공연을 보여준다

. DVD로 나오면 이 영화 <샤인 어 라이트>도 꼭 보시길... 이 공연물을 보면 락을 하고 싶어진다.

 물론 성격은 좀 다르지만 이들 노익장들을 보면서 존 레논이 살아있었다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존 레논이 암살당한 시점은  신보수주의로 무장한 레이건과 대처가 세계 역사에 등장하는 시기였다. 역사의 아이러니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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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0-1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리크 알리인데요.

드팀전 2008-10-20 06:5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