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김치 한 조각, 미역국 하나로  밥을 먹다가 아내에게 투덜거렸다.

"이거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야겠다. 푸대접이 이게 뭥미?"

금새 답이 왔다. "그럼...'아마 아직도 아침밥을 얻어 먹을 수 있다니 대단하십니다.' 라는 댓글이 달릴 걸"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 맞다. 흐흐흐' 하고 웃었다.

 예찬이와 함께 앉아서 미역국을 먹다가 이달에 온 '한살림' 소식지를 봤다. 작가 노희경의 글과 그녀가 인용한 시때문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녀의 글은 '정토회'에 실렸던 글이고 시는 탈북시인인 장진성 시인의 것이다.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장진성 탈북 시인)


그는 초췌했다
-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그 종이를 목에 건 채
어린 딸 옆에 세운 채
시장에 서 있던 그 여인은

 

그는 벙어리였다
팔리는 딸애와
팔고 있는 모성을 보며
사람들이 던지는 저주에도
땅바닥만 내려보던 그 여인은

 

그는 눈물도 없었다
제 엄마가 죽을병에 걸렸다고
고함치며 울음 터치며
딸애가 치마폭에 안길 때도
입술만 파르르 떨고 있던 그 여인은

 

그는 감사할 줄도 몰랐다
당신 딸이 아니라
모성애를 산다며
한 군인이 백 원을 쥐어주자
그돈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던 그 여인은

 

그는 어머니였다
딸을 판 백 원으로
밀가루빵 사 들고 어둥지둥 달려와
이별하는 딸애의 입술에 넣어주며
- 용서해라! 통곡하던 그 여인은

한참 촛불이 거리를 태우고 있을 때, 내 관심을 끈 것은 TV와 인터넷에 넘쳐나는 '촛불'기사들만은 아니었다. <한겨레21>이 그나마 이 사회에서 괜찮은 잡지인 것은 그 와중에도 '북한 기아 문제'에 대해 지면을 할애하는 정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주는 추석이다. 북한에도 추석은 있을게다. 우리들이 여기 저기 체면치레 한답시고 쓸모없는 선물을 사들고 갈 때, 그 곳에서는 아이가 죽어간다.

현재 북한 기아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활약을 하는 곳은 불교단체인 '정토회'이다. 종교적 이유때문에 머뭇거린다면 '굿네이버스' 같은 곳이나 '기아대책' 같은 곳에서도 긴급캠페인을 하고 있다.

북한의 정권이 어쩌내 하는 초등학생 수준의 이야기는 하지 말자. 나도 북한정권을 싫어한다.

그리고 나는 안다. 월급쟁이들은 추석 전후로 보너스가 있다는 것을...

 

P.S) 추천, 댓글 필요 없습니다. '나도 도왔네' 같은 건 더더욱 필요치 않습니다.

그건 소중한 당신이 여전히 살아있고 당신으로 인해 어딘가에서 살아날 '생명'하나가

있다는 것이면 이미 충분한 보상입니다.

이제 곧 추석입니다. 

정토회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는 동영상 <어느 부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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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08-09-09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시가 있었군요. 아침밥 잘 먹고 커피 한잔 마시고 어제 시켜놓은 택배가 어찌 되었나 살피다 울컥...합니다. 여전히 초등학교 수준의 사고를 가지고 있지만 네...밥은 먹어야지요.아침부터 울컥 울컥 합니다.

드팀전 2008-09-09 10:18   좋아요 0 | URL
울컥 울컥이 ... 실제적 도움으로 이어져 주실 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