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지났지만 <미디어 오늘>에 올랐던 강유원의 글을 옮긴다. 강유원은 하비 케이의 <과거의 힘>을 소개하고 있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항 속 열대어 색깔만큼 다양하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국정교과서류의 역사를 역사로 알았다. 대학에 가니까 그와 대척점에 있는 민중의 역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결국 '지배계급/피지배계급의 역사' 가 늘 메인스트림이었다.
언젠가 - 유명했다는- 박세길의 <다시쓰는 한국현대사>에 대해 어떤 리뷰에서 '전국 대학생의 의식구조를 단순화시킨 책이다'라고 평가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분의 다른 글을 보면 결코 보수우파적이지는 않은 듯 하다.)
그렇지만 활활 타오르는 진보라면 '아니...어떻게 저런 보수우파적 공격을' 이라고 비판하거나,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폄하할 필요까지는' 이라고 점잖게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나 역시 분명히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에 충격을 받으며 역사 세미나를 했던 사람이다. 그러므로 저 말에 묘한 감정이 생기기는 한다. 하지만 분명 인정해야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에 직접적으로 해당된다. 대개 진보적인 평범한 필남필부는 대학이 지나면 저 책을 잊는다. 그리고 더 어린 세대는 그 책의 존재도 모른다. 그리고 곧 이어서 다가온 '박노자 타임' 을 즐긴다. 사회진화론을 비판하고, 우리안의 국가주의를 비판하고, 그동안 배웠던 근대주의 사관을 탈근대적으로 접근해본다.
아주 아주 의미있는 일이다. ... 나는 박노자의 시각을 좋아한다. 참고할 부분도 많고 현실적합한 부분도 많다. 그런데 정작 모든 검색을 동원해서 찾아내고 싶은 것은 '박노자 비판' 의 글이다. 물론 박노자 개인에 대한 비판의 글보다는 '포스트모던 사학'에 대한 글을 찾기가 훨씬 쉬울테지만 말이다.
로쟈님의 페이퍼에서 읽었던 글인데...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대충 이런 것이었다.
'싸울 때는 옷을 홀딱 벗고 나가서 싸우더라도 현실을 인식하는데는 더 다층적인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 '
아니 문구를 좀 양보해도 괜찮다. '다층적인 눈을 좀 가져도 그다지 크게 손해볼 건 없지 않을까.' 라고 말이다. 박노자, 진중권, 강준만, 한홍구, 홍세화 선생등이 다층의 끝은 아니다.
강유원이 소개한 책이 어떤 시각일지는 대충 감이 온다. 어쨋거나 시의적절하다. 또 '탈'이 더 필요한지 '탈'이 충분한지에 따라서도 다르게 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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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힘 |
| [강유원의 Book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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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31일에 부산에 다녀왔다. 방학을 이용하여 공부를 하고자 하는 교사들에게 ‘책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4주짜리 강의를 하는데, 그 첫번째 시간이었다. ‘책읽기와 글쓰기’, 얼핏 보기에는 너무나 기초적인 것이니 이걸 배우는 교사들이 한심해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렇게 기초적인 것일수록 항상 되새겨서 공부하는 것이 교육에서는 아주 중요하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제대로 읽는 것인가,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에 대한 생각은 대체로 중등교육을 마칠 즈음이면 굳어진다.
별다른 충격이 없는 한 이 생각은 평생간다. 이를테면 책을 통해서 얻는 지식은 쓸모없는 것이고 직접 몸을 통해서 해봐야 안다는 생각을 그 무렵 가지게 되면 그 사람은 평생 동안 글을 통해서 뭔가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초적인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역사에 관한 의식이 있다. 근대 세계의 거의 모든 국민 국가는 자기 나라의 역사를 가르친다.
이것을 통해서 국민의식이 형성되고, 그에 따라 통합을 이루어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역사를 가르치는 것 역시 초중등 교육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부산에서 강의를 하는 도중 올해 8월15일 광복절을 건국절로 기념한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물었는데,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학교 교사들이 모를 정도면 이 일이 얼마나 황당한 과정을 거쳐서 진행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로 집권한 정부에서 이렇게 역사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지내온 기념일을 바꾸려 하는 걸까. 경제문제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이는 일인데 말이다.
이런 궁금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책은 하비 케이의 ‘과거의 힘: 역사의식, 기억과 상상력’이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지배계급은 그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결속력이 아주 강하다.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 다른 이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는 일에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나선다. 이는 7월 말의 ‘공정택 사건’에서 나타난 몰표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수가 적기 때문에 다수를 성공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노력은 교육 기관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동원하여 지배계급의 이념을 사회의 지배적인 이념으로 만드는 데 힘을 쏟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실은 자기네들에게만 좋은 것을 모든 이에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이때 ‘좋은 것’을 정당화하는데 역사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비 케이의 말을 빌리면 지배계급이 역사를 장악하려는 노력은 “지배계급의 지식인들이 현재의 사회질서와 발전형태(실제로는 지배계급의 지배)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상을 제시함으로써 집단적인 역사기억·의식·상상력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형상화하고 제공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둘러싸고 진행된다.
그렇다면 지금 건국절을 추진하는 사이비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머리 속에서 요상하게 만들어진 역사를 대한민국의 공식 역사로 승인하여 가르치려는 기초적인 노력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들은 이번에 박정희를 찬양하는 이가 권력을 잡은 김에 확실하게 이런 생각을 모든 국민에게 깊게 심어줌으로써 온 국민의 의식 속에 존경의 마음을 심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좀 안타까운 것은 일을 추진하는 세력이 치밀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오랫동안 지켜온 기념일인데 이것저것 좀 ‘잔머리’를 굴렸으면 바꾸기가 수월했으련만 역시나 무식하게 일을 한다. 그런 몽매한 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쨌든 나는 다음 주에도 참된 가치를 추구하는 지식인에 관하여 교사들에게 이야기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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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입력 : 2008-08-06 15:25:37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