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에 강유원의 글이 실렸는데.. '이문열에 독서를 권함' 이란 깜찍발랄한 제목이다. 글도 글이지만 마지막에 그 책이 ...

'이 책이 지난 연말에 소리 소문도 없이  새판으로 나왔었구나' 했다.

 

 

이문열에게 독서를 권함
[강유원의 Book 소리]
 

2008년 07월 09일 (수) 14:38:03 강유원·철학자 ( media@mediatoday.co.kr)
 


   
     
 
‘삼국지’나 ‘초한지’ 같은 중국 무협 소설을 번안해서 돈을 많이 벌고 있는 번안 무협작가 이문열이 “의병”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나는 그로써 대변되는 보수 지식인들의 무지몽매함과 시대착오적인 사태 파악에 몹시 속상했다.

보수 지식인들은 걸핏하면 ‘어떻게 지켜온 대한민국인데 좌파 빨갱이들에게 나라를 내줄 수 있단 말인가’라며 핏대를 올리지만 사실 그 대한민국에 좌파 빨갱이는 한 줌도 되지 않으며, 있다 해도 국민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 굳이 따져보자면 보수와 좌파 빨갱이의 세력 분포는 2008년에 치러진 18대 국회의원 선거의 득표수만 계산해봐도 금방 알 수 있다.

한나라당, 친박연대, 자유선진당(보수 지식인들은 민주당도 좌파라고 하니 계산에서 빼자)의 득표수를 합하면 1천만에 가깝다. 조선일보 논설실장 송희영이 “보너스도 못 받고, 시간외 수당도 못 받고, 유급휴가도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560만”을 거론했는데, 이들도 대다수가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 투표하지 않았다. 이 두 당의 득표수를 합하면 고작 150만 명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은 틀림없이 보수의 나라다. 보수가 정치, 경제, 교육, 문화를 지배하고 대다수의 유권자들이 그들의 정책을 지지하며 따르는 나라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을 선출한 과천 시민들이 쇠고기 반대 펼침막을 내건 것은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보수 이념에 충실한 행위다.

그들이 언제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하자는 좌파에게 표를 던진 적이 있는가. 상황이 이러한데도 보수지배층과 지식인이 무식하고 시대착오적이면 국민은 마음 둘 곳이 없고, 보수 지배층과 지식인이 헛소리를 해대면 흔들린 국민의 마음이 나라를 흔든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이문열의 “의병” 발언은 탄탄한 보수의 나라에서 보수 지식인이 터뜨린 자살폭탄이나 다름없다. 지금의 쇠고기 반대자들 역시 외제 고기에 반대한다. 멀쩡하면 반대할 일 없던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들에 앞장서서 시위를 이끌어도 시원찮을 판에 그들을 무찌를 의병을 조직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아군을 적으로 돌리는 이 엄청난 실수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것은 어찌 보면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보수 지배계급과 지식인들의 지도와 훈육을 잘 믿고 따르던 보수적인 국민들 밑바닥에서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저들의 시위는 이번 기회에 나라를 뒤엎고 빨갱이 천국을 만들자는 꿍꿍이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제 이문열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좀 더 차분하게 현재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수준에 걸맞은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해야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스튜어트 홀의 ‘대처리즘의 문화정치’라는 책을 권해주고자 한다. 이 책은 1980년대 영국 보수당의 위대한 승리인 대처리즘의 등장과 지속을 분석한 것이다.

당연히 이 승리는 좌파의 철저한 패배를 바탕에 깔고 있다. 어떤가.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이 책을 읽음으로써 보수 지식인들은 이 땅에서 좌파를 말끔히 척결하고 대한민국을 영원한 보수의 나라로 유지해 나가는 데 필요한 비법을 배울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책의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적 문화 이론가이다. 이를 두고 좌파 빨갱이에게 뭘 배우느냐면서 나의 권유를 조롱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 사람이 가는데 나의 스승이 있다’거나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선현의 말씀을 새기는 것이 보수 지식인의 참된 미덕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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