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졌다. 금요일 퇴근해서 보니 컴퓨터가 사라졌다. 지난 주 부터 전원을 켜도 화면이 뜨지 않더니 결국 실려가고 말았다. 사흘 간의 연휴동안 나는 금단 증상에 고통스러웠다. 요즘처럼 시국이 팔팔 끓고 있을 때는 아이들 처럼 뚜껑을 자주 열어보고 싶어진다. TV 뉴스로는 채워지지 않는 답답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제도권 올드 미디어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하여간 인터넷을 할 수 없었던 사흘은 담배를 끊었던 첫 사흘과 상당히 비슷했다. 결국 마지막 날인 어제 낮에는 예찬이가 자는 틈을 이용하여 PC방에 가고 말았다. 아내로 부터 주어진 시간은 1시간 30분. 집 근처에 제일 가까운 PC방을 갔으나 문을 닫았다. 결국 자동차를 타고 나갔다. 벌써 시간을 얼마나 잡아먹었는지 안타까와하면서 말이다. 나는 허겁지겁<잡식동물의 딜레마>의 리뷰를 썻다. 그리고 대충 알라딘에 올라온 글을 봤고 네이버 뉴스의 타이틀을 봤다. 이미 약속했던 시간은 지나있었다.

연휴 첫 날은 참 많은 일을 했다.

오전에 금정산 자락 만덕터널 위쪽에 있는 '석불사'를 다녀왔다. 반짝거리는 6월의 공기가 좋았다. 예찬이의 손을 잡고 비탈길을 오르는 재미도 좋았고 아이가 신기해 하는 '뱀딸기'와 '버찌'를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석불사' 산책의 하이라이트는 점심 공양이었다. 시간이 대략 공양시간과 맞아 떨어졌다. 목욕탕 의자에 아내와 나, 그리고 예찬이가 앉아서 함께 절밥을 먹었다. 예찬이는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푹푹 잘도 먹었다. 앞에 앉은 예찬이 또래의 아이를 둔 엄마는 " 우리 애가 저렇게 밥 먹는 것 한 번만 봐도 소원이 없겠다' 라고 부러워했다. 예찬이는 후식으로 나온 떡과 과일도 야무지게 처리했다.

저녁 때는 예찬이를 데리고 서면 촛불집회에 나갔다. 아이와 함께 나가려니 조금 시간이 걸렸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서면에서 시청방면으로 행진이 시작되었다. 예찬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대열에 합류했다. 예찬이는 상황이 어색했는지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아이는 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행진 중에 뒤에서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으면 약간 피했다가 다시가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찬이는 모든 상황이 낯설었나보다. 약간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예찬이를 포내기에 엎었다. 엄마의 등이 주는 안락함과 익숙함이 예찬이의 불안감을 줄려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건 아내가 뒤에 설명해주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아내는 씩씩하게 지하철 3구간 거리를 걸었다. 크지 않은 목소리로 구호도 외치면서 말이다. 예찬이 또래의 아이들을 몇 명 있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하는 구호들을 따라 외쳤다.

 등에 엎혀 있던 예찬이도 "물러가라"를 따라했다. ^^ 나는 잘 못 들었지만 아내가 그랬다. 몇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집 컴퓨터가 병가중이라 올릴 수는 없다.그리고 사실 사진을 많이 찍지도 않았다.무슨 관광지에서 기록이라도 남기듯 '여기 있었어요'라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동 중에 예찬이 사진은 한 장 찍었던게 전부다. 사진 모니터로 보니 별로 잘 나오지도 않았다.

사흘 동안 나는 오전에는 예찬이와 놀이터가서 놀고 오후에는 집에서 놀고 늦은 오후가 되면 밖으로 나가고를 반복했다. 어제도 서면에 나갔는데 집회 참가를 위해 간 것은 아니었다. 부산에서는 백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다함께 멤버들이 주를 이룬 듯 했다. 다들 내일 (6.10)의 대규모 집회를 위해서 잠시 체력을 안배하는 시간으로 생각된다. 

시위대를 잠시 보고 북카페에 가서 잠시 놀았다. 그리고 서점도 가고 예찬이와 복국도 나누어 먹었다. 사흘의 연휴가 끝나고 회사에 와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쓰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그런데 팀장은 자기일을 내게 시킨다. 사람이 없다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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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06-09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팀장 명박스런 놈이군요. ㅋㅋ
내일은 자습 당번인데... 바꾸더라도... 학교 선생님들 손에 손잡고 한번 가 봐야겠네요.
내일은 무조건 쪽수로 밀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부산에서도 한나라당까지 갔다더군요. 토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