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 12시 다돼서 퇴근했다. 뭔 일이 있나 컴퓨터를 켰다. 그런데 파워는 들어오는데 창이 뜨지 않는다. 컴퓨터 화면이 밤 처럼 깜깜했다. 몇 번을 더 시도했지만 마찬가지...그러니까 주말은 컴퓨터를 아예 켜지도 못했다.

집에서는 신문도 보지 않고 TV도 거의 보지 않는다. 토요일 밤에는 와이프랑 시위 나가는 것 때문에 약간 실랑이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와이프도 나와 동일한 정치적 입장이다.하지만 육아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나보다 높기때문에 같은 환경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토요일 밤에는 거리에서 싸우지 못하고 집에서 싸우고 말았다. 내가 보기에 와이프의 주장은은 주먹 쥐고 손금보자는 것 처럼 느껴졌다...정리하자면...나가라..그런데 나가면 나는 주중 내내 아기데리고 힘들었는데 언제 쉬냐....말로는 나가라고 하면서 얼굴에 저어하는 표정이 있으니 이거야 진퇴양난이다.

살살 달래야하는 것을.. 먼저 욱 해버려서 싸움이 되고 말았다. 부부간의 싸움이 대게 그렇듯이 처음과 끝의 싸움 성격이 달라진다. 그러다가 대충 끝나고 다음 날 아침 약간 싱숭생숭하다가 무마된다. 아침에 들어보니 와이프가 말한 건 그런 뜻은 아니었다는데...(솔직히 나는 아직도 그런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어쨋거나 토요일 밤에 성질내다가 후딱 자버리고,일요일 낮에 함께 놀던 이웃집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토요일 밤에 있었던 일을 알았다. 그리고 어제는 뉴스를 좀 자주 봤다. MBC는 시민들이 당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편집한 뉴스를 내보냈다. 이번 일에 불을 당긴 것은 두 곳의 공영방송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몫은 시민들이다. 물론 그 동안 꾸준하게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미국 소 수입에 저항해온 진보 진영의 담론들이 없었다면 그 대중 역시 갑자기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싸움은 토요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성격으로 돌입했다. 알라딘에 들어와보니 급박성이 느껴진다. 미국소 반대에서 이제는 정권 퇴진운동의 성격으로 전화된 것이다. 아무런 중심이 없는 과정에서 생긴 전화라서 사회학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하다. 분명히 중앙집중적인 중심은 없다. 진보 진영은 전면에 나서는 방식 대신에 거대한 흐름에 동참하는 형태로 거리를 유지했다. 야당의 장외투쟁이 있긴 했지만 숟가락 하나 더 얹은 것 같은 양상이다.특히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은 그렇다.나는 모든 정치권이 숟가락 얹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시민들이 움직임을 갖기 아주 오래전부터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 진영에서는 크고 작은 싸움과 대국민 홍보를 지속적으로 행해왔다. 그러니까....시민들의 분출되는 힘이 거대하다고 이제 와서 정치권은 빠져라..라고 싸잡아 말하는 것은 정말 싸가지 없는 짓이다.결국 거대한 힘은 어떤 대안으로 모아지지 않으면 네거티브 운동으로 끝나고 만다.나는 기본적으로 이번 시위에 대해 생태주의적 입장에 공감하고 또한 이명박에반대를 한다. 이명박은 그런 고상한(?) 가치가 아니어도 물고 늘어질게 백만 수물 두가지는 된다.그러므로  내 입장에서는 '미국 소 반대 투쟁'이 끝나고 그 투쟁이 단초가 되어 인식론적으로도 확장되길 기대한다. (이건 사실 함께 싸운 평범한 농민들과의 전선이 생길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차후 논의할 부분이다. 지금은 '가장 약한 고리'에 대해 진돗개처럼 물고 놓치 않아야 한다.

TV를 통해 시위그림을 보면 아무래도 서울과 지방의 긴박성이 확연히 다르다. 모인 사람들의 규모부터 다르고 그곳에는 '청와대'가 있지만 지방에는 없다. 그래서 넘어가야할 담장이 없어서인지 부산 쪽 시위는 훨씬 얌전하다. 오늘 감만부두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이 이명박 퇴진 구호와 연대하게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좀 과격해질 듯 하다. 화물연대 아저씨들은 생존권이 달려 있는 문제여서 평균적으로 그래왔다. 무셥봥..

나는 이번 주도 무지하게 바쁘다. 바쁘면 집에 늦게 가고 늦게 가면 와이프가 시무룩하고..주말에는 꽉잡히고...ㅜㅜ  가정을 지키기가 나라지키는 것 만큼 힘들구나.이번 주에 처가에 가면 혼자 서울 좀 올라가려고 하는데..그때쯤 서울에 동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때까지 다들 다치지 마시고 무사히 투쟁해주시길...

'너 그..거시기 파란집에 잠시 세들어사는 넘...너는 나 올라가면 ..죽은 목쉼이여..' ^^;

요즘 조선일보 보면 조선일보가 얼마나 훌륭한 경영마인드를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약삭빠를 정도로 기회주의적이지. 조선일보는 그 동안 평소답게 '시위배후론'을 주장하였으나 지난 금요일 사회부장의 커다란 박스 기사 이후 살짝 방향을 틀어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요런식으로 묻어가고 있다. 오늘 신문을 봐도 '과격한 배후론'과 '폭력론'대신에 '이명박정부가 귀를 열어야 된다'는 쪽으로 옮겨타고 있다. 이건 '증후'다. 다른 말로 하면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하고 머리좋고 발빠른 기로 유명한 조선일보가 살짝 방향을 틀어서 '보험'드는 것 보면,이미 대세는 시민들의 승리로 넘어갔다는 뜻이다.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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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2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8-06-03 13:04   좋아요 0 | URL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마노아 2008-06-0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일보의 기사에서 일말의 희망을 보게 되다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심각하게 읽다가 마지막에 피식 웃었어요. 드팀전님도 힘내셔요. 육아도 전쟁이잖아요^^

드팀전 2008-06-03 13:04   좋아요 0 | URL
전쟁은 아니지만 힘들긴합니다.

나비80 2008-06-0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자 배후를 자처하셔서들인지 알라디너들은 징후에도 밝으시군요.

드팀전 2008-06-03 18:18   좋아요 0 | URL
뭔 느낌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어떤 누가 자기들이 배후라고 하던가요?...뭔가 맘에 안드시는군요?

글샘 2008-06-03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현충일을 기해서 같이 서울구경 가실 생각 없나요? ㅎㅎ
청계광장에서 알라딘 번개도 함 하구요~

드팀전 2008-06-03 22:57   좋아요 0 | URL
원래 계획이 있었는데...와이프의 처가행이 다른 일정으로 인해 조금 조정되었습니다.제 원 계획은 처가가서 저만 서울 올라가는 것이었거든요.아무래도 처갓집에는 가족이 많으니 저 하나 잠시 없어도 덜 툴툴거릴테니까...
그런데 와이프가 어떤 일을 하나 맡아서 좀 불투명해졋습니다.
청계광장 아니더라도 언제 술이나 한잔 하시지요.^^ 다른 분들도.

나비80 2008-06-0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에 안들기는요. 지금 시민들, 알라디너분들 거의 대부분이 스스로 촛불시위의 주체가 되고 있는 상황을 표현한 말인걸요.^^ 나름 유머로써 응원하려는 표현이 드팀전 님의 오해를 샀군요. 제가 지금 드팀전 님과 차이가 있다면 저는 총각이기 때문에 집회 참가할 때 아직 전쟁을 치룰일이 없다는 것 정도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