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시사IN을 보다가 김종철 교수(지금은 교수가 왜 아닌지 시사인을 통해 알았다.)의 인터뷰가 실려서 쭈욱 읽어봤다. 생태근본주의에 대해서는 나는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환경을 걱정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근심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환경,생태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에 하나다. 하지만 그것이 진보의 대안적 모델이라는데는 동의할 수 없는 입장이다. 김종철 선생은 생태공동체의 확산만이 근대적 모순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생태 공동체의 의식을 가진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경향에 대해 '근대 국가의 폐지론'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변화라고 말한다. 가장 극적인 변혁방식은 '탈주'라는 말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 '탈주'의 정치적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생태주의에 대한 막연한 공감에는 늘 그런 부분이 빠져있다

“적당한 성장은 자본주의 극복 전략”
입력: 2008년 05월 19일 17:32:48
 
ㆍ백낙청, 김종철 비판 반박 … 진보진영 ‘성장’ 논쟁

“생명의 발전에는 일정한 물질적 여건이 필수적이며, 어떤 영역에서는 물질생활의 지속적 향상이 요구될 수도 있고 이런 필요에 부응할 적극적인 개발도 있어야 한다. 현시점에서 한국경제가 일정한 성장동력을 유지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백낙청)

백낙청 ‘창작과비평’ 편집인

“자본주의 논리에 근거한 경제성장이란 언제나 가동 가능한 모든 인적·물적 에너지를 전면 투입할 것을 요구하므로 ‘적당한 경제성장’이란 성립할 수 없다. 정말 필요한 것은 성장 없이는 존속할 수 없는 근대적 방식에 대해 ‘적응’을 말할 게 아니라 성장 논리와는 무관한 질적으로 다른 삶, 즉 비근대적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급진적 노력이다.”(김종철)

진보진영 내에서 ‘성장 논쟁’이 불붙었다. 계간 ‘창작과비평’의 백낙청 편집인(70)과 격월간 ‘녹색평론’의 김종철 편집인(60) 사이에서다. 자신이 창간한 잡지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일관되게 내며 한국사회 진보담론을 이끌어온 두 지식인은 최근 상대방의 성장, 개발에 대한 관점을 비판하는 글을 주고받았다.

김종철 ‘녹색평론’ 편집인

논쟁의 장은 창비가 마련했다. ‘녹색평론’을 통해 생태와 자치 민주주의 사상을 펴온 김 편집인이 창비 측의 ‘한반도에서의 근대와 탈근대’ 특집기고 요청에 따라 창비 지난호(2008년 봄호)에 쓴 ‘민주주의, 성장논리, 農的 순환사회’라는 글을 통해 백 편집인의 ‘적당한 성장론’을 비판했다.(경향신문 2월22일자 26면 보도)

김 편집인은 이 글에서 “경제성장을 계속하면 환경과 인간성을 파괴할 수밖에 없음을 잘 아는 백낙청이 고심 끝에 내놓은 처방이 ‘방어적인 경쟁력 노선’ 또는 ‘적당한 경제성장’ 개념인 듯하다. 하지만 이것이 하나의 추상적 언술로 성립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과연 구체적 현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전략인지 분명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직선적인 진보를 추구하도록 강요하는 근대주의적 발전사관의 덫을 벗어나 토양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상호그물망 같은 호혜적 관계가 복원된 소농과 그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생태적 순환사회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백 편집인이 최근 나온 창비 여름호(140호)에서 쓴 ‘근대 한국의 이중과제와 녹색담론’을 통해 김 편집인의 비판을 반박했다. 백 편집인은 “나의 적당한 성장 개념은 어차피 자본주의 체제 아래 살아갈 수밖에 없으면서도 현대 한국, 즉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이 현실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살고자 하는 처지에서의 구체적인 대응전략으로 제안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말하는 ‘적응’은 “극복하기 위해서도 최소한으로 필요한 적응, 극복 노력이 따름으로써만 ‘투항’이 아닌 주체적인 ‘적응’ ”이다.

백 편집인은 “물론 새 정부 출범 이후 더욱 기승을 부리는 성장주의와 개발주의의 광풍 속에서 근본주의적 반대운동의 효용은 그것대로 소중하다”면서도 “그러나 좋은 이야기라도 논리가 그토록 허술해서는 긴 싸움에서 승리할 방도가 안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허술한 논리’라는 비판은 김 편집인의 주장이 “어차피 자본주의체제 아래 살아갈 수밖에 없으면서도 현대 한국, 즉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이 현실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살고자 하는 처지에서의 구체적인 대응전략”으로 현실성이 있느냐 하는 의문이다.

백 편집인은 “개인이건 국가건 자본주의의 무한 축적 원리에 충실해 최대한의 돈벌이에 목을 매고 사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적어도 개인이나 한정된 집단 차원에서는 그런 세태에 맞서 자신을 지켜내고 나아가 이런 기막힌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돈벌이를 하고 경쟁에서 탈락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나 자신과 김종철을 이런 개인들 틈에 포함시켜도 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 역시 김종철처럼 바람직한 사회는 자본주의시대의 과소비에 비하면 사람들이 ‘고르게 가난한(共貧)’ 생활에 자족하는 사회라고 믿는다”면서도 “하지만 비록 깨끗하고 따뜻한 가난일지라도 그것을 배타적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하나의 편향”이라고 했다.

백 편집인은 “환경운동이 역사적 소임을 감당하려면 스스로도 ‘산업화 대 농업화’ ‘자본주의적 과소비 대 공생공락의 가난’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것들이 발생할 가능성을 좀더 골똘히 읽어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두 지식인 사이의 논쟁은 침체돼 있던 진보진영에 생산적 토론의 부활을 알리는 것으로 보여 향후 논쟁이 주목된다.

<손제민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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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05-2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와 백낙청 선생이가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녹색평론의 주장을 알고 나 역시 내 세계관의 일부로,또 일상에서 접점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그것은 체제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의 '차이'의 정치라는,즉 지젝이 말하는 '유사능동성' 정도의 하나로 포섭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