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을 맞으며 나선 출근길에 라디오를 듣고
건너 산 위에 뜬 옅푸른달을 보면서 퇴근한다.
오늘 아침에 클래식 FM에서 한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에 그저 그런 라디오적인 글들이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보냈다. '좋은 생각'류의 아포리즘이 지루했기 때문이다.그런데 마음이 스산한 오늘은 좀 다르게 들렸다.
어렵게 학비를 버는 고학생이 있었다.
수도시설이 지금처럼 보급되기전 이야기다. 물동이를 집집마다 날라서 거기서 조금 돈을 받고 학비를 보내어 쓰는 학생. 그는 양 손에 물동이를 이고 가면서 물을 바닥에 자주 흘렸다. 조금만 덜 담아도 될 것이라는 주변의 말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가득 담은 물통은 어떻게 하든 흘러 넘치기 마련인 것이다. 그래도 소년은 싱글벙글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그 소년이 물동이를 지고 나르던 길에 민들레를 비롯해서 이런 저런 예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소년이 다니던 그 길을 따라서 말이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그 소년이 왜 힘겹게 물을 가득채웠는지,왜 힘들어하면서도 싱글벙글 했는지 비로소 알게되었다.
소년은 그가 다니던 길에 씨앗을 뿌려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김사로 시인의 시가 한 구절 인용되었다.
"비포장 흙길을 걷는다.
발자국 하나 더해질 때 마다
길이 여물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발자국으로 만들어지는 길은
결코 닮는 법이 없다."
방송에는 이런 내용이 나왔다.
어떤 방식으로 읽던지는 자유다.
내게는
길에 대한 소년의 믿음과 사랑이 느껴져서 좋았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의 비웃음과 몰이해에 연연해 하지 않을 그 믿음과 사랑이 좋다.
오늘은 김민기의 <봉우리>를 듣고 싶어집니다. 전인권이 부른 버전도 좋지요....
허나 내가 오른 것은 그저 작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픈 것이 저며올때는
그럴 때는 바다를 생각해 바다.
바람구두네 집에서 빌려온 사진입니다..카피레프트를 하니 저작권 문제 삼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